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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Europe

보르도 시내 라멘 맛집 FUFU Ra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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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 시내 중심에 위치한 Fufu Ramen은 경기가 안 좋아지기 전 오후 4, 5시쯤부터 거의 매일 같이 앞에 줄이 길게 서 있던 라멘 전문 일식집이다.

보르도 현지인들 뿐만 아니라, 프랑스인이 아닌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사실 이곳은 작년부터 여러 번 갔었는데, 초반에는 라멘과 교자, 카츠 위주로 먹다가 언젠가부터 그냥 시도해 봤던 일식 볶음밥인 차한(chahan: チャーハン)에 꽂혀서 보르도 시내에 나갈 때 종종 들러서 두 개씩 싸온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보르도 여행 시 라멘이나 카츠동 같은 것들이 생각날 때 가볼 만한 보르도 시내 중심에 위치한 Fufu Ramen을 소개한다.


Fufu Ramen 입구. 원래는 입구 앞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었는데, 작년 말, 오래 초쯤부터 지나갈 때마다 손님 수가 줄은 것 같았다.

처음 이곳을 가게 된 건, 보르도 지역으로 이사 오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일이 있어 보르도에 있는 한 작은 호텔에서 머무는 동안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일식집을 찾아보다가 매우 긍정적인 리뷰(단순 별점이 높은 걸 보는 게 아니라, 시간 여유만 되면 리뷰들을 골고루 읽어본 뒤 참고한다)가 많은 한 곳을 찾게 되었다.

마침 호텔에서 멀지도 않아서 당시에는 Uber Eat 앱으로 주문한 뒤 픽업하러 갔는데, 따끈하게 포장도 잘 되어 있었고, 1인분 메뉴도 보기보다 양이 많아 한 번에 다 먹지 못했었다.

한 번 보면 절대 잊기 어려울 것처럼 직관적이고 쉬운 이름. 역시 레스토랑 이름은 쉬울수록 좋다(?).

Fufu Ramen은 그 이름에서 볼 수 있듯, 원래 라멘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위 사진의 왼쪽에 보이는 창은 항상 열려 있는데, 여기를 통해 포장 주문을 전달받는다.

전에는 저녁 시간대 가면 배달기사의 픽업을 기다리고 있는 주문 봉투들이 한 줄로 나열되어 있었는데, 최근에는 배달 서비스를 중단한 것 같아 포장 주문이 많은지는 모르겠다.

라멘도 포장한 적이 한 번 있는데, 면을 따로 분리해 달라는 요청을 깜빡해서 면이 퉁퉁 불었던 적이 있다 (그래도 맛은 있었다).

전에는 Uber Eat 앱으로 주문 가능했는데, 언젠가부터 앱에서 사라진 걸 보니 더이상 우버 배달 서비스를 하지 않는 것 같다.
손님들이 없는 사이 구석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직원으로 추정되는 분만 있었다.

겨울에는 문이 항상 닫혀 있지만, 여름 시즌에는 거의 항상 열려 있다.

사람들이 많은 시간대에는 모든 좌석이 꽉 차 있고, 요리하는 직원 분들도 여러 명이 있는데 이 날은 오후 5시쯤에 갔더니 손님이 한 명도 없어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 않고 주문한 음식을 받을 수 있었다.

이곳은 일주일 내내 오전 11시 30분부터 저녁 11시까지 영업하는데, 최근 들어 프랑스에서도 점점 일주일 내내 영업하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이 날은 오픈키친에 요리하는 분이 한 분만 보였다. 평소 오픈키친 앞 자리들이 꽉 차 있을 때가 많은데 라멘집인만큼 겨울엔 정말 문전성시를 이룬다.

Fufu Ramen은 입구 좌측에 있는 계산대에서 주문을 하면 바로 직원분들끼리 일본어를 섞어 주문 정보를 소통한다.

실제 일본인이 운영에 참여하지 않나 추측해 보는데, 생각보다 유럽에서 일본인이 직접 운영하는 일식집이 그리 많지 않다.

보통 한국인을 비롯해 중국인 등 다른 국적의 아시아인들이 일식집을 운영하는 경우가 더 흔하다.

 

이곳은 오픈키친 구조로 되어 있어 손님의 입장에서 위생적으로 신뢰를 하고 먹을 수 있다.

특히 겨울에는 키친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라 더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볼 수 있는데, 항상 포장 주문만 했지만 이번 겨울에는 현장에서 그 생동감 있는 분위기 속에서 직접 먹어보고 싶다.

라멘, 탄탄멘, 야키소바, 교자 등 다양한 메뉴가 있다.
나는 기본 라멘, 차슈멘, 탄탄멘을 먹어봤는데 다 맛있었지만 차슈멘과 기본 라멘이 더 입맛에 맞았다. 이외에도 야사이라멘, 히야시 추카(야채, 계란, 닭, 해조류 등과 면을 넣은 면 샐러드), 야키소바가 있다. 실제 주문한 음식과 웹사이트에 있는 사진이 크게 다르지 않다. 출처: Fufu Ramen

이번에는 라멘을 주문하지 않았지만, Fufu Ramen의 라멘은 육수도 깊게 우린 맛이 날 뿐더러, 라멘 면과 차슈(돼지고기)의 양도 굉장히 푸짐하다.

죽순과 부드러운 반숙 계란도 완벽하게 조리되어 아주 만족스러운 라멘을 먹을 수 있다.

토리야키소바(닭고기), 에비야키소바(새우), 야사이 야키소바(야채), 돈부리 돈카츠, 돈부리 에비프라이(새우튀김덮밥),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돼지고기와 완두콩, 계란을 넣고 만든 일본식 볶음밥인 차한(🧡)이 있다. 출처: Fufu Ramen

차한은 예전에 그냥 궁금해서 한 번 시도해 볼 생각으로 큰 기대 없이 시켰는데, 라멘용 차슈 남은 고기들을 왕창 때려 넣고 만든 JMT 볶음밥이었다.

게다가 안 그래도 완두콩과 생강(특히 초절임) 성애자인데, 두 재료 모두 많이 들어 있고, 계란을 넣은 아시안식 볶음밥이 한 번씩 당길 때 사다 먹으면 그 만족감이 엄청나다. 단지 계속 먹다보면 볶음밥의 특성상 촉촉함보다는 건조한 느낌이 있어, 따뜻한 국물이 있는 라멘과 함께 주문해서 먹으면 그 맛이 배가 될 수 있다.

출처: Fufu Ramen

이곳의 교자는 모양이 전부 일정하게 균일한 걸로 미루어보아 냉동제품을 쓸 수도 있을 것 같지만(확실하진 않다), 일단 노릇노릇 맛있게 구워 겉바속촉 맛은 확실히 있다.

그런데 문제는 가격인데, 개수 대비 값이 너무 비싼 것이다. 

현재 교자 가격이 3개는 6유로, 6개는 9유로인데, 크기가 그리 큰 것도 아니고 보통 한국의 냉동만두 사이즈인데, 물론 맛은 있지만 양 대비 가격이 너무 비싸 전에 한 번 포장해 와서 먹으면서도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었다(?).

 

사실 최근 들어 Fufu Ramen을 찾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 보이는 것도, 가격인상도 분명 작용을 했을 것 같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다들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 인상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요즘처럼 소비가 저조해지고 있는 시대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갑자기 올라버린 가격이 비록 소액일지라도 부담스러울 수 있는 것이다.

두근거리는 순간. 별로 커보이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로 한국 식당 표준 공깃밥 두 개 정도의 양이 들어있다 (후후).

아무튼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인 차한을 포장해 왔는데, 차한은 현재 11유로로 판매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10유로였는데, 1유로 인상되었지만 그래도 양이 정말 많아 1인분은 2회에 걸쳐 나눠 먹어 가성비가 끝내준다('끝내준다'는 말이 뭔가 왜 이렇게 옛날 사람 같지 허헛).

단맛보다 살짝 시큼한 맛이 더 나는 식초에 절인 생강채가 올려져 있는 차한. 이제 그릇에 옮겨 데우기만 하면 된다 후후.

생강이 충분히 많이 들어있지만, 나는 원래 덮밥을 먹을 때 초생강절임을 보통 사람들보다 많이 덜어먹는다 (🙈).

그래서 안 그래도 최근에 한인마트에 들러 초생강 두 통을 사 왔더랬다.

많은 맛집 리뷰 블로거분들한테서 보고 배워서 시도해본 한 숟가락 밀접샷.

오랜만에 먹는 Fufu Ramen의 차한은 여전히 정말 맛있었다.

오독토독 부드럽고 귀여운 초록초록 완두콩의 식감과 완벽하게 조리된 돼지고기, 달걀옷을 입힌 볶음밥에 초생강은 정확하게 취저 당한 한 끼였다.

한 입 와-앙 입에 넣으면 만족감+충만감 폭발한다.

특히 고기가 정말 많이 들어있는데, 따로 고기를 찾을 필요가 전혀 없을 만큼 그냥 아무렇게나 퍼서 먹어도 고기가 계속해서 끊임없이 나온다. 라멘용으로 사용하고 남은 차슈 덩어리들을 모아 넣은 만큼, 고기만 따로 먹어봐도 맛이 좋다.

포장 용기에 조금의 틈도 용납 안 할 듯이 꽉꽉 채워서 담아 전체 양도 보기보다 굉장히 많다.

이렇게 초생강을 얹어 먹으면 차한의 유일한 단점인 다소 건조한 식감이 확실히 개선되면서 생강의 신선한 향과 돼지고기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미소된장국까지 있었으면 정말 금상첨화 그 자체였겠지만, 이 차한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맛이었고, 저녁 따로 해 먹기 귀찮을 때 한 번씩 사다가 집에 와서 데워먹기만 하면 돼서 편하다.

2인분을 사 왔는데, 나머지 하나는 얼려놓고 다음 주쯤 다시 한번 해동시켜 먹어야겠다 (이 생각에 벌써부터 행복해짐).

📍Fufu Ramen
위치: 37 Rue Saint-Rémi, 33000, Bordeaux
보르도 시내의 "물의 거울" 기준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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