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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Europe

보르도 최초의 한국마켓 (aka. K-pop팬들의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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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다른 포스트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유럽에 살면서 한국마트나 한식당을 잘 찾지 않는 편이다.

어딜 가든 그곳에서 얻을 수 있는 신선한 현지 식재료들로 요리해서 맛있기만 하면 된다는 주의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종종 한 번씩 김치나 김, 카레소스, 양념 등이 필요할 때 들르는데, 언제 가도 갈 때마다 사람들이 참 많다.

 

PpoPpo MART라는 이름으로 당당하게 보르도 시내에 문을 연 이곳은 보르도 최초의 한국식품 전문 판매점이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오픈한 지 이제 갓 1년이 되었음에도 많은 보르도 현지인들, 특히 K-Pop 팬들이 찾는 보르도의 새로운 힙플레이스, 뽀뽀마트에 대해 소개한다.


뽀뽀마트 PpoPpo Mart

뽀뽀마트는 2023년 4월 1일 처음 오픈한 보르도 시내의 제1호 한국마트이다.

내가 보르도에서 가장 좋아하는(다양한 맛집 레스토랑이 많기 때문) 거리 중 하나인 Rue Saint-Rémi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도 매우 좋다.

보르도 지역으로 이사한 지 일 년 정도 지나고 나서 생겨, 한창 오픈 준비 과정 중에 있는 시기에 그 앞을 지나가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입구로 들어가면 왼쪽에 (진열된 표적물들을 저격해야할 것 같은 사격게임장처럼 생긴) 작은 컨테이너 형태의 계산대가 보인다.

전체적으로 임시로 지은 듯한 느낌을 내는 듯한 자재들을 사용했는데, 다분히 의도된 것 같다.

기본적으로 매우 간단한 구조의 진열대들에서 한국식 극단적 실용주의 추구 성향이 잘 드러난다.

1층은 온갖 아기자기한 과자들로 가득 차 있다. 뽀뽀마트에는 냉동제품들(1층)도 꽤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몇 가지 시도해본 것들 중에서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비비고 야채만두가 제일 맛있다. 위 사진의 우측에는 한때 고무장갑들이 사이즈, 종류별로 진열되어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저렇게 한국과 일본 스낵들로 바뀌었다.
아주 드물게 어쩌다 한 번씩 사먹는 아몬드 시리즈 옆에 라면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라면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 코너를 그냥 지나치기 힘들 것 같다. 참고로 Auchan이라는 프랑스에서 2번째로 큰 규모의 대형마트에서도 한국의 불닭볶음면을 판매하는 걸 보고 참 세상 많이 바뀌었구나 싶었던 적이 있다.

나처럼 밀레니얼 세대가 전 세계적으로 일본 문화의 영향(특히 애니메이션, 망가 등)을 많이 받은 반면, 20대 Z세대들에게는 확실히 한국 문화의 위상이 대단한 것 같다.

패셔너블, 스타일리시, 모던, 힙 등 온갖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인들의 성향 자체가 끌어올린 한국 문화에 대한 이미지는 가히 가공할 만 한데, 특히 인스타그램을 활발하게 사용하는 한국인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능력은 이미 프랑스 현지인들에게도 여러 번 들었다.

 

한국인들 미적인 분야는 뭐가 됐든 그냥 너무 잘해! 

뽀뽀마트에서 늘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이 바로 타이완 버블티 판매 코너이다. 언제 어느 시간대에 가도 대부분 줄이 길게 서 있다.

유럽에서도 한국문화에 가장 관심이 많은 나라가 바로 프랑스라 할 수 있다.

이웃나라 영국도 있지만, 실제 웹툰문화의 소비자 규모도 프랑스가 압도적으로 크며, K-Pop에 대해 열광하는 20대 프랑스인들이 드물지 않다. 10년 전만 해도 유럽에서 가장 인정받는 (아마 유일한) 아시아 문화는 일본 문화였는데, 한국인들의 영혼까지 갈아 넣는 엄청난 노력으로 이제 20대들에게 가장 핫한 문화는 한국문화가 되었다 (물론 일본 문화는 지금도 여전히 팬들이 많다).

 

한국인들이 미용/화장품, 팝문화, 식제품, 카페,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하는 현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무작정 국뽕이 차오르기에 나의 애국심의 온도는 쉽게 끓고 쉽고 하는 재질이 아닌 것 같다.

얼마나 열심히 갈아 넣고 만들어낸 결과라는 걸, 또 그렇게 과열된 무한경쟁으로 사람들의 피로도 대신 얻어낸 결과인 걸 알기에, 국가의 위상이 올라간 사실이 좋기도 하면서도 국가의 발전을 위해 희생된 개인들의 삶을 생각해보면 또 한편으론 씁쓸해지기도 한다.

과자 중에서도 초코송이를 좋아하는데, 혼자 있을 땐 되도록 과자를 안 먹으려 하는 편이라 자제력을 발휘해 그냥 지나쳤다 (잘했어, 내 자신💧)
저 과자 상자들을 다 비워내고 나면, 왠지 초당두부가 물에 잠긴 채 들어있을 것만 같다(?)

묘하게 투박한 느낌인데, 완벽한 정렬 상태로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어 마음이 편안해지는 듯한 과자 진열대.

형형색색 눈길을 이끄는 과자 패키지는 캐릭터가 그려져 있을 때 더 판매율이 높은가보다(?).

항상 사람들 줄이 길게 서 있는데 기다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향이라 아직 가보진 않았지만 조만간 한 번 꼭 시도해볼테다.

입구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있는 타이완 버블티 브랜드 Xing Fu Tang.

보르도 현지인들과 이야기해 보면, 이곳은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핫한 장소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 같은데, 대단히 성공적인 전략이지 않았나 싶다.

이날 들렀던 Café BRAZZA의 여자 사장님도 나한테 여기 버블티 가봤냐며 꼭 한 번 가보라고 강추해 주신 곳이기도 하다.

입구 근처 유리 진열대 안에 종류별로 다양한 한국산 화장품들을 진열해놓았다. 프랑스도 미용에 엄청 관심이 많은 나라인데, 한국 화장품이 특히 독하지 않고 순해서 좋다는 프랑스 여인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들은 적이 꽤 여러 번 있다.

역시 계산대 근처에는 새콤달콤, 사탕, 껌 등 온갖 간식거리를 놓아야 제맛이다(?).

불량식품에 관심이 전혀 가지 않는 나는 절대 사지 않는 것들이지만, 내 순서를 기다리면서 화려한 패키징 디자인을 구경하는 재미는 쏠쏠하다.


생레미 거리 Rue Saint-Rémi

10대, 20대 프랑스 청소년들이 많이 찾는 뽀뽀마트. 매장 한 켠에 K-Pop 뮤직비디오 영상을 항상 틀어 놓는데, 그 화면에 시선을 뺏긴 채 넋을 놓고 보고 있는 어린 친구들을 보면 내색은 전혀 안 하지만 속으론 엄청 귀엽다.

안 그래도 모로코, 인도, 스위스, 일본 등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판매하는 맛집들이 줄줄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소중한데, 이렇게 보르도 시내 최초의 한국마트가 생기면서 생레미 거리는 더욱더 특별해지지 않았나 싶다.

겉으로만 봐서는 한인마트라고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노란색만 보이는 뽀뽀마트. 중국마트였으면 분명 어딘가에는 붉은색이 있었을 것 같다(?).
이렇게 큰 창 전체를 저렇게 마트 이름으로만 가득 채우는 건 굉장히 과감한 시도라고 생각된다.

물론 전혀 상관없겠지만, 참고로 프랑스어로 큰 볼일을 보는 행위를 "popo [뽀뽀]"라고 한다.

그리고 그 행위로 인한 결과물(?)은 "caca [까까]"라고 한다.

뽀뽀마트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가면 Rue Sainte-Catherine거리가 나오고 바로 우측에 갤러리 라파예뜨(Galeries Lafayette) 백화점이 있는데, 요즘 경영난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다(백화점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고 한다).


집에 도착해서..

일반 대형마트에서도 생강초절임을 판매하지만 이곳에서 사는 게 더 가성비가 좋아 한 번씩 들를 때마다 두 통씩 사온다. 500g 종가집 포기김치 가격은 7유로(털썩).

뽀뽀마트는 2층도 있는 나름 꽤 규모가 있는 마트인데, 2층에서는 필요한 물건들을 둘러보는 데 몰입하다가 그만 사진 찍는 걸 깜빡해 버렸다.-_-

2층에는 특히 각종 양념, 소스류가 많이 있는데, 참기름과 간장을 산 적이 있다.

한 번은 아이용 보리차 티백 세트를 샀었는데, 사고 나서 보니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보리차 정도야 별일 있겠나 싶어 그냥 다 마셨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김이나 한 번 사볼까 하고 봤다가, 양 대비 가격을 보고 거의 반사적으로 집었던 김을 내려놓았다(?).

2층에는 된장과 고추장, 간장, 각종 기름을 비롯해 정말 다양한 소스들이 있는데, 한국 제품들 외에 일본, 태국, 중국 양념들도 웬만한 건 다 있다. 과자도 비스킷, 찹쌀떡, 봉지과자 등 종류도 많은데, 1층에 비해 좀 더 섬세하고 고급진(?) 느낌의 상자에 들어 있는 과자들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한국인들에게 덜 알려진 유럽 문화에 대해 위주로 소개하고 싶은 의도로 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번 포스트는 보르도 "최초"의 한국마켓이라는 의미에서 작성해 보게 되었다.

프랑스 전체에서 가장 한국인들이 많은 파리는 한식당도 꽤 많고, 한국식품을 판매하는 가게들도 많다고 알고 있는데, 파리에 비해 귀여운 규모인 보르도에서 한국제품 전문 판매점이 이렇게 시내 중심에 위치하게 된 것 자체만으로도 프랑스 현지에서의 한국문화에 대한 인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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