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실제 일본인들이 운영하는 일식당은 생각보다 그리 흔치 않다.
보통 한국인이나 중국인, 또는 동남아시아계 사람들이 운영하는 경우가 더 일반적인데, Rue Pas-Saint-Georges [빠생죠흐쥬] 거리의 끝과 만나는 보르도 Saint-Jullian 광장 근처에 위치한 Café Japonais는 일본인들이 운영하는 곳이다.
식사를 하는 동안, 식당 앞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레스토랑의 사장님 혹은 매니저로 보였던 남자분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며 함께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다 가는 것을 보았는데, 그만큼 보르도 시내에서 단골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한동안 가봐야지 하고 미루고 미루다 결국은 가보게 된 보르도 시내에서 나의 첫 일식 레스토랑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Café Japonais
예전에 4월의 보르도 포스트에서 소개했던 Saint-Jullian [생줄리앙] 광장 근처 Rue Saint-Siméon [생시메옹] 거리에 위치한 일식 레스토랑이다.
일식집이라는 것을 티나게 어필하기 위해 조잡한 소품을 쓰는 대신 한껏 절제된 스타일로 기본에 충실한 곳이라는 인상을 풍기는 곳이라, 지나다닐 때마다 한 번은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곳이다.
몇 번을 미루다가 최근 드디어 프랑스인 친구와 가게 되었는데, 혹시 몰라 가기 전에 미리 저녁 시간으로 예약을 해놨었다.
예약한 시간보다 5분 정도 미리 도착하여 예약을 확인하고, 기온도 딱 좋고 해서 테라스 자리에 앉기로 했다.
따뜻한 음식 메뉴로는 국이 들어간 메뉴에 미소된장국과 카케 야사이 우동, 에비텐우동이 있고, 돈부리와 벤토에는 토키카라(닭고기), 야키이카(간장소스에 요리한 구운 오징어), 야키토리, 타르타르소스를 얹은 에비 튀김(새우튀김), 야키니쿠(일본 바비큐 소스에 요리한 소고기), 사케테리야키(테리야키 소스에 요리한 구운 연어), 일식 카레, 샐러드 등이 있다.
우측에는 찬 음식들로, 마키, 스시, 사시미, 찌라시, 혹은 이들을 섞은 혼합 구성 세트 등이 있다.
디저트는 유주와 보드카로 맛을 낸 소르베 아이스크림, 초콜릿 브라우니, 요칸이라는 팥으로 만든 듯한 디저트, 그린티 판나코타, 유주 치즈케익,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그린티 피낭시에, 모찌, 아이스크림 등이 있는데, 나는 아시안 레스토랑에서는 웬만해선 디저트를 주문하지 않는 나름의 철칙이 있다.
디저트 문화 자체가 원래 애초에 유럽에서 더 발달된 것이기도 하고, 한식이든 일식이든 중식이든 디저트 메뉴를 보면 사실 그 선택의 폭도 좁고 거의 예상 가능한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6유로 정도를 지불하면서 먹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을 때가 많다.
원래 일식을 먹을 때 녹차를 곁들이는 게 좋을 때가 있는데, 아무래도 저녁이라 자제하기로 했다.
평소 1년에 다 합쳐도 술 마시는 날이 2주일이 될까말까인데 (몇 년 전부터 이렇게 됐다), 이날은 오랜만에 먹는 일식이기도 해서 간단하게 드라이한 맛이 좋은 아사히 맥주를 하나 시켰다.
맥주 애호가는 아니라 맥주맛을 잘 모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본 맥주들 특유의 산뜻한 맛이 있다.
일식이나 한식을 먹을 때는 와인처럼 오버파워링한 주류보다는 가벼운 맥주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보르도 지역에 오고나서 Fufu Ramen 이후 처음 가게 된 일식 레스토랑이었는데, 보르도 시내 테라스 자리에서 이렇게 미소된장과 아사히 맥주, 고추냉이, 간장과 함께 놓인 모둠회를 보니 기분이 묘해졌다.
회는 못해도 일부는 냉동시켰다가 해동하지 않았나 싶지만, 유럽에서 한국에서 먹는 회의 '신선함'을 기대할 순 없기에 그런대로 먹을 만 했다. 사시미 접시가 나오기 전, 서빙해 주시는 직원 분이 간장 소스를 짭조름한 간장/단맛이 나는 간장 중에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물었고, 당연히 달지 않은 간장(salty soya sauce)을 부탁했다.
서구 국가들에서 판매되는 아시안 음식은 현지 음식보다 조금 더 달거나 짜게 간을 맞추는 경우가 많은데, 간장을 비롯한 아시아 소스도 단맛이 좀 더 나는 소스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돈카츠와 야키토리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이날은 닭고기가 더 내켜서 야키토리를 먹기로 했다.
돈부리와 벤토 중 고민하다가 가격 차이도 별로 안 나고, 야채도 같이 곁들여 먹고 싶어 벤토로 주문했다.
프랑스인 친구가 주문한 오징어 요리도 맛을 봤는데, 익힘 정도는 완벽했으나 소스가 밋밋한 맛이었다.
그래서 내가 주문한 야키토리 소스에 묻혀서 먹어봤더니 그나마 좀 나아지긴 했으나, 그래도 좀 뭔가 아쉬운 맛이었다.
(친구의 입맛에도 조금 싱거운 듯하여, 내가 주문한 야키토리 소스를 일부 덜어주었다)
빻은 마늘처럼 생긴 마늘인지 유주인지 뭉친 알갱이들 같이 생긴 것을 많이 넣긴 했는데, 간장을 넣고 만든 듯한 소스가 다소 묽은 편이라 재료랑 소스가 따로 노는 듯했다.
일식에서 오징어를 먹어본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은데, 원래 일본에서는 오징어를 심심한 맛으로 먹는가 싶지만 왠지 아닐 것 같다.
내가 생각했던 야키토리는 이자카야나 투다리 같은 곳에서 볼 법한, 불향이 은은하게 나고 양념이 진하게 밴 야키토리였는데, 뭔가 마리네이드가 약하게 되었거나 마리네이드 과정이 생략된 듯한 꼬치에 꽂은 닭고기를 팬에서 달군 소스로 요리한 듯했다.
예전에 다른 포스트에서도 이미 밝힌 적이 있지만, 유럽에서 한식당에 대한 큰 기대가 없어 즐겨 가지 않는다.
일식집도 사실 비슷한데, 그래도 한식집보다는 평균적으로는 좀 더 나은 편인 것 같긴 하다 (특히 라멘, 돈카츠, 덮밥 등).
다만, 한식, 일식, 중식 할 것 없이 나만의 법칙 같은 것이 한 가지 있는데, 아시안 레스토랑에서는 되도록 디저트를 주문하지 않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유럽에 있는 다양한 아시안 레스토랑을 가봤지만, 지불한 금액이 아깝지 않을 만큼 디저트가 맛있었던 기억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게다가 아시아 사람들의 눈에는 뻔히 보이는 기성 제품들, 특히 아이스모찌 같은 것들을 전혀 납득되지 않는 가격으로 판매하는 게 일반적이고, 설령 직접 만든 디저트를 내놓는다 해도 그 맛은 그냥 그럴 확률이 높다.
기본 식사든 디저트든 질적으로 더 괜찮은 아시안 식당을 가려면 역시 더 가격대가 있는 곳을 가야 하지만, 그마저도 가격대가 무조건 높다고 해서 그에 준하는 품질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이렇게 말하고 보니 마치 와인을 고르는 것과 비슷한 것 같기도..?).
⚠️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지만, 화장실은 정갈함, 깨끗한 위생으로 유명한 일본 문화의 이미지와 달리 충분히 현지화된듯 보였다(?).
같은 길목에 위치한 2호점
Annexe du Café Japonais라는 이름의 2호점이 같은 거리에 있는데, Saint-Jullian 광장 바로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1호점보다 좀 더 카페나 바의 느낌이 더 나는데, 기본적으로 메뉴는 동일한 것 같지만 내부의 분위기도 조금 다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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