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부터 2024년에는 스페인어를 배워보기로 결정했다.
물론 그 이전에 단 한 번도 스페인어를 배워본 적은 없으며, hola [올라]와 숫자 1부터 4까지 셀 줄 아는 게 전부였다.
그런 만큼 지금 당장 일적으로 필요하거나 어학능력시험을 준비해야 할 의무적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라, 장기적으로 여유를 갖고 큰 부담 없이 스스로 도전해 보기로 했다 (사실 프랑스어도 이런 식으로 시작했었다).
영어🇬🇧🇺🇸, 중국어🇨🇳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인구가 사용하는 언어 중 하나이기도 한 스페인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배워두면 충분히 유용할 가치가 큰 언어로 여겨진다.
유럽에서는 스페인, 남미의 주 언어일 뿐만 아니라 북미 미국에서도 스페인어 인구수는 매우 높아 일단 배워 두면 활용할 기회가 부족하긴 어려운 언어임은 분명하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프랑스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하게 된 배경과 학습 방법, 목표, 스페인어 초보자가 생각하는 스페인어에 대한 특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 스페인어를 배우기로 한 배경 🇪🇸
스페인 문화에 관심이 많냐고? 🙂↔️🙂↔️ (그럼 왜 굳이..?)
코로나 창궐 초반, 나중에 일적으로 도움될 거라 생각하여 틈틈이 짬을 내어 이탈리아어🤌🍕를 배웠었다.
또한 예전에 이탈리아 여행을 몇 번 갔었는데, 프랑스어를 하는 상태에서 이탈리아어🇮🇹를 들으니 영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서로 묘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신기한 경험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뒤로 당장은 급한 필요성이 없어지게 되면서 일단은 잠시 덮어두기로 했는데, 10년 안엔 다시 배우지 않을까 싶다 (아련..).
스페인의 경우, 몇 년 전 안달루시아 지역을 비롯해 스페인 남부 여행을 한 번 가본 것을 제외하고는 그 문화나 사람들과 딱히 인연이 깊진 않았다. 주변에 스페인 지인이 많은 것도 아니고, 아주 가까운 스페인 친구가 있었던 적도 없으며, 스페인이나 남미의 문화에 매력을 느낀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프랑스어를 배우고 나서 내 세계관(?)의 확장을 경험하고나니, 같은 라틴어계열의 다른 언어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원래 언어 배우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스페인어🇪🇸는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 사이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라는 점도 동기 부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영어를 배우고 나서 영어로 프랑스어, 프랑스어로 프랑스어를 공부하고나서보니, 프랑스어를 비롯한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와 같은 라틴어계열 언어를 배우는 게 더 수월해진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또한 현재 사는 지역이 프랑스 남서부이다보니 스페인과 물리적 거리도 그리 멀지 않고, 지역 내에 거주하는 스페인계 사람들이나 스페인어를 할줄 아는 사람들이 꽤 많다 (작년 피레네에 갔을 때만 해도 스페인 등산객들이 매우 많았다).
프랑스 남동부에서는 어딜가도 안내판에 이탈리아어가 함께 쓰여진 곳이 많은 반면, 남서부는 스페인어가 함께 쓰여진 안내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 스페인어 학습의 개인적 목적과 단기적/장기적 목표
💁♀️ 스페인어를 통한 비즈니즈적 기회의 확장
외국어 구사 능력은 사실 어떤 언어가 됐든 활용하기 나름이지만 자신이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가 열리는 문과 같다고 생각한다.
스페인어를 활용하면서, 예전에는 고려해볼 수 없었던 일적인 기회를 접해보고 싶다.
💁♀️개인적 성취욕구 충족
오래전부터 죽기 전까지 6~8개국어를 배워보기로 스스로와 한 약속이 있다.
꼭 반드시 필요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지켜보고 싶은 장기적 도전 프로젝트와 같은 거라 그때까지 차근차근 새로운 언어를 단계별로 배워보고자 하는데, 일단 '유창한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는 4번째 언어로 스페인어를 결정했다.
💁♀️ 목표: B1~B2
상급인 C1, C2 레벨까진 아니어도, 중급-중상급 정도인 B1~B2를 일단 목표로 설정했다.
단순히 관광으로 여행만 할 정도로 배우기 보단, 이왕 배우기로 한 거 그보다 좀 더 깊게 배우고 싶어서다.
단지 프랑스어도 그랬듯, 기간을 정하진 않았지만 일단은 2년 정도 "꾸준히" 배우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학습 방법
📚 책
프랑스어를 처음 배울 때도 영어로 된 프랑스어 교재를 사서 혼자 셀프 스터디 방식으로 시작했었다.
그후로 Assimil이라는 책을 프랑스 친구에게 추천 받아서 사용했는데, 단순히 몇 가지 대화 상황을 놓고 무슨 뜻인지 설명해주는 중구남방식이라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원래 한 언어의 기본 구조적 틀인 문법을 파악하고 난 뒤 어휘라는 살을 붙여가며, 그렇게 쌓인 기초를 응용의 단계로 활용화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별로 와닿지 않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 언어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하는 말을 알아 들어야 하는 상호적 소통 수단이기 때문에, 단순히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내뱉는 것만 배우는 것은 제한된 소통만 하겠다는 거나 다름없다 생각한다.
즉 간단히 말해, 말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알아들을 줄 아는 '듣기' 능력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나는 일단 초반에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학습 대상 언어가 가진 구조적 특성을 미리 파악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그리고 숫자와 날짜, 시간 등 필수적으로 익혀야 할 영역의 어휘를 혼자 미리 시간나는대로 보면서 눈에 익힌다.
⚠️ 중요한 건 단순히 눈으로만 익히는 게 아니라, 발음을 찾아보면서 직접 입으로 말해보면서, 뇌와 안면 근육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적절한 상황에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고, 상대방이 말해도 알아들을 수 있게 스스로 트레이닝하는 것이다.
Uno, dos, tres, cuatro [우노, 도스, 트레스, 꽈트로]는 90년대 대중가요의 랩에도 들어갈 만큼(?)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하다.
그러나 숫자 5부터는 번데기 발음 [th]이 들어가는 단어가 꽤 많은데, 주로 c와 z에 모음이 붙는 단어들이 그렇다.
지금도 틈날 때마다 혼자 머릿 속으로 아무 숫자나 연상한 다음, 그 숫자를 스페인어로 말해보려는 일종의 '미니 브레인 트레이닝'을 한다.
☝️그래도 80을 4x20으로, 90을 4x20+10으로, 99를 4x20+10+9로 말해야하는 프랑스어에 비해 스페인어 숫자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편이라 해야겠다(?).
👀 유튜브
유튜브 영상들도 꽤 많은데, 문법이나 어휘, 발음, 다양한 표현 등 그때그때 니즈에 따라 검색하면 기본 레벨에서는 충분히 유용한 영상들을 찾을 수 있다.
스페인어는 남미와 스페인의 스페인어 사이에 발음이나 어휘 차이가 꽤 있어서 유튜브 영상들로 스페인, 남미 등을 구분해서 발음 차이를 확인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
또한 전치사, 부사, 형용사, 명사 등 다양한 어휘에 대한 설명과 발음, 그리고 악명 높은 라틴어계열들의 동사변형(Conjugation)도 영상들을 참고해서 하면 유용하게 학습할 수 있다.
👩🏫 어학원
몇 개월 전, 보르도 시내에 있는 스페인국영스페인문화원(Instituto Cervantès de Bordeaux)에 방문한 적이 있다.
상담하고보니, 1년에 크게 2회 정도로 등록 기회가 제한되는 것이었는데, 한 번 등록하면 수개월간 수업이 진행되는 방식이었다.
방문했을 당시, 기초 레벨반은 이미 2개월 전쯤부터 이미 수업이 시작된 상태라서 할 수 없이 하반기 수업을 듣기로 결정을 내렸고, 등록하기 한 달 전쯤 미리 레벨 테스트 받을 것을 권장받았다.
초보자가 느끼는 스페인어의 특수성?
🫦 발음
스페인어는 프랑스어와 달리, 모든 라틴계열 언어에서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h 묵음을 제외하고는, 낭비하는 글자가 많이 없는 것 같긴 하다.
예를 들어, 프랑스어는 단순히 [오]로 발음하는 단어들도 복합 모음으로 (쓸데없이) 복잡하게 쓰는 단어들도 매우 많고, x, s, d 등 단어의 마지막에 오는 특정 자음들도 묵음인 등 굳이 써놓고 발음을 하지 않는 글자들이 많다.
스페인어는 그에 비해 쓰여진 글자들은 거의 다 발음하는 편이 나름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반면 네덜란드어처럼 목 안쪽 근육을 압박하며 내는 '거친 [흐]' 소리가 꽤 많아, 스페인어를 하다보면 목소리가 저음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조금 있다(?).
실제로 스페인어가 모국어인 사람들 중 목소리가 허스키한 사람들을 꽤 많이 봤는데 언어적 영향이 분명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뇌피셜+1).
⁉️ 물음표, 느낌표를 두 개로 쓴다 ⁉️
스페인어는 의문문에서 '역물음표'라고 불리는 뒤집어진 형태의 물음표, '¿'이 붙고, 그것도 모자라서 문장 마지막에도 일반 물음표 '?'가 같이 붙는다.
아직까지 익숙해지지 않고 있는데, 꾸준히 계속 보다보면 익숙해질 수 밖에 없을 거라 스스로 최면 아닌 최면을 걸고 있다(?).
¿Cómo estás? (어떻게 지내?)
🇰🇷 한국어처럼 주어를 생략한다
스페인어는 이탈리아어처럼 '나', '너', '우리' 등 주어를 생략하고, 동사 형태에 따라 해당되는 주어를 알 수 있게 한다.
프랑스어나 영어에서는 주어를 생략하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하지만, 스페인어는 특별히 행위 주체자인 주어를 강조하는 목적이 아닌 이상, 문장을 동사로 바로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편하다고 할 수 있겠다.
마무리
스페인어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영어와 프랑스어가 역시나 도움이 꽤 많이 된다.
어휘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문장 구성에 있어서도 완전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유사점들이 있어서이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지상에서 에베레스트까지 힘겹게 올라왔는데, 그 지점에서 다른 좀 더 높은 봉우리를 올라가는 듯한 느낌과 비슷하달까.
언젠가 스페인이나 남미를 방문할 기회가 생겼을 때 스페인어를 활용할 수 있는 날을 그려보며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재미있게 공부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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