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 시내에 처음 갔을 때 내심 꽤나 놀랐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프랑스 남동부 지역의 분위기와 매우 달랐기 때문인데, 특히 대다수 상점들이 너무나 모던하고, 트렌디하고, 너무나 센스 있고 고급스럽게 장식된 것이었다.
이탈리아와 가까운 남동부가 이탈리아 건축 영향의 흔적도 많이 남아있고 휴양관광지 느낌이 물씬난다면, 남서부는 좀 더 도시적인(urban) 도시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특히 쇼핑할 맛이 날 만큼 감각적인 실내외 디자인을 볼 수 있는 보르도 상점들 몇 곳을 훑어보도록 한다.
보르도 시내 "Histoire d'y Voir Junior Opticien pour enfants"이라는 아동용 안경과 선글라스를 판매하는 곳이다.
아이들만을 위한 안경과 선글라스 전문 판매점은 사실 보기 드문 것 같은데, 이곳은 접근하기 좋은 곳에 위치해 있을 뿐만 아니라, 실내 장식에도 굉장히 진심인 안경점이다.
올해 봄부터 이렇게 꽃과 새, 자연을 모티프로 하여 전체 실내 장식을 새단장한 것 같은데, 지나갈 때마다 생기 넘치는 분위기로 인해 개인적으로 전혀 이곳에 들어갈 일이 없지만 종종 멈춰서 안을 구경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사물과 그림, 장식들은 모두 갖다 모아놨는데, 운영하시는 여자 사장님이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전체 색감이나 꾸미지 못했을 것 같아 보일 정도이다.
특히 어떻게 주변에 새와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새집+아동용 선글라스 조합을 생각해낼 수 있었는지 정말 참신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이 상점의 창가에 진열된 것만 봐도, 초록색으로 깔린 잔디의 땅 위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꽃나무들, 그 사이사이 파스텔 컬러로 솟아 있는 귀여운 새집들 사이 마치 (안)숨겨진 선글라스 찾기를 하는 듯한, 어른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감성이 신선하다.
"PEPITE COOKIE 🍪 "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포장 쿠키 및 아이스크림 판매 전문 판매점이다.
보르도에 작년부터 갑자기 우후죽순 귀여운 내외부 인테리어로 지나가는 이들을 유혹하는 쿠키 판매점들이 많아졌는데, 개인적으로 경기가 안 좋다 보니 투자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간식거리를 판매하는 곳들이 많아지는 게 아닌가 합리적인 의심을 해본다.
예전에 한 포스트에서 보르도 시내 케밥 맛집으로 다뤘던 "Chez Anatole" 바로 옆집에 생긴 곳이다.
오래된 역사의 흔적이 묻어나는 보르도 전통 석조건물과 오프화이트 브랜드 컬러의 조합에서 과거와 현재의 묘한 조화를 엿볼 수 있다.
한 입 베어먹은 쿠키 로고만 이곳저곳에 보이는 매우 단조롭고 직관적인 디자인은 굳이 복잡할 필요 없는 쿠키라는 아이템에 적합할뿐더러, 조잡해 보이지 않아 단순함이 주는 묘하게 고급스러운 느낌도 있는 듯하다.
여담이지만, 보르도 시내뿐만 아니라 프랑스는 점점 QR코드로 메뉴나 상점의 기본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그러고 보면 유럽 대륙은 새로운 과학기술의 적용에 늘 보수적인 편이었는데, 최근 들어 프랑스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동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수많은 웹사이트들의 개발 상태를 보면... 그냥 말을 아낀다)
보르도 시내의 주요 거리 중 하나인 Rue Pas-Saint-Georges [빠생죠르쥬]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보르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는 Michel's라는 바/레스토랑이다.
오후 시간에는 주로 테라스 자리에서 맥주나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보르도 시내에 오래전부터 존재하는 곳이라고 한다.
주변 다른 곳들에 비해 특유의 독특한 그린 컬러 페인트와 레드, 화이트 라인이 교차로 나타나는 차양이 톡톡 튀는 Michel's의 차양 밑부분에 붉은 조화 장식과 대나무살을 엮어 만든 장식물을 일정한 간격으로 걸어두었다.
바로 옆에 있는 L'Eau de Cassis Lab이라는 매장인데, 매장 DP를 꽤 자주 바꾸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이전 장식이 훨씬 더 아름다웠다고 생각하는데, 봄으로 바뀌면서 형광컬러의 향이 나는 캔들들로 새롭게 꾸몄다.
그전에는 화사한 꽃들로 가득가득 채워놓았었는데, 시즌마다 밀어주는 컬렉션 향의 노트에 따라 데코도 바뀌는 것 같아 보인다.
이 향수 브랜드는 항상 전체적으로 블랙 페인트에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로 장식하는 것이 시그니처이다.
한 번도 제품을 구매한 적은 없지만(나는 일부러 되도록 향수 사용을 자제한다), 이 근방을 지나갈 때마다 화려한 매장 장식에 꼭 한 번은 눈길이 가게 되는 매장이다.
보르도 시내에서 내가 좋아하는 Rue Saint-James 거리에 위치한 Marconi Stanislas Lionel이라는 아트 갤러리이다.
Marconi라는 이탈리아 남자 이름, Stanislas라는 슬라브계(폴란드 등) 남자 이름, Lionel [리오넬로 발음]이라는 프랑스 남자 이름의 조합이 흥미롭다.
유명한 BOOKS & COFFEE 카페의 맞은편에 있는데, 팝아트 스타일의 예술품이나 레플리카 등을 판매하는 곳이다.
이곳저곳에서 다양한 팝아트 스타일의 예술품이나 장식품을 수집하여 판매하시는 것 같았는데, 특히 미국과 일본에서 상당수 공수해오셨을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름에서부터 꽃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플러리스트 샵인 "Amour de Fleurs Bordeaux".
사실 보르도 시내에 더 아름답게 장식해 놓은 플러리스트 샵들도 있지만, 어쩌다 보니 사진에 담아놓은 곳이 몇 없다.
보르도는 특히 저렇게 블루 계열이나 '잉글리시 그린(vert anglais)' 계열, 또는 보르도라는 이름에 걸맞은 버건디 와인 컬러(보르도의 영어 이름이 버건디이다)로 창틀과 문 등을 페인트칠한 곳들이 많다. 차분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석조건물과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컬러이지만, 거부감 없이 묘하게 고급스러운 조화를 이룬다.
보르도 시내에는 네온사인 하나 없이도 충분히 예쁘고 눈에 띄게 매장 외관과 내부를 장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곳들이 참 많다.
물론 그만큼 일일이 하나하나 사람의 손길이 닿은 정성스러운 작업이 수반될 수 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더 튀어 보이기 위해 길거리 중심을 막는 크고 화려한 배너와 간판, 현수막들이 여기저기 놓여진 풍경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보르도의 상참들은 여기저기 저마다의 개성을 표출하면서도 조화롭게 상권을 이루며 공존하는 모습이 신기해보이기까지 하다. 저마다 안팎으로 한껏 꽃단장을 했음에도 거리를 걸으며 상점들을 구경할 때 조잡스럽거나 지저분하고 정신없는 느낌이 없어 좋다.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 쇼핑을 그리 즐기지 않는 이들에게도 분명 보르도 시내의 상점들은 지루할 틈 없이 구경하는 재미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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