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역대급으로 더운 6월을 맞이했다는 나라들의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는 와중에 보르도 지역은 아직까지는 30도가 넘지 않고 있다.
요즘 최고 낮기온 20도 초중반인 상태라(다음 주도 월, 화요일 잠깐 30도를 웃돌다가 나머지는 최고기온 23~25도 정도이다), 도시를 돌아다니기 딱 좋은 날씨이다.
이번 주 시간을 맞춰 하루 날을 정해 혼자 보르도 시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는데, 별로 대단한 걸 안 하고 돌아만 다녀도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도시는 런던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강력하게 추천하는 특정 맛집 정보보다는, 보르도 시내에서 특히 더 매력적인 거리들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하고, 아직 무덥지 않은 선선하면서 맑은 날의 보르도 시내의 분위기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Sainte-Catherine 거리
보르도 시내의 대표적인 메인 쇼핑거리가 바로 생트카트린느 거리(Rue Sainte-Catherine)이다.
웬만한 여행지들의 대도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대거 입점해있는데, 패션, 화장품, 전자기기, 스포츠 용품, 식품(차, 초콜릿, 지역특산품 등) 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작은 레스토랑이나 카페, 포장전문 식당들도 있다.
생트카트린느 거리를 갈 때 나는 사실 직접 현장에서 구매를 하는 목적보다는 단순히 아이쇼핑(애플 매장 등)을 할 때가 더 많은데, 그 마저도 잘 안 가게 된다.
Fnac에 전자제품을 알아보러 갈 때도 매장에서 구매를 고민 중인 특정 제품을 확인하고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일반적으로 목적지를 정하고 다니는 편인데, Sainte-Catherine가 여러 다른 골목길로 이어지는 중심축 같은 큰길이라 목적지까지 가는 동선에 거쳐갈 때가 더 많다.
마치 생선가시 형태처럼 이 Sainte-Catherine 거리를 중심으로 좌우로 작은 골목길들로 이어지는데, 보르도를 여행할 때 이 길을 기준으로 동선을 짜면 효과적으로 계획할 수 있다.
개인적인 여담이지만, 보르도 시내에서도 유독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거리이다보니(서울의 명동처럼 말이다), 그냥 길 가다가 사람들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특히 외모적으로 멋쟁이들도 많고, 개성 있게 꾸민 사람들도 많아서 그냥 사람들 구경만 해도 지루하지 않게 길을 걸을 수 있다.
보르도 시내에 있는 카페들을 리서치 하다가 Black List Café라는 카페를 보게 되었는데, 리뷰들을 하나하나 읽어보았더니 굉장히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생앙드레성당(Cathédrale Saint-André de Bordeaux)과 보르도 시청(Hôtel de Ville Bordeaux)이 위치한 뻬베흘랑 광장(Place Pey-Berland)에서 나와 길을 건너면 바로 맞은편에 있다.
예전에 몇 번 근처에 갔을 때 찾아갔을 때 여러 번 문이 닫혀 있었는데, 이번에는 영업중이라 밖에서 잠시 안을 들여다봤는데 생각보다 훨씬 작고 실내 장식은 트렌디하거나 화려한 느낌이 전혀 없고 오히려 소박하고 심플한 편이어서 더 호기심을 자아냈다.
이날은 일단 위치만 확인하고 다른 곳에 갈 예정이었는데, 일단 커피를 비롯한 음료도 굉장히 맛있고, 런치도 맛있게 잘 한다는 평이 많아 조만간 점심 먹으러 한 번 가야겠다.
💛 빠생조흐쥬 거리 Rue Pas-Saint-Georges
보르도 시내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거리 중 하나가 바로 Rue Pas-Saint-Georges이다.
그리 길진 않지만, 다양한 레스토랑과 흥미로운 상점들이 알차게 들어서 있는, 보르도를 여행한다면 절대 안 가볼 수 없는 곳이다.
보르도 지역에 살다 보니 평소 다니는 곳들 위주로 돌아다니게 되는데, 이 길 하나만 해도 언젠가 가봐야겠다는 마음만 먹고 아직까지 안 가본 곳이 더 많다.
그중 장인 아이스크림으로 수많은 상을 받은 고급 아이스크림/빠띠시에 카페 Henriette & Olga, 크레프 맛집 Suzette Crêperie Urbaine 등 나중에 가볼 장소들이 넘쳐난다.
맛있는 음식과 모던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힙플레이스가 가득한 Rue Pas-Saint-Georges과 Rue Saint-Rémi 이 두 길은 보르도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꼭 가볼 것을 추천한다.
최근 보르도 시내에 불어든 푸드 트렌드 중 하나가 바로 비스킷, 도넛처럼 작은 스낵 디저트들과 샌드위치처럼 포장해서 들고 먹는 크레프이다.
프랑스도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대다수 사람들이 지출을 최대한 줄이려는 추세인데, 저가의 지출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소확행' 소비의 니즈에 맞춰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푸드 아이템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는 게 내 개인적인 분석이다.
보르도의 가장 대표적인 디저트이자, 보르도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까늘레(cannelés)는 보통 프렌차이즈 체인 브랜드들이나 레스토랑, 일반 카페, 디저트 판매점에서 볼 수 있는 정도인데, 이렇게 단독으로 깐늘레를 전문으로 하는 단일 카페는 흔치 않다.
소박하지만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이곳은 정말 딱 보르도스러워보인다.
빠흘르멍 생피에르 거리 Rue Parlement Saint-Pierre
무심코 지나가다가 나의 맛집 레이더(오로지 직감에 의존)에 신호가 들어왔다.
그래서 서둘러 사진을 몇 장 찍고 며칠 뒤 집에서 이곳을 찾아보니, 역시나 평범한 맛집은 아닌 듯 보였다.
언젠가 한 번 꼭 방문해줘야할 곳 리스트에 바로 추가되었다.
빠흘르멍 광장, L'Autre Peit Bois 티하우스/바/레스토랑
예전에 다른 포스트에서도 다룬 적이 있는 빠흘르멍 광장(Place du Parlement)은 요일 상관없이 항상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광장을 둘러싼 바와 레스토랑, 카페에 앉아 광장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즐기기에 완벽한 곳이기 때문이다.
주변에 아이스크림 전문 카페를 포함해 괜찮아 보이는 카페들이 여럿 있지만, 커피를 되도록 잘 마시지 않는 편이다 보니 일부러 *티하우스(Salon de thé)를 찾았다.
그렇게 평소 자주 지나다니던 이곳을 한 번 가보기로 했다.
✔️ 커피보다 차를 더 선호한다면?
프랑스에서는 다양한 차를 종류별로 보유하고 있는 티하우스를 "Salon de thé", "살롱 드 떼"라고 한다.
보르도 시내에는 커피 맛으로 유명한 진정한 커피 맛집 카페들이 정말 많은데, 알면서도 잘 가지 않게 되는 것은 개인적인 이유로 인해 커피를 잘 마시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르도 시내에서도 Salon de thé를 미리 알아보고 찾아가는 편인데, 보통 기본적인 블랙티, 그린티 정도를 제공하는 일반 카페에 비해 훨씬 더 다양한 종류의 차를 보유하고 있어 차를 즐기는 사람들은 프랑스 여행 시 "Salon de thé"가 쓰여있는지 확인해볼 것을 추천한다.
L'Autre Petit Bois는 영어로 옮기면 "The other small wood"로, "다른 작은 나무"를 말한다.
평소 보르도 시내를 갈 때 지나다니면서 보다가 언제 한 번 저곳도 가봐야지 했었던 곳인데, 이미 배가 부른 상태에서 가서 식사나 디저트는 시도해보지 못하고 차를 한 잔 주문하기로 했다.
이날 하루종일 걸어다니고 좀 피곤한 상태였는데, 이곳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편안하기 그지없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면서도 주변 사람들과 적당히 기분 나쁘지 않은 소음을 즐기기에 완벽한 자리였달까.
차는 보통 4.70~5.70유로 정도였는데, 차 메뉴에 확실히 흥미로운 재료들로 구성된 차들이 여러 개 있었다.
한동안 메뉴를 보다가 화이트티 중에서 들어간 재료 조합이 흥미로운 "Blanc de Chine(5.70유로)"이라는 차를 주문했다.
참고로 Blanc de Chine [블랑 드 신]은 "중국 화이트티"를 뜻한다.
코코넛이 들어가 있는데, 코코넛향은 워낙 개성이 강하다 보니 코코넛이 들어간 차는 리스크가 좀 있지만 그래도 호기심에 주문해 봤다.
이날 보조배터리를 들고나갔는데, 이상하게 충전이 되지 않아 결국 어쩔 수 없이 직원분에게 핸드폰 충전을 부탁했다.
(그러나 집에 와서 가방에 있는 짐을 빼다가 문득 100% 충전해 나갔던 보조배터리 전원을 켜지 않았다는 사실이 문득 머리를 스쳤다 🤦♀️ )
너무 친절하게 핸드폰 충전도 해주었는데, 그전에 주문해 놓고 화장실에 가느라 잠시 자리를 비워서 가방을 쳐다봤더니, 센스 있는 어린 청년 직원이 가방은 자기가 바로 옆에서 지키고 서 있겠다며 안심하고 갔다 오라고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굉장히 친절하게 서비스해 준 게 고마워서 이날도 2유로로 팁을 직접 전해주고 왔다.
아무리 경기도 힘든 세상이지만 팍팍한 요즘 세상에 일관성 있는 친절함에 2유로의 보답 정도야 지나치지 않다 싶었다.
그렇게 핸드폰 충전을 부탁해 놓고 요즘 짬짬이 틈내서 공부하고 있는 스페인어책을 펼쳤다.
부르스광장(Place de la Bourse)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 중 하나에 위치한 l'Autre Petit Bois는 오픈 시간 내내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티하우스 겸 레스토랑 겸 바이다.
겉으로 보면 소박해 보이지만, 안에 들어가면 꽤 독특한 분위기로 장식해 놓았는데, 프랑스보다 영국에서 다 잘 볼 법한 분위기였다.
내부에 큰 인공 나무 장식도 있고, 화장실이 있는 내부 벽 쪽에도 수많은 사진과 이미지들을 붙여 놓은 실내 장식이 독특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조명이 별로 없고 좀 어두웠어서 그런지 모두 초점이 어긋난 버려 사진을 몇 개 건지지 못하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한 번의 차 경험으로 이곳을 무조건 추천하기에는 애매하다.
단지 이곳에서 일하시는 직원분들 모두 친절하게 응대해 줬던 것만은 확실하다. 당분간은 방문 예정이 없지만 (그전에 가봐야 할 다른 곳들이 너무 많다) 다음에 가게 되면 그때는 점심을 먹으러 한 번 가봐야겠다.
부르스 광장 Place de la Bourse
보르도의 상징적인 "물의 거울" 바로 맞은편에 있는 부르스 광장이다.
Rue Saint-Rémi [생레미 거리]로 바로 이어지는 부르스 광장은 가장 '보르도다운' 멋이 드러나는 장소 중 하나이다.
언제 지나가도 항상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장소인데, 파리와 마찬가지로 오스마니안 건축의 특징이 잘 살아나는 보르도 시내의 고풍스러운 건축물이 상징적이다.
+ 보르도 지역 날씨 이야기
프랑스는 나라가 큰 만큼 지역별로 날씨 차이가 많이 나는데, 특히 남부는 파리를 포함한 북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조량이 더 많은 편이다.
프랑스 남서부의 대표적 도시 중 하나인 보르도는 최근 들어 예전에 비해 비 내리는 날이 많아졌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내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올해 6월은 세계 곳곳에서 역대급 기록적인 더위라고 하는 기사들을 연달아 접하게 되는데, 보르도 지역은 그렇게까지 크게 더운 날은 아직까진 없었다. 물론 7월~8월에는 더워지겠지만.
원래는 여름에도 크게 덥지 않고 겨울은 크게 춥지 않은 온화한 기후로 유명했던 보르도 지역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름 평균온도가 26도 정도였다고 기상통계자료를 본 적이 있는데, 기후온난화의 영향으로 여름에는 30도 후반대까지 올라가는 날들도 있게 되었다.
'Life in Europ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르도의 정갈한 일식 레스토랑 Café Japonais (40) | 2024.06.24 |
---|---|
보르도 최초의 한국마켓 (aka. K-pop팬들의 성지) (70) | 2024.06.23 |
보르도 시내 라멘 맛집 FUFU Ramen (44) | 2024.06.21 |
마음이 따뜻해지는 보르도 카페, CAFÉ BRAZZA (30) | 2024.06.20 |
매장 꾸미기에 진심인 각양각색의 보르도 시내 상점들 (31) | 2024.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