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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Europe

유럽 생활의 불편함과 단점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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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살면서 불편하거나 힘든 점?

어딘들 안 그렇겠냐만 유럽에 살다 보면 장단점이 극명하게 나뉜다.

A face shedding tears
출처: @Saratique

서유럽 국가들은 기본 물가가 비싸다

  • 장보기 물가

한국은 엥겔지수(Engel's Coefficient)가 최악인 나라 중 하나이다.

한국의 식제품 물가는 작년 2023년만 해도 미국보다 3배가 넘게 올랐다고 한다.

이제는 기본 반찬거리, 음료, 간식거리 몇 개만 사도 십만 원은 훌쩍 넘어버리는 걸 보면 '10년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의 경우, 지역 차이와 품목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현재 장보기 물가는 한국보다는 덜 비싼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외식 물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특히 유제품, 각종 채소와 과일은 한국에 비해 평균적으로 가격이 더 저렴한 편이다.

그러나 유럽의 대표적인 농경국가인 프랑스도 식품 대외의존도가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 식료품 자급도가 높은 국가이지만, 최근 유럽국가들과 가격경쟁을 하게 되면서 각종 과일, 채소 등의 수입률이 40~60%까지 올랐다. 게다가 밀과 쌀, 해바라기씨유 등의 경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인도의 수출통제 정책에 영향을 받기도 했다.

  • 비싼 외식 물가

한국에서는 너도나도 퇴근 후 배달 음식 시켜 먹는 게 일상이다.

배달앱 종류만 해도 여러 가지고, 배달 라이더들은 어느 도로를 지나가도 보일 정도다.

외식을 해도 7, 8천 원에 적당히 먹을 만한 한 끼로 배를 채울 수 있는 곳들이 아직 꽤 있다.

프랑스의 경우, 평균 외식비는 2인 기준 약 60유로(한화 약 8만 원) 정도이다.

물론 프랑스도 케밥이나 샌드위치처럼 간단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작은 식당이나 포장 전문 가게들이 있긴 하다.

그래도 외식 물가 자체가 전반적으로 비싼 편이다.

 

느린 속도 때문에 원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시간으로 비용을 지불해야 할 때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크게 두 가지 지불 수단을 사용한다.

바로 돈과 시간이다.

시간을 벌기 위해 돈을 더 지불할 때도 있고, 금액적 지출을 아끼기 위해 더 기다릴 때도 있다.

무엇이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상황이나 개인의 경제적, 시간적 여유에 따라 달라지는 것뿐이다.

한국에서 '유럽'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여유로움', '느긋함'이다.

그런데 실제로 유럽에서 살면서 스스로 가장 가치관에 혼란이 올 때가 바로 이 '시간'에 대한 것이다.

Infinite time

유러피안들은 한국들에 비해 기다림에 더 익숙해져 있다.

기본적으로 전반적인 일 처리 속도가 더 느린 편이다 보니 서비스 제공자도 이용자도 모두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막연한 기다림에 다들 익숙하다.

어쩔 땐 '아니 이 사람들은 무슨 한 150살, 200살은 사는 것처럼 인생을 사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 굳이 꼭 서둘러야 할 이유는 없잖아? 좀 더 기다려보지 뭐'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 하)고 넘어갈 때가 있다가도, '아니, 나한테는 다신 돌아오질 않을 소중한 시간인데 자기 일 아니라고 어쩜 저렇게 여유 부리면서 무슨 배짱인 거지 지금, 열받게?' 하는 정반대의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러다가도 '하긴 우리 한국인들은 다 같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다 빨리빨리 해치워야 하는 병에 걸린 거 같기도 해. 그러니 사는 게 정신없고 서로가 서로를 지치게 하지. 하나라도 일에 차질 생겨서 속도감 떨어지면 바로 클레임 들어오고. 그러다 보니 서로 스트레스 주고받는 거고' 하는 생각도 든다.

Infinite time

집단의 시간과 생산성이 최우선이다 보니, 임신, 육아, 출산 등 사회의 존속에 필요한 영역에 대한 자비마저 없을 만큼 빠른 속도에 집착하는 게 바로 한국 사회 아니던가.

가끔 도로에서 운전하다가 뒤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오면서 차들 사이로 요리조리 잽싸게 끼어들기를 시전 하며 1분이라도 더 빨리 앞으로 나가려는 차들을 볼 때가 있다. 그런데 웃기게도 결국 다음 빨간불 신호에 걸려서 같이 기다리고 있는 거다.

그렇게 유난을 부리면서까지 다 제치고 앞으로 가려고 하더니 결국 제속도로 달린 차들과 같은 지점에 멈춰 있는 걸 보면 '그래, 무조건 다 서두르고 산다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니'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결국 서두름도 습관이고, 여유로움도 습관이다.

둘 중 어느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면 그 관성에 젖어 상황에 따라 요구되는 적절한 템포 조절이 어려울 수 있다.

서두르다가도 멈추고 돌아보고 쉬어갈 줄 아는 여유의 지혜도 중요하고, 쉬고 있다가도 후다닥 일어나서 다시 달릴 줄 아는 민첩함과 건강한 수준의 긴장감도 중요하다.

 

개인들에게 있어 이 둘 사이의 균형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결국 자신에게 맞는 템포 유지가 가능한 곳을 찾는 게 중요하다.

지금의 나는 생활하면서 종종 느긋한 템포에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어도, 이메일 답장 바로 안 한다고 주말에도 재촉하지 않는 템포가 싫진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빠른 템포를 좋아하는 이들이 유럽에 정착할 생각이 있다면 굉.장.히 스트레스받을 일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 서두른다고 항상 최선의 결과, 최상의 생산성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K스피드에 익숙해 있는 한국인들이라 해도 결국 사람은 새로운 환경에도 일정 기간 생활하다 보면 어느 정도 적응하게 되는 적응의 동물이지 않을ㄲ...

 

느리고 비효율적인 행정 시스템에 지치는(정 떨어지는) 순간들이 주기적으로 온다

A face shedding tears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 했다. 그러나 마음은 생각보다 잘 꺾인다.

이제는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듯 어마무시할 정도로 느린 유럽의 행정 처리 속도는 이미 악명 높아진 지 오래다.

납득하기 힘들 만큼 꼬고 또 꼬아서 불필요한 절차나 요구사항이 많아 내외국인 모두 그 비효율성에 학을 떼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개선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프랑스의 경우 나름 온라인 행정 처리 비율을 높이면서 비교적 간단한 서류 제출은 서비스의 자동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한국인의 기준으로 볼 땐 아직 갈 길이 멀다.

어찌 됐든 살다 보면 일어나는 이런저런 일들로 어쩔 수 없이 행정 문제를 처리해야 하는 순간이 생기기 마련이다.

프랑스는 해당 담당자의 인품과 그날의 기분 등 예측하기 힘든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처리해야 할 행정 문제가 생길 때마다 늘 긴장하게 된다. 접수창구 앞에서나, 미리 잡은 예약으로 오피스에 앉아 있을 때 나도 모르게 담당자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대중교통이 한국만큼 편하지 않고 위생 상태도 열악한 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파리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파리에 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도 특유의 냄새와 낮은 위생 상태 등인데, 특히 파리의 메트로를 타면 상태가 정말 가관이다. 물론 전 세계에서 영국의 언더그라운드와 함께 가장 초반에 생긴 지하철이긴 하지만 파리에 갈 때마다 자리가 나도 의자에 앉기가 겁난다. 게다가 워낙 소매치기범도 많고, 덥고 추운 겨울에 냉난방이 잘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여러모로 한국의 신식 대중교통이 생각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이제 타는 버스마다 무료 와이파이가 제공되고, 버스 정류장에서는 기다리는 버스의 남은 정거장 수, 남은 좌석수까지 표시되니 정말 편의에 올인한 나라다운 편리함이다.

 

보르도만 보아도 프랑스 내에서도 삶의 질 수준이 높은 도시 중 하나로 꼽히지만 반면 교통 측면이 가장 큰 마이너스인 곳이다.

프랑스에서도 유독 자전거 이용자가 많다 보니 가는 곳마다 자전거길이 따로 있는 것은 좋지만, 트램 길까지 있는 마당에 자전거길까지 있으니 차가 다니는 도로 폭이 좁아졌다. 보르도 지역 출신 사람들도 시내에서 운전하는 것을 꺼리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자전거나 킥보드 타는 사람들, 보도로 걸어 다니는 행인들, 트램과 버스, 유럽을 횡단하는 온갖 큰 트럭들을 모두 품기에는 길들이 너무 좁고 작은 것이다.

 

좁은 길과 좁고 사용이 불편한 주차장이 많다

 

오래된 대륙인만큼 유럽엔 아직도 말과 마차가 다니던 길, 정말 신기하고 요상스러울 만큼 좁고 특이해서 다니기 힘든 길들이 많이 존재한다.

주차장도 들어가는 입구부터 내부 공간까지 정말 좁은 곳이 많다.

주차장 천장도 낮은 편이고, 자동차들끼리 거의 밀착된 수준으로 공간이 많은 없는 주차장도 많다.

특히 파리나 니스처럼 대도시는 프랑스인들도 웬만하면 차로 이동하지 않는 게 낫다고 할 정도다.

워낙 주차 전쟁이 심하다 보니 예약제로 지정된 공간에 주차해야 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곳도 많다.

게다가 프랑스는 '로터리의 나라'라는 별명답게 로터리의 증식이 멈추지 않고 있다.

차라리 신호등이 있었으면 신호등 불 신호에 맞춰 오고 가면 되는데, 둥근 로터리에서는 매번 늘 눈치싸움으로 긴장감이 겉돈다.

거기에 방향 표지판도 잘 안 되어 있는 곳들이 많아 길을 잘못 들어서면 또 골치 아파진다.

 

냉난방, WiFi 없는 대중교통

한국에 갈 때마다 느껴지는 유럽과의 차이 중 하나는 바로 에너지 소비 방식이다.

물론 한국의 여름이 더 습도도 높고 같은 온도 대비 더위가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굳이 엘리베이터 같은 잠시 머무는 공간에까지 상시 에어컨을 그렇게 강하게 틀어놓아야 할까 싶기도 하다.

버스를 타도 여름인데 너무 추워서 자리 위 에어컨의 찬 공기 배출구를 닫기를 여러 번 하다가 어쩔 땐 버스를 타야 할 때 미리 얇은 카디건을 챙기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 유럽도 지구온난화를 실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물론 나라별, 지역별 차이가 있으나, 한여름에도 30도 이상을 잘 넘지 않거나 일 년 중 무더운 날이 손에 꼽던 지역들도 이젠 36, 37도까지 기온이 올라가고, 작년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이미 48, 49도까지 오른 적이 있다.

열대야로 지친 밤을 보내는 날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에어컨디션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장소들에 있어야 할 때 괴롭기 그지없다.

물론 그렇다고 냉방을 세게 할수록 지구온난화가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되면 안 되겠지만.

 

최근 한국에 갔을 때 가장 편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모든 버스 내 무료로 제공되는 무료 와이파이다.

그리고 버스정류장에서도 각 버스마다 몇 정거장 전인지, 몇 분 내에 도착하는지, 남아 있는 좌석은 몇 개인지 등 상세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정말 편리함 하면 한국만 한 나라가 없다.

 

대도시에서는 소매치기범이 많다

유럽의 소매치기 문제는 워낙 악명이 높다.

특히 따뜻한 나라로 내려갈수록 더 심해진다.

길거리나 상점, 지하철과 기차역, 저가 숙소 등 장소 불문하고 언제 어디서든 도둑질을 당할 수 있다.

그래서 유럽 여행을 하는 동안은 항상 중요한 물건들을 분산시켜 놓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오래전부터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여권의 중요한 페이지 스캔 출력하여 여행 가방에 넣어놓고, 핸드폰에도 사진을 찍어 놓는다.

카드 지갑도 하나에 모든 카드를 다 넣어 놓지 않고, 현금도 한 곳에 많이 두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되도록 소매치기범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곳을 방문할 때는 화려하게 꾸미는 것을 자제하는 게 좋다.

아무리 예쁘고 멋지게 꾸며도 현지인들에게는 지나가는 관광객1일 뿐이며, 아무리 마음에 쏙 드는 셀피를 남긴다 해도 그 셀피를 찍은 스마트폰이나 지갑, 여권, 카메라 등을 도둑맞는다면 결국 다 아무 의미 없는 것이었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불법 이민자들도 많은 만큼 유럽에서 소매치기범은 통제 가능의 수준을 넘어선 것 같다.

특히 주요 관광 대도시에서 더 발생 가능성이 높은데, 막상 지방 소도시로 가면 이러한 영향을 잘 못 느끼고 산다.

 

인종차별 문제

Three cats sleeping together on sofa
동물들도 다양한 종이 있지만 그로 인한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프랑스에서 살면서 (아직까지는)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할 만한 일이 그다지 기억나진 않는다.

그러나 다른 몇몇 유럽 나라들에서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듣거나 인종과 관련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차별 대우를 받은 경험은 있다.

사실 같은 나라, 같은 도시 안에서도 거주 인구의 출신 배경이나 정치적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 동네, 사회 계층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인종차별이 더 심하거나 덜 심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주제에 대해서는 다소 조심스럽다.

 

안타깝게도 인종차별, 인종차별자는 질량 보존의 법칙처럼 일정 비율로 늘 세상에 존재할 것이다.

일단 스스로가 인종적 차이로 타인을 차별하지 않아야 할 것이고, 살면서 그런 사람들을 최대한 덜 만나길 바라며 혹시나 재수 없게 마주치더라도 그냥 상종하지 않는 편이 낫다.

뭔가 대응해주고 싶다면 스마트폰을 꺼내서 인종차별자의 얼굴이 제대로 나오도록 영상을 찍어주고 온라인에 올려 전 세계의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공유해 주자.


장점과 단점 사이를 오가는 것들

과거로 돌아가 사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 부분은 좋을 때도 있고 덜 좋을 때도 있고 경우에 따라 다르다.

아무래도 수세기 전에 지어진 건축물들도 아직까지 보존이 잘 되어 있어 세계적으로도 문화유산 보존에 가장 많은 심혈을 기울인 땅 중 하나인 만큼 유럽에서 살다 보면 가끔 과거 유럽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어릴 때 유럽을 배경으로 한 동화책이나 소설책을 읽을 때 머릿속으로 혼자 상상했던 뾰족한 지붕과 동물들이 사는 정원의 이미지가 늘 있었는데 그런 환경 속에 막상 살고 있다 보니 신기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물론 수도를 비롯한 대도시의 경우는 그 체감이 훨씬 덜 크게 느껴지지만, 중소도시의 경우는 정말 과거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는 곳들이 꽤 있다.

개인적으로 최첨단 과학기술을 실감하지 못하는 게 그렇게 싫지만은 않다.

 

'나는 나', '너는 너', 철저한 개인주의 사회

서구 국가들이 전반적으로 개인주의적 성향이 더 강하지만, 그중에서도 외향적 성향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북미에 비해 유럽은 확실히 더 개인 간 거리 유지가 중요하다.

이게 맞는 사람들은 오히려 한국보다 더 편안하게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 사람들과 어울림 속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들의 경우 외로움을 많이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은 집단주의적 성향이 훨씬 더 강하고 '정' 문화도 있다 보니, 누군가 뒤쳐지면 같이 끌어가고 잔소리하면서도 챙겨주고 도와주고, 집에만 있으려고 하는 친구가 있다면 밖으로 끌고 나가주고 등등 사람들 사이 간의 거리가 더 가깝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들을 같이 함으로써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그 결과, '유행'에 민감하고, 조금이라도 대세에 뒤쳐지거나 하면 안 된다는 무언의 압박감이 있다.

A deflated cat face

유럽에 처음 오고 나서 크게 느꼈던 차이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원하지 않는지에 대해 늘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What do you want?(당신은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문장은 유럽에서 나라 불문하고 정말 많이 듣게 된다.

즉 자기 자신과의 끊임없는 대화가 필수이며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원하지 않는지에 대해 당연히 어느 정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욕구나 욕망을 부모나 가족, 친구 등 다른 제삼자가 주입시켜 주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 알아야 한다는 거다.

이는 자주적 사고가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이는 굉장히 어렵고 막막한 일이 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이겁니다'보다 '저 사람이 하는 거 저도 할게요', '저 사람이 산 거 주세요', '여기서 제일 잘 팔리는 거로 주세요', '추천해 주시는 걸로 할게요', '여기서 제일 무난한 게 뭐죠?'가 익숙하다면 '당신은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곤란해질지도 모른다.

Two cats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자신이 내린 선택과 결정에 대한 자유가 더 많은 대신 그에 따른 책임도 본인이 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 책임을 누군가에게 양도하는 것이 아니라, 잘되든 못되든 나의 선택으로 생긴 결과는 내가 떠맡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 의지할 사람이 항상 필요한 사람들에게 유럽은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다.

미국 뉴욕에서 잠시 유학했던 친구가 유럽 여행에 와보고 나서 미국인들에 비해 영국인, 프랑스인 등 유러피안들은 너무 차갑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이해는 가지만 사실 나는 크게 동의하지는 못했다.

내 기준으로는 유럽 사람들이 특별히 차갑다는 느낌을 받을 만한 경험은 하지 못했던 것도 있고, 그냥 좀 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것일 뿐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나는 개보다는 고양이 유형의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더 듣는 편인데, 차가운 침묵보다 개인 간의 적당한 거리를 존중하지 않고 마구 침범하면서 오지랖 부리는 게 더 견디기 힘들다. 아무리 친해도 오히려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에 대한 배려와 예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프랑스인들을 보면 가족끼리도 그 거리감이 상당히 멀게 느껴지는 듯해 보일 때가 있어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 차갑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갓난아기도 따로 재우는 문화에 익숙한 그들이기에 각자 자기 자신의 삶과 사생활, 자신의 권리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 듯한다.

타인의 문제에 되도록 개입되고 싶지 않아 하는 풍조가 전반적으로 깔려 있다 보니,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쉽게 구하기가 막막하게 느껴지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요즘은 한국도 점점 이런 성향으로 변하고 있는 듯하다. 

 

인건비가 비싸다

높은 인건비는 선진국들 사이 공통점이다.

사회의 발전과 함께 노동자들의 권리를 더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노동 시간 대비 인건비가 낮은 나라들은 선진국과 비교해 아직 경제적으로 성장 단계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도 이제는 기술직 인건비가 꽤 많이 오르고 있어서 프랑스와 예전만큼 그 차이가 크게 벌이지진 않는다.

그럼에도 배관공이나 전기공 등 특정 분야의 전문 기술인이 필요한 문제가 발생하면 한국보다 더 큰 비용이 깨질 수 있다.

지역에 따라 부르는 게 값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 결과 유럽에는 한국에서는 전문가를 불러 도움을 받았을 만한 수리, 개조 등을 직접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큰 창고형의 DIY 물품 판매점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대부분 어릴 때부터 고층 아파트보다는 일반 주택형 집에 살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내외부 페인팅, 집 안 물품 교체(수도꼭지 등), 공간 확장 및 변경 등은 직접 할 줄 아는 경우가 많다.

냉장고를 비롯한 가전제품을 스스로 설치하거나 정원 가꾸기에 필요한 일들도 손이 많이 가는데 정원사를 부르는 대신 직접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의 경우도 프랑스에서는 작은 정원이 있는 집에 살고 있다 보니 주기적으로 정원 잔디를 깎아줘야 한다.

잔디를 깎을 때 문득 드는 생각이 막상 해보면 별 거 아닌데 한국에서는 아파트에서만 살다 보니 초반엔 꽤나 힘들게 느껴졌었다.

지금은 익숙해져서 시간도 물리적 에너지도 훨씬 덜 든다.

한국인들이 전원주택보다 아파트 주거형태를 더 선호하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반 주택은 안팎으로 관리하기가 보통 일이 아닌 반면 관리비 하나로 모든 게 통합형으로 이루어지는 아파트가 주는 편의성이 클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 번거로움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느냐 아니냐는 결국 '시간적 여유'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든다.

유러피안들은 한국에 비해 일과 개인 시간의 분리가 더 명확하게 되어 있는 편이라 야근이 일반적이지 않고 오후 4, 5시면 퇴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게 퇴근 후 이것저것 집에 손댈 일 있으면 직접 손보고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된다.

그에 비해 한국은 잦은 야근, 회식 문화, 불분명한 노동 시간과 개인 시간의 경계 등으로 인해 평균적으로 노동 시간과 강도가 높다 보니 집에 와선 그저 최소한의 노동만 하고 쉬고 싶은 욕구가 더 크게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리고 시간이 부족할 땐 비용을 지불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제일 효율적이다.

 

세금이 비싸다

사람마다 수입에 따라 비율이 달라지지만 분명 세금이 비싸고 그러다 보니 돈 모으기가 쉽지 않다.

이 말만 들으면 분명 단점임에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세금은 내는 만큼 돌려받는 혜택이 많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엄한 곳으로 새는 세금이 더 많고 받는 혜택이 적다면, 억울한 마음만 들게 된다.

큰 질병이 생기거나 불임과 같은 점점 증가추세에 있는 사회적 문제 같은 것도 개인이 떠안아야 할 문제로 남겨진다면 사람들은 불안함과 염려 속에 더 부의 축적에 집착하게 될 수밖에 없다.

프랑스의 경우, 육아, 출산 등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필요한 것들은 정부에서 많은 지원과 도움을 제공 받을 수 있다.

심지어 불임 치료의 경우도 정부에서 상당 부분 비용이 지원된다고 알고 있다.

노르웨이도 세금을 무지막지하게 걷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국민들이 높은 세금에 대해 큰 불만이 없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세금을 많이 내는 만큼 다양한 혜택도 많이 받기 때문에 정부를 신뢰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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