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레네에서 머무는 동안 몇 차례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긴 했었는데,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겨둔 게 별로 없는 걸 보면 긴 하루 종일 산에서 있다가 내려와 씻고 맛있는 거 먹을 생각 밖에 없었나 보다.
어쩌다 보니 멤버 상관없이 일행들과 함께 식사할 때 내가 맛집 검색을 담당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마지막 날 숙소가 위치한 Luz-Saint-Sauveur의 시내에서 저녁 식사를 할 곳을 한참 찾다가 Restaurant Le BasqueToy라는 레스토랑의 음식 사진들과 방문자들의 리뷰(별점 4.6)를 확인하고 이곳으로 결정했다.
세스트레드 호수, 앙타루이 호수, 누아 호수를 갔다 온 마지막 날 저녁 7시 반으로 미리 테이블 예약을 해두었다.
참고로 피레네는 내국인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등산객들이 찾는 곳인 것에 비해 작은 마을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레스토랑의 개수도 많지 않고 늦게까지 문 여는 곳들도 많지 않아 반드시 방문 전 영업시간을 확인하고 적어도 하루 이틀 전에는 미리 테이블 예약을 해두어야 한다.
Restaurant Le BasqueToy 내부 분위기
보기 드물게 벽 대부분을 와인 컬러로 칠해놓은 레스토랑 내부.
입구를 들어가면 좌측에 작은 바 공간이 있고, 그 주변으로 테이블들이 놓여 있다.
우리는 우측 식사 공간으로 안내 받았는데, 일반적으로 프랑스에서 저녁 시간은 8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7시쯤 미리 예약해 두었더니 우리가 제일 먼저 도착한 듯했다.
메뉴를 보고 와인을 먼저 시키고, 각각 메뉴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이 하나둘씩 주변 테이블들이 차기 시작했는데, 우리 옆 테이블은 미국인으로 추정되는 관광객들이 있었다.
고요한 분위기의 길목에 위치해 있어 관광객들이 지나가긴 하지만 시끄럽진 않았다.
프랑스에서는 일반적으로 레스토랑에서 테라스 자리가 가장 인기가 많은 편인데, 이곳도 예외 없이 야외 자리에서 식사도 가능했다.
앙트레(Entrée) / 스타터
벨루떼 수프였던 것 같은데, 지금 와서 정확히 어떤 걸 넣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만족스럽게 먹었던 스타터였다.
외식할 때 보통 아주 맛있지 않으면 사진도 그렇지만, 굳이 영상까지 찍지 않는데 이 스타터는 영상까지 찍어 놓은 걸 보면 꽤나 맛있었나 보다.
프랑스에서는 수프를 먹을 때 보통 croûtons [크루통]이라고 바삭바삭하게 건조시킨 작은 큐브 형태의 빵 조각을 넣어 식감을 더한다.
그리고 겨울에는 그라인더로 치즈를 갈아 넣어 더 녹진하고 담백한 풍미를 더한다.
개인적으로 파를 비롯한 파과의 야채를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chive [차이브]를 정말 좋아한다 (프랑스어로는 ciboulettes [씨불레뜨]라고 한다).
평소에 요리할 때도 파향이 은은하게 나는 상큼함을 더하기 위해 마무리할 때 가위로 잘게 잘라 올리면 보기에도 좋고 맛도 참 좋다.
위의 수프도 오일도 더하고, 버터에 구운 크루통까지 얹은 데다가 식감도 꽤 걸쭉한 편이어서 신선한 느낌을 더하기 위해 차이브를 얹은 것으로 짐작한다.
베지테리언은 아니지만 몇 년 전부터 햄류를 비롯해 푸아그라와 같은 동물로 만든 파떼(Pâtés)류를 먹지 않기로 했다.
위 메뉴는 같이 간 일행 중 한 명이 시켰는데, 사과와 발사믹 소스 등 느끼함을 잡기 위해 더한 요소들이 눈에 보인다.
보통 레스토랑에서 푸아그라를 시키면 나오는 전형적인 플레이팅이 있는데, 저렇게 사과를 나선형으로 깎아 넣고, 빵도 저렇게 샌드위치처럼 삼각형 형태로 절단된 것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여기에도 차이브 두 줄을 넣은 걸 보면, 요리하시는 분의 차이브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메인 디쉬
안타깝게도 그 속을 무엇으로 채웠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고기를 비롯한 여러 가지 재료들과 소스로 속을 가득 채운 토끼 고기와 고구마 메쉬, 익힌 감자와 호박, 파프리카, 가지 등 다양한 종류의 야채로 만든 라따뚜이(ratatouille)에 머스터드를 넣은 소스, 마찬가지로 차이브 토핑으로 마무리한 디쉬였다.
하루종일 산에서 많은 에너지를 쓰고 나면, 평소보다 고열량의 음식이 당길 때가 많은데, 디쉬의 재료를 읽자마자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의 균형이 잘 맞춰진 메뉴 같아서 바로 주문했다.
디저트
생각했던 것보다 독특한 형태의 디저트였지만, 맛은 정말 좋았던 디저트로 기억에 남아 있다.
정확히 그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destructed tiramisu [디스트럭티드 티라미수] 같은 컨셉의 레이어별로 쌓아 올린 디저트였다.
유리 용기 안 마지막 층에는 캐러멜 크림을 깔고, (중간에 다른 뭔가 있었는데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아 아쉽다) 그 위에 샹티이 크림(crème chantilly), 그리고 얇게 부서진 페이스트리 플레이크를 얹어 식감을 더하고 코코파우더로 마무리했다.
프랑스에서는 코스 메뉴를 formules [포흐뮬]이라고 하는데, 보통 전채(entrée)-본식(plat principal)-디저트(dessert)로 세 가지로 디쉬로 구성된다.
레스토랑에 따라 스타터-본식 또는 본식-디저트로 두 가지 메뉴로만 구성된 코스도 제공되는데, 나는 10번 중 6~7번은 메인디쉬와 디저트를 고르는 편이다.
그만큼 디저트를 워낙 좋아해서 예전에 베이킹을 포함해 디저트류를 본격적으로 배우고 만들어볼까 한 적이 있는데, 스스로 자신이 없으면 최대한 절제하려는 성향이 있어 일부러 베이킹을 배우지 않았다.
물론 간단한 케이크나 티라미수, 판나코타(panna cotta), 배를 잘라 바닐라향을 더해 시럽을 부어 먹는 Poirs pochées [푸아흐 포쉐], 프렌치토스트로 알려진 빵 페흐듀(pain perdu), 펜케이크, 핫케이크 등 간단한 것들은 만들 수 있지만, 그러기 시작하면 체중과 건강 관리를 할 자신이 없어 일부러 자신이 없는 그 길을 가지 않았다(?).
Pâté feuilletée는 영어로 '퍼프 페이스트리(puff pastry)'라고 하는데, 위 디저트에 올라간 부스러기 같은 것을 이 퍼프 페이스트리를 일부러 부셔 넣어 재미있는 식감을 더하는 요소로 사용한 것 같다.
보통 페이스트리는 디저트의 받침대 역할을 할 때가 많은데, 오히려 반대로 캐러멜을 가장 아래 레이어에 깔고, 맨 위에는 고소한 버터향이 나는 퍼프 페이스트리 플레이크를 얹는 역발상의 디저트였다.
부드러운 식감으로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레스토랑 외부 모습
피레네는 모두 아주 작은 산촌마을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처럼 외식을 편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특히 구글 리뷰 별점 4개 이상인 곳들은 더 사람들이 많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적어도 가기 하루 전에 미리 전화, 또는 직접 방문하여 예약하는 것이 좋다.
Restaurant Le BasqueToy는 Luz-Saint-Sauveur에서 가격 대비 양적, 질적 측면에서 꽤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이곳을 여행할 때 가볼 만한 레스토랑으로 추천한다.
📍Restaurant Le BasqueToy
위치: 7 Rue d'Ossun, 65120 Luz-Saint-Sauve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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