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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Europe

보르도 지역 내 프렌치 요리가 아닌 레스토랑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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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 지역에 오고 나서 맛있는 나름 다양한 스타일의 레스토랑과 비스트로, 카페, 바를 다녀봤는데 아쉽게도 갈 때마다 매번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기지는 못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정통 프렌치 퀴진이나 전형적인 유러피안 요리가 아닌, 아메리칸 스타일, 모로코인 사장님이 만드시는 케밥, 캄보디아인 요리사가 만드는 동남아시아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 힙한 모던 카페 KOKOMO CANTINE

KOKOMO CANTINE.

원래 KOKOMO Café라는 이름으로 보르도 시내 중심에 있었을 때 여러 차례 가봤었는데, 갈 때마다 테라스 자리, 실내 자리 모두 잡기 어려웠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있었는데, 지난 달 우연히 보르도에 갔다가 예전 있던 위치와 꽤 멀리 떨어진 구역으로 이전한 듯 보이는 KOKOMO CANTINE을 보게 되었다. 완전히 없어진 줄 알았는데, 그 이름을 보니 내심 반가워 사진을 후다닥 찍었다.

온라인에 찾아보니 KOKOMO 이름으로 보르도 시내에 몇 군데의 레스토랑/카페를 운영하는 것 같아서 정확히 이곳이 새로 오픈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같은 계열인 것 같긴 하다.

신선한 샐러드를 곁들어 먹는 치즈 토스트. 토스트 위에 잘게 부순 시금치 토핑을 올린 건 처음 봤지만,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서 바로 납득이 갔다.

보르도에는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브런치, 런치 전문 카페/레스토랑이 정말 많은데, 그중 가장 잘 알려지고 인기가 많은 곳 중 하나가 바로 코코모Kokomo이다.

누가 봐도 '힙플레이스' 분위기를 맘껏 발산하는 이곳은 특히 전형적인 아메리칸 스타일의 음식을 유러피안의 취향에 맞게 (개선한) 바꾼 소박하면서 정이 가는 음식을 내놓는데, 특히 버거, 샌드위치 같은 메뉴를 전문으로 한다.

식사 메뉴뿐만 아니라, 디저트도 전형적 영미권 나라들의 디저트인 쿠키나 팬케이크 등을 프랑스 스타일(좀 더 작고, 덜 달게)로 재해석하여 선보인다.

보통 격식 있는 포멀한 레스토랑이나 정통 프렌치/유러피안 레스토랑은 아무것도 없는 화이트 플레이트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인데, 요즘 보르도에는 좀 더 '인간미'가 느껴지는 세라믹 소재의 플레이트를 쓰는 곳들이 점점 더 많아진 듯 하다.

매번 갈 때마다 사진으로 남기진 않았지만, 한 번은 병아리콩과 깨로 만든 hummus [후무스]에 아보카도, 비니거에 절인 상콤한 양파 절임 등을 올린 토스트를 먹은 적이 있는데 정말 맛있었다.

또한 KOKOMO는 커피를 비롯한 음료도 괜찮은데, 특히 바닐라라떼, 맛차라떼가 맛있다.


🥙 가성비 좋은 푸짐한 케밥, Oriental chez Abdel

뭔가 구글 이미지 같이 생겼지만 내가 직접 찍은 사진이 맞다.

물론 버거도 있지만, 유럽에서 가장 흔한 패스트푸드 중 하나는 단연코 케밥이다.

특히 유럽에서는 술을 많이 마시고 나서 사람들이 찾는 대표적인 과음 후, 또는 숙취용(물론 개인마다 차이는 있다) 음식이기도 하다.

보통 터키인들이 운영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며, 때에 따라 북아프리카 계열 나라의 사람들이 판매하기도 한다.

 

보르도 지역에 이사오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가론강 기준 우측 rive droite(한국어로 '강동'을 의미한다)에 위치한 소도시 중 정통 프렌치/유러피안 음식 대신 그냥 가서 가볍게 먹을 만한 곳을 찾다가 갑자기 케밥이 당겨 찾아 가게 된 곳이다.

레스토랑의 이름인 Abdel [압델]로 추정되는 남자 사장님이 직접 주방에서 혼자 요리를 다 하시는데, 처음 가서 빵이 따로 서빙되는 케밥 메뉴를 시켜 먹어보고 너무 맛있어서 "정말 맛있네요!"라고 했더니 엄청 고마워하셨다.

예쁜 그릇들만 보아도 사장님이 모로코계 분이신 걸 짐작할 수 있다. 음식의 종류에 따라 함께 서빙된 접시의 종류도 음식을 먹는 경험에 꽤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오른쪽 사진은 닭고기와 감자, 완두콩에 다양한 향신료를 넣어 만든 타진이다. 원래 모로코 타진을 좋아하는데, 타진은 기대했던 것만큼 맛있진 않았고 평소 먹던 케밥이 더 맛있었다.

보르도 시내에 있는 케밥 집들 중에 그저그런 곳들이 너무 많다면서, 자신의 요리에 대해 거만하지 않은 자부심을 갖고 계신 듯 보였다.

실제 이곳은 처음에 입구에 들어가면 포장 전문점인 것 같아 보이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꽤 여러 개의 테이블이 있다.

한창 사람들이 많은 시간대에는 전체 테이블이 다 찰 정도로 북적댄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팬데믹 시즌 이후 포장해 가는 손님들이 더 많아졌다고 하셨다.

나는 케밥 빵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일부러 빵이 따로 분리되어 나오는 메뉴가 더 좋았다. 곁들여 먹는 야채는 취향에 따라 넣는 재료와 소스를 고를 수 있다.

감자튀김도 기성제품을 사다 튀기지 않고, 직접 다 잘라서 튀겨낸다고, 냉동감자 갖다 대충 튀겨 내놓는 곳들이랑은 분명 맛이 같을 수가 없다고 몇 번을 강조하여 말씀하셨다.

평소 감자튀김을 아주 즐겨 먹지는 않는 편인데도 고기, 샐러드 야채와 곁들여 하나씩 같이 먹어주면 바삭바삭하니 맛이 좋아 술술 입에 들어갔다.

보르도 근처 Créon [크레옹]이라는 조용한 소도시의 광장 구석 골목길에 위치한 작은 동네 식당 같은 이곳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있고 포만감 있는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후미진 골목 구석에 위치한 허술하지만 가성비는 훌륭한 국밥집과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Oriental chez Abdel
위치: 3 Rue de la Gare, 33670 Créon

🌴 동남아시아 전문 음식점 L'Asie du Sud Est

태국 음식인 팟타이와 이름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한국의 닭볶음탕과 매우 흡사한 동남아시아 요리를 시켰다. 둘 다 맛있었지만, 닭고기, 감자, 죽순, 양파를 넣은 요리가 정말 맛있었다. 보통 유럽에서는 볶음밥류를 제외하고 밥은 따로 서빙되는데, 아예 밥을 넣어서 마치 국밥처럼 나오는 게 (프랑스에 살다보니) 신선하게 느껴졌다.

레스토랑의 이름인 l'Asie du Sud Est [라지 뒤 슈데스트]는 말 그대로 "동남아시아"를 뜻한다.
프랑스에는 특히 중식을 포함해 아시안계 음식점들 중 "중국집", "웍 레스토랑"과 같은 식으로 매우 원초적이고 직관적인(?) 이름을 붙인 곳들이 꽤 많다. 종종 프랑스인 친구들도 "이름 짓는 데 시간 낭비 많이 하고 싶지 않은 듯한" 느낌이라며 농담처럼 말할 정도이다.

보르도 주변의 여러 소도시 중 하나인 Camblanes-et-Meynac [캉블라네메이냑]에 위치한 동남아시아 요리 전문 레스토랑이다.

마지막으로 이곳에 식사하러 갔던 게 꽤 오래 되었는데, 처음 갔을 때 그 가성비에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상권이 크지 않고 아주 작은 소도시의 아주 작은 동네에 위치해 동네 로컬들이 즐겨 찾는 곳인듯 해보였는데, 가격에 비해 맛도 괜찮아서 일단 놀라웠고 양도 정말 많이 줘서 두 번 놀랐던 레스토랑이다.

 

실내와 야외 테라스 자리가 있는데, 야외 자리는 흡연가들이 많이 앉아서 안쪽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프랑스에선 늘 그렇듯 야외 테라스 자리는 늘 인기가 많다.

역시 아시안 레스토랑답게 주문하고 나서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 음식이 나오는데, 일단 양이 어마어마하게 푸짐하다.

처음 갔을 땐 정말 배고파서 거의 다 먹었는데, 두 번째는 맛있게 먹었음에도 양이 워낙 많아 다 먹지 못하고 남기고 올 수 밖에 없었다.

정말 한국의 닭볶음탕에 밥을 말아준 느낌이라서 묘하게 반갑기도 했던 동남아시아의 요리. 예쁜 플레이팅보단 맛으로 승부하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식재료로서 죽순을 좋아하는데, 죽순도 푸짐하게 넣어주시고 튀긴 양파 등 동남아시아 요리에서 흔히 쓰이는 재료들을 이용해 아시안인들 뿐만 아니라, 유러피안들 입맛에도 잘 맞게 요리해주시는 듯하다.

정갈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보다는 오히려 "맛있는 게 좋은 거지 뭐!"하는 극강의 실용주의적 맛 추구를 하는 이들에게 적합한 곳이라 할 수 있겠다.

 

요리하시는 남자분이 뭔가 범상치 않은 에너지가 있으셨는데, 알고 보니 캄보디아인이라고 하셨다.

자세히 이야기를 오래 나누진 않았지만 뭔가 프랑스로 와서 자리 잡기 이전, 꽤 많은 사연이 있어보이셨다.

사장님처럼 보이는 프랑스인 여자분이 나에게 조심스럽게 혹시 어디 나라에서 왔냐고 하여 한국인이라고 답했더니 굉장히 신선해하셨다.

한국인은 일단 처음 보는 것 같고, 프랑스어도 잘 해서 너무 신기하다며 (머쓱타드) 밝은 웃음으로 응대해 주셨다.

 

이곳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작고 소박한 레스토랑이지만, 갈 때마다 현지 로컬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듯 보이는 게 충분히 납득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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