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나도 모르는 사이 파열된 상태로 방치되었던 발목 인대 문제로 인한 발목과 무릎 불안정성으로 인해 한동안 유산소 운동을 최대한 자제했었다. 작년 인대 봉합 수술을 하고 나서 재활운동 단계를 거쳐 올해는 다시 제대로 종합적으로 운동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한국에서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자마자 친구 한 명과 같이 등록한 뒤 한 달에 1주일도 채 안 나간 뒤로, 단 한 번도 다닌 적이 없는 피스니스 센터.
그렇게 5월 초부터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가보는 짐에 다니기 시작해서 이제 갓 한 달이 지났다.
지난 4주 동안 나름 일주일에 5회는 가고, 아무리 바빠도 4회는 가려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나의 첫 유럽에서의 유럽 짐 한 달 다녀본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 탈의실: 시작이 반임을 실감하는 장소
여기까지 오면 오늘 운동의 반은 한 거다! (불끈) 💪
여기까지만 도착해도 일단 심리적으로 그날 운동의 30%는 이미 했다고 봐도 될 것이다.
바쁘거나 귀찮거나 그냥 짐에 갈 동기력이 떨어지는 날, 어떻게든 물과 짐을 챙겨 짐 가방을 들고 나와서 입구까지 도착만 하면 또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달라진다.
📆 다양한 무료 수업과 자기만의 운동
내가 다니는 UCPA Bordeaux에는 담당 선생님의 지도 하에 45분 동안 진행되는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보통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주(지난 6월 1일은 UCPA 보르도 지점 1주년 이벤트가 있어서 루프트탑에서 DJ 공연도 있고, 여러 종류의 스포츠 프로모션 이벤트가 있었다)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 유산소 운동, 웰빙 운동, 근력 강화 운동의 세 가지 카테고리로 다양한 수업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짐의 웹사이트에서 매주 운동 카테고리(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 웰빙 운동)를 선택하면, 날짜, 시간별로 참여 가능한 수업이 다음과 같이 표시되어 있다.
한 달 무제한 팩에 이러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비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보통 수업마다 인원수가 제한되어 있어 한 번에 3개까지만 예약이 가능하다(시간만 맞추면 하루에 3개의 수업, 혹은 그 이상까지 들을 수 있는 건데 이런 경우는 아마 없지 않을까 싶다).
크로스트레이닝을 포함해 특히 인기가 많은 수업들은 예약이 빨리 차서 미리 날짜적 여유를 두고 예약을 해야 한다.
최근 필라테스 수업도 한 번 들어봤는데, 가끔 한 번씩 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
내일은 또 새로운 근력 운동 프로그램을 예약해 놓아서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둑흔둑흔).
다양한 MATRIX사의 기구
🦵 레그 프레스
유럽에 와서도 꾸준히 집에서 홈트와 요가를 했는데, 홈트만 할 때는 4kg, 5kg, 10kg 덤벨만 썼었다가 짐에서는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다양한 덤벨과 케틀벨, 디스크, 바 등 온갖 웨이트 기구들이 여기저기 있어 정말 편리하다.
최근 케틀벨 운동의 장점에 대해 깨닫고 나서 12kg 케틀벨도 하나 구매했다(헤헷).
레그 프레스는 처음에는 크게 힘든 느낌이 없다가, 3세트 정도 하고 나면 허벅지와 엉덩이에 바로 느낌이 온다.
마지막 세트를 끝나고 나면 허벅지 앞쪽에 자극이 많이 간 느낌이 있는데, 당일날 보다 그 다음날 근육통이 오게 만드는 기구이다.
이것도 프랑스에 오고 나서 처음 사용해 봤는데, 지금은 익숙해져서 하체 운동을 하는 날은 꼭 넣어준다.
❣️ 최애 기구 중 하나, Hip abductor 기계
사람들이 별로 없는 날 운동하고 싶을 땐 일요일 오전이 단연 최고다.
주중에는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 속에 나도 운동하면서 얻어지는 동기 부여 측면이 긍정적인 반면, 주말에는 조용히 한 주를 마무리하는 느낌으로 운동을 최대한 즐길 수 있어 좋다.
지난 일요일 오전, 크로스 트레이닝 수업을 마치고 혼자 몇 가지 기구를 썼는데, 참지 못하고 다시 가서 몇 세트를 하고 온 힙 업덕션/어덕션 운동.
짐에 다니기 전에도 유튜브로 운동 영상들로 많이 접해보아서 이미 내적 친밀감(?)이 생겼었던 힙업덕션 기구가 보면 왠지 모르게 그냥 반갑다.
다리 안쪽, 바깥쪽 근력도 강화할 수 있지만,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고 골반을 뒤로 빼면 엉덩이 근력 강화까지 제대로 할 수 있는 멋진 기계이다. 운동하는 것도 은근 재미가 있는데 왜 그런진 정확히 설명을 못하겠다. 🤔
다리를 바깥으로 벌리는 것을 외전(abduction), 다리를 안쪽으로 모으는 것을 내전(adduction)이라고 하는데, 외전의 경우 꽤 무거운 무게까지 해낼 수 있게 된다. 나는 둘 사이 무게 차이가 약 2배 정도 차이 나는 것 같다.
처음에 혼자 시도해 봤을 때, 다리가 벌어지는 자세에서 묘하게 굴욕감(수치플)을 느꼈지만 금세 적응이 되어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오히려 이제는 익숙해져서, 필요에 따라 다리가 더 넓게 벌려지는 각도로 해놓고 조금 더 딥하게 기계를 즐기게 되었다(?).
짐에서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도 여러 번 실감하지만, 정말 요가를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든다.
짐에 다니면서 생긴 긍정적 변화들
스트레스 해소 + 정신력 강화
역시 가장 효과적인 스트레스 관리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대로 몸을 움직이고, 다양한 액티비티를 습관처럼 하는 거다.
신경 쓰는 일이 있다가도 짐에서 운동하는 동안은 오로지 운동하는 순간에 몰입하고, 짐을 나올 때는 그래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안 든 적이 없다.
스트레스가 풀리는 효과뿐만 아니라, 스스로 자발적 의지로 짐에 가서 그날의 힘든 세션을 모두 끝내고 나왔을 때의 작지만 차곡차곡 쌓이면 무시할 수 없는 작은 성취감으로 자기 효능감까지 향상시켜 준다.
또한 운동을 하면서도 정말 당장 멈춰버리고 싶을 정도로,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게 되는 힘든 순간들이 있는데(이럴 때 내 영혼을 최대한 행복한 장소로 보내는 상상을 한다), 한편으론 그 순간이 아무리 힘들어도 삶의 어려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 이상하게 또 극복이 된다.
또 그렇게 목표로 한 운동 계획을 실천으로 옮기는 '인내의 과정'에서도 자기 절제감, 통제감을 느끼면서 내가 내 삶의 주인인 것을 자각하게 된다.
이게 별것 아닌 것 같아도, 현대인들이 경험하는 만성적 스트레스와 불안은 자신 삶의 주체가 자기 자신이 아닌 듯한 느낌을 받을 때 많이 생긴다.
체력 강화
일상에서도 은근히 체력이 필요한 일들이 있는데, 확실히 내 기본 체중 위주로 집에서 홈트 할 때랑은 또 다른 체력 강화를 실감하고 있다.
무거운 것을 들거나 옮길 때나, 심지어 정원 잔디를 깎을 때도 확실히 예전보다 더 쉽게 미션을 수행할 수 있게 된 듯해서 나름 뿌듯하다.
몸의 체구를 키우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지만, 전체적인 체력의 퍼포먼스를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이기에 앞으로도 짐을 다니면서 동시에 집에서 요가와 스트레칭도 꾸준히 해주면서 균형을 맞춰갈 계획이다.
유럽에서 짐에 다니는 의외의 장점
👀 시선으로부터의 자유
한국인의 대다수는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럽에서 짐에 다니면서 내가 딱 붙는 레깅스나 탑을 입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나도 신경 쓰지 않아 너무 편하다.
한국 헬스장에서는 몸매 실루엣이나 복장, 어떤 운동을 하는지 등을 서로 의식하는 조용한 스캐닝이 많다고 들었는데, 그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서 좋다.
🧼 위생 관리 문화
위생적인 것도, 기구, 덤벨, 요가매트 등 운동 물품들을 사용하고 나서, 항상 다음 사람을 위해 구비된 단단한 휴지와 표면 세척제를 사용해 자신의 땀과 흔적을 지우는 문화가 잡혀있다.
그래서 나도 항상 다음 이용할 사람이 안심하고 기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운동 후 내가 손 댄 곳들을 모두 깨끗하게 닦는다.
또한 탈의실에서 보면 다들 짐에서 신을 용도로 따로 가져온 운동화로 갈아신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어 안심이 된다.
🙅♀️ 진상 출입 금지
마지막으로 진상짓 하는 사람들을 볼 일이 없다.
건물에서 근무하시는 가드 분들이 계시는데, 1층 QR 코드를 찍고 들어가는 입구에서도 항상 한 두 분이 서 계시고, 평소에도 건물 여기 저기를 순찰돌듯 돌아다니면서 별 일 없나 살펴보신다.
게다가 서로 매너를 갖추고 공간 활용도 독점하거나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사람을 아직까지 한 번도 못 봤다.
심지어 운동하는 공간에서 전화 통화하는 사람도, 딱 한 번 스페인어로 통화하신 스페인인으로 추정되는 아저씨 외에는 아직까진 못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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