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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Europe

5월, 프랑스에서의 일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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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워낙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도 많아져 다양한 플랫폼에서 그들의 일상과 삶을 공유하는 컨텐츠가 많아졌다.

그래도 문득 프랑스에서의 생활이 나에게는 익숙한 일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경험해보지 못한 유럽에서의 일상이 흥미롭게 느껴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번 포스트를 써보기로 했다.


🏃‍♀️ 주 4~5회 짐 가기

늘 사람들이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 공간인데, 일요일 저녁 시간이라, 내가 오기 전 두 사람이 운동하고 있었지만 먼저 자리를 뜨고 나만 혼자 운동하고 있었다.

이번 달부터 UCPA Bordeaux 짐에 등록해서 나름 꾸준히 다니고 있다.

오랫동안 집에서 홈트레이닝과 요가 수련을 혼자 해오다가 올해부터는 짐에도 다녀보기로 결정하고 몇 개월째 일정을 맞춰보다가, 드디어 5월 초부터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인터넷으로 찾은 보르도 내 짐들을 몇 곳 가보고, 그중에서 이곳의 제일 밝은 분위기와 다양한 액티비티가 제공되는 것에 이끌려 가격대는 제일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큰 망설임 없이 골랐다.

(안 그래도 시꺼먼 기계들을 서로 다닥다닥 붙여 놓지 않고, 공간도 넉넉하고 자유롭게 다양하게 구비된 도구와 요가매트 등을 가져다가 사용할 수 있고, 활동 공간도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나중에 찾아보니 오래전 프랑스 체육부 장관의 지도 하에 젊은 청년들의 실외 스포츠, 레저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국영 짐이라는 것을 알게 된 뒤로 더 흥미가 생겼다. 

Cross training 수업이 있는 장소. 보통 아침과 정오, 저녁 시간대에 수업이 많이 있는데, 수업이 있는 시간대에 신청자가 아닌 회원들은 그 장소를 이용할 수 없다.

처음 등록하고 나서 기계들이 참 종류도 다양하고 많은데, 아무도 따로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나 싶었지만 기계들을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니 나름 간단한 사용 방법과 운동 부위를 보여주는 그림과 글로 설명해 놓은 스티커가 하나씩 붙어 있었다.

첫 주는 그렇게 혼자서 있는 시설들과 익숙해지려고 이것저것 시도해 보면서, 기계들과 익숙해지는 시간을 보냈다.

평소에 집에서는 5kg 덤벨을 기본으로 사용하고, 특정 운동에 따라 양쪽 10kg까지 쓰기도 하는데 짐에는 다양한 무게의 덤벨과 디스크, 케틀벨 등 다양한 웨이트 도구들이 있어 속으로 너무 좋았다 🥰(얏호)

게다가 Box jump도 50, 60, 75 등 다양한 높이로 구비되어 있어, 겉으로 내색은 전혀 하지 않았지만 속으론 너무 반가웠다.

 

UCPA에서 25세 이상 성인은 무제한 피트니스(Fitness illimité) 옵션은 49유로로 제공되는데, 웬만한 짐 시설은 모두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쿼시나 골프, 실내 클라이밍 등 특정 액티비티를 제외하고는 매우 다양한 수업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다.

게다가 어디든 툭하면 휴무일인 프랑스에서 1년 내내 크리스마스 당일과 1월 1일 새해 이틀을 제외하고는 오전 7시부터 저녁 11시까지 매일 열려있다.

UCPA 건물은 꽤 넓고 큰데, Cross training 수업 때 층 하나 전체를 다같이 뛰고 오는 것으로 시작하거나 마무리할 때가 있을 정도이다.

기본 짐 시설 이용 외에 제공되는 수업들은 크게 유산소, 무산소, 웰빙(요가, 스트레칭, 필라테스, 보디 밸런스 등) 등의 몇 가지 주요 카테고리로 나뉜다. 온라인으로 자신의 계정에서 직접 날짜와 시간대에 맞춰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예약할 수 있는데, 한 번에 세 개씩만 예약할 수 있다.

그중에서 Body Pump 수업을 먼저 예약해봤는데, 그 이전에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웨이트를 달은 바를 비롯해 여러 기구들을 사용하는데, 자주 하는 것보다 가끔 한 번씩 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

처음 가서 잘 몰라 그날 수업을 들으러 온 한 사람에게 어떻게 진행되냐고 물어봤었는데, 친절하게 진행 방식을 알려주면서 "여긴 그래도 저 옆에서 하는 Cross training처럼 미친 하드코어는 아냐. 어우, 난 저거하고 나서 토했잖아 🤮"라고 했다.

토할 정도냐고 놀라서 물어봤지만, 차마 다음에 듣고 싶은 수업이 바로 그 Cross training이라고 말하지 못했다.

 

항상 지나갈 때마다 약 30명 정도의 건강하고 활력 넘쳐 보이는 사람들이 몰려 있어서 힘들어도 꼭 한 번 들어보고 싶었던 Cross training 수업은 다른 수업들과 마찬가지로 45분 동안 사실상 휴식 시간이 없어 정말 극한으로 몰아넣듯 하드코어 하게 진행된다.

'와, 진짜 여기서 더 하면 열올라서 얼굴 터지겠는데? 🌋'하면 어느새 수업이 끝나있다.

혼자 운동할 때보다 확실히 또 다른 차원의 동기 부여가 되는데, 그룹 단위로 같이 운동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워밍업으로 몸을 풀고 나서 본격적인 운동에 돌입하고 나면 약 15분만 해도 벌써 몸이 후끈해지고 (땀이 잘 나지 않는 체질임에도)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2주 전에는 처음으로 일요일 오전 10시에 Cross training 수업을 들었는데, 평일 늦은 오후-저녁 시간대에는 나름 가벼운 발걸음으로 가지만 일요일 아침 짐으로 가기까지는 평소 이상의 의지력이 필요했다.

그래도 막상 가서 열심히 하고 짐을 나오니 하루가 평소보다 훨씬 길고 생산적이게 느껴졌다.

Cross training 수업에서 종종 위의 웨이트 디스크를 활용한 동작들을 할 때가 있는데, 나는 주로 초록색의 10kg을 사용한다.

지난 일요일 오후 4시 반쯤 도착하여 1시간 반 정도 운동하고 나왔다.

평일 저녁과 달리 확실히 주말, 특히 일요일은 짐을 찾는 사람들이 훨씬 덜 많은 것 같았다.

혼자 있다보니, 이것저것 내키는 대로 다 시도해 볼 수 있어서 신나서 하나씩 해보았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저 기본 무게 20kg인 바를 목 뒤에 얹고 딥 스쿼트를 해보는 것이었는데, 드디어 이날 해보게 되었다.

워낙 많이들 하는 간단한 운동이지만, 짐 등록을 제대로 해서 다니는 건 10대때 이후로 처음이라(헛기침), 영상이나 블로그에서만 접해보던 것들 중 꼭 실제로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천국의 계단"이라 불리는 스텝밀과 hip thrust 기계, leg press, hip abduction machine 등이다.

Hip thrust machine 출처: Oui Charcuterie

한 번 수업 끝나고 크로스 트레이닝 선생님한테 어디서 hip thrust를 할 수 있냐고 물어봐서 찾아낸 위 사진과 비슷하게 생긴 hip thrust 기계.

처음엔 웨이트 없이 해봤는데, 아직 익숙해지지 않아서 그런지 10kg만 올려도 꽤 힘이 든다.

궁금해서 20kg를 올리고 해봤는데, 딱 두 번 하고 바로 내려놓았다.


🦌 집 창밖으로 동물들 구경하기

저녁 식사를 하는 사이 갑자기 나타난 사슴. 꽤 자주 있는 일이라 이젠 놀랍진 않지만 볼 때마다 너무 반갑다.

보르도는 여러 소도시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데, 가론강(Rivière la Garonne)을 기준으로 강서(rive gauche), 강동(rive droite)으로 나뉜다. 가론강의 오른쪽에 위치한 내가 사는 도시에는 특히 보르도가 위치한 강서 쪽보다 녹지대가 더 많고, 지형의 높낮이도 상대적으로 더 다양한 편이라 다양한 자연 풍경을 볼 수 있다.

더불어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새들을 비롯해 작은 도마뱀, 달팽이, 땃쥐, 두더지, 사슴, 멧돼지 등 다양한 포유류 동물들이 살고 있어 종종 반가운 그 모습을 드러낸다.


프랑스에는 지역마다 기후가 달라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동식물의 종류가 다르다.

예전에 살던 남동부 지역은 여름이 길고 매우 건조한 지중해 기후권인데, 자연에서 육지거북이나 두루미 같이 생긴 큰 새, 드물게 야생여우, 특히 도마뱀과 위험하지 않은 구렁이/뱀류를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현재 살고 있는 남서부 지역에서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새들을 볼 수 있는데, 새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너무나도 감사한 일일 따름이다.

후투티새. 영어로는 Hoopoe 또는 Upupa라고 불리는 이름도 귀여운 새이다. 출처: India Biodiversity Portal

평소 까치와 까마귀는 매일 같이 보고, rouge gorge라고 불리는 지빠귀새를 비롯해 작고 앙증맞은 다양한 종류의 새들을 볼 수 있는데, 종종 창문을 열어두면 손바닥 반보다도 작은, 작고 소중한 새들이 실수로 날아들어와 나갈 때까지 집안 창문을 열어놓아야 할 때도 있다.

 

어느 날 집 안에 있는데, 큰 통유리창 너머로 굉장히 신기하게 생긴 실루엣의 새가 집 앞에 착지해 총총 거리며 돌아다니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마치 인디언 추장처럼 화려한 깃털이 머리에 박혀 있는 매우 신기한 생김새의 새인 것이었다.

혹시라도 놀라서 달아날까 봐 집 안에서 조용히 그 모습을 관찰만 할 뿐, 아쉽게도 사진은 찍지 못했다.

인디언 추장 같은 머리 깃털이 특징인 후투티새. 날개를 쫙 펼치면 흰색과 검은색이 교차로 나타나는 화려한 패턴이 멋있다. 출처: Picture Bird

그 이름이 궁금해서 바로 구글 검색(#인디언 깃털 새)해보니, 한국에 날아오기도 하는 후투티라는 이름의 철새였다.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 서식하는 철새인듯한데, 일반적으로 알려진 철새들에 비해 굉장히 화려한 외모가 돋보인다.

평소 집에서 가만히 차를 마시고 쉬다 보면, 근처에 뻐꾸기나 딱따구리 소리도 나고 늦은 밤에는 올빼미 소리가 들리기도 하는데, 이렇게 다양한 새들이 집 앞을 날아다니고, 땅에 착지해 먹이를 쪼아 먹는 것만 봐도 그 자체만으로 마음의 평온함이 느껴진다.

멋지게 비행중인 후투티새. 출처: Birdfact
Musaraigne [뮤자레뉴]라고 불리는 땃쥐. 출처: Futura Sciences

새들뿐만 아니라, 내가 사는 동네에는 musaraigne [뮤자레뉴]라고 불리는 쪼끄만한 땃쥐도 참 많다.

동글동글한 몸에 일반 쥐보다 코가 길고 뾰족한 편이며, 눈은 쥐보다 작아 마치 유광 검은 깨 같이 생겼다.

간혹 동네 고양이들이 장난 삼아 잡아다 놓아 죽은 상태로 있을 때가 있는데 볼 때마다 참 마음이 아프다.

Musaraigne 땃쥐. 출처: Jardinier paresseux
빼꼼히 고개를 내민 작고 소중한 땃쥐. 3시간마다 먹지 않으면 사망할 수 있어 끊임없이 먹어줘야 하는 가혹한 운명을 타고났다. 출처: GUÊPE

어릴 때 오대양을 건너 정원에 동물들이 있는 집에 살 거라고 즐겨 말했다는데, 어린 꼬마이던 나의 바람은 어느새 현실이 되었다.


🥘 나름 챙겨 먹는 끼니 (feat. 냉동식품)

지중해식 재료들만 얹어 넣고 오븐이 요리해준 생물 흰생선과 Picard에서 구매한 냉동야채.

5월부터 준비할 게 많은 중요한 일들이 생겨 꽤 바빠졌다.

(그래서 블로그도 예전만큼 시간을 많이 쏟을 수 없게 되었는데, 6월부터는 어떻게 될지 아직 모르겠다)

제대로 요리 해먹을 시간이 줄다 보니 요리를 하는 게 귀찮아졌는데, 그래서 평소에는 신선한 야채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최근에는 시간 절약을 위해 냉동음식을 사서 채워놓기 시작했다.

귀찮아서 대충 준비한 재료를 셰프 오븐한테 위탁하고 일하는 사이 다 익혀지면 먹는다.

이렇게 사진만 봐도 정말 끼니를 떼우기 위해 차린 게 너무 티난다 -_-

프랑스 남서부에 오고 나서 좋은 것 중 하나가 로컬푸드가 정말 많다는 것이다.

남서부는 닭과 오리, 메추리 등 가금류 고기(volaille)가 유명한 지역인 만큼 대형마트에 가면 같은 가격에도 확실히 품질이 좋은 제품들이 많고, 특히 대서양이 가깝다 보니 해산물 소비가 많아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장은 주로 Auchan [오샹]이라는, Carrefour [까르푸]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대형마트에서 주로 보는데, 종종 근처에 있는 냉동제품 전문 대형마트 Picard [피카]에 들러 냉동야채, 살구나 사과 타르틀렛(tartelette)을 산다.

Picard는 냉동제품임에도 잘 고르면 품질이 꽤 나쁘지 않아서 한 번씩 들러 간단하게 장을 보는데, 야채를 직접 자를 시간도 아까울 만큼 바쁠 때 이용하면 좋다.

최근 Picard에서 레시피를 바꾼 듯 한데, 예전 버전 apple tartelette보다 더 맛이 좋다. 퍼프 페이스트리 반죽도 매우 얇고 가벼운 느낌이라 가끔 사다 먹는다.

매일 먹진 않아도, 가끔 한 번씩 오븐으로 저녁 식사를 준비할 때 식사에 밥이나 파스타, 감자 등 탄수화물이 적었을 때는 간단한 디저트까지 먹을 때가 있다.

위 사진은 Picard의 디저트 중 사과 타르틀렛과 함게 가장 좋아하는 사과 타르틀렛(apple tartelette)이다.

너무 달지 않고 적당히 상큼한 신맛이 나는 가벼운 디저트로 양도 적당하고 맛도 좋다.


☀️ 저녁 노을 보며 멍 때리기

집 앞에서 본 노을. 태양을 향해 빨려들어가듯 서서히 움직이는 구름과 그 사이사이 반사된 오렌지, 핑크 컬러의 칵테일 같은 하늘을 보면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

특히 프랑스에서도 아주 서쪽에 위치하다 보니, 동쪽에 비해 약 30분 정도 해가 늦게 뜨고 늦게 진다.

그래서 여름처럼 더운 계절에는 저녁 9시가 넘어도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을 때가 잦다.

그래서 저녁에 집에서 작업하다가 작업 테이블 맞은편에 있는 통유리창을 통해 매 시각 바뀌는 하늘을 자연스레 보게 되는데, 해가 질 때 하늘은 아무리 바빠도 몇 분간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을 만큼 아름다울 때가 있다.

매일 봐도 지겹지 않은 것이 바로 이 집 앞에서의 저녁 노을이다. 물론 한국의 고층 아파트에서 내려다보이는 도시 야경도 아름답지만,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매일매일 다른 하늘의 모습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다.
원래는 펜스가 없었는데 멧돼지들이 돌아다니며 하도 땅을 파놓는 바람에 주인 할아버지가 결국 펜스를 치게 되셨다고 했다. 그냥 넓게 펼쳐진 잔디밭이었으면 더 예뻤을 것 같다.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 아름다운 그라데이션 하늘.
위 사진과 다른 날 창문을 너머 찍은 사진. 창문을 닫은 채로 바깥 풍경 사진을 찍으면 실제보다 조금 더 흐리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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