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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Europe

보르도 세련된 모던 퓨전 유러피안 레스토랑 É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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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로 이사오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 그 앞을 지나가자마자 '느낌이 왔던' 레스토랑이다.

정통 프렌치 퀴진과는 거리가 먼, 과감하게 실험하고 시도하는 젊은 감각이 느껴지는 모던한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다.

물론 주문하기 전 충분히 예상 가능한 클래식한 디쉬도 좋지만, 메뉴에 쓰인 재료의 조합만 보고 어떤 요리가 테이블 위에 올려질지 기다리는 스릴 있는 재미는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때의 묘미이기도 하다.

ÉCHO는 바로 그러한 고객의 심리를 꿰뚫고 있듯, '뻔하고 보장된' 가치가 아닌 항상 '반전'의 요소가 숨겨진 대담한 요리로 자신감과 뚜렷한 아이덴티티를 드러낸다.

이 포스트에서는 '울려 퍼지는 공명'이라는 뜻이 담긴 보르도의 레스토랑 에코에 대해 소개한다.

⚠️ 참고
포스트를 시작하기 전, 이 블로그에서는 무분별한 장소 추천을 하지 않을 것임을 미리 알려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여행할 때 미슐랭 가이드를 유용하게 사용한 적이 많은데, 물론 그 정도 품질까지는 아니어도 현지에서 생활하는 사람으로서 진정으로 추천할 만한 곳들을 최대한 정확한 정보를 담아 소개하는 블로그로 만들고 싶은 마음에서다.
프랑스를 방문하면서 가볼 만한 곳들을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검색하다가 이곳까지 온 사람들이 최대한 좋은 경험을 하고 좋은 기억을 갖고 떠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보람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전반적 분위기

보르도 건축물 특유의 아치형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앞에 바가 있고 키친은 밖에서 보이지 않는 좌측 안쪽에 위치해 있다.

살짝 어두운 듯한 분위기로 바와 같은 인상을 주지만 분명 레스토랑이 맞다.

문을 들어가면 왼쪽은 테이블 수가 적고 구석진 자리라, 되도록 가능하다면 입구로부터 오른쪽 창가 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을 것을 추천한다.

 

내부는 거의 오렌지색에 가까울 만큼 샛노란 조명들이 줄줄이 달려 있어 들어오는 이들을 따뜻하게 반겨준다.

개인적으로 새하얀 형광등 조명이 너무 차갑고 공격적인(?) 느낌이라 안 좋아하는데, 이곳은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 속에 식사를 할 수 있어 좋다.

 

야외(테라스)에서도 식사가 가능하지만, 밖에 놓인 테이블들이 길가 바로 옆에 놓여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식사하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과 간헐적으로 지나다니는 스쿠터의 소음은 감수해야 한다.

Modern European cuisine restaurant, ÉCHOMenu at the modern European cuisine restaurant, ÉCHO
ECHO의 입구와 레스토랑 옆 한켠에 붙여놓은 그 주의 메뉴. 보통 스타터, 메인메뉴, 디저트 순으로 적혀 있다. 우측에 붙은 메뉴를 보면 분명 "GOCHUJANG(고추장)으로 만든 타르타르 소스"를 볼 수 있다.

처음 그 앞을 지나가다가 메뉴를 슬쩍 봐봤는데 거기에 ssamjang sauce라고 쓰여 있는 걸 보고 다시 한번 그 간판을 봤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고추장" 소스를 써놓은 걸 보고 뭔가 귀여워 사진까지 찍어봤다.

메뉴 스타일

A fine dining dish at a French restaurant
구운 아티초크와 버섯, 체리, 완두콩 퓨레와 익힌 완두콩에 그레이비 소스를 얹은 메뉴. 좋아하는 재료가 다 들어서 안 시킬 수가 없었다...

ÉCHO의 메뉴는 디쉬의 이름은 따로 쓰여 있지 않고, 들어가는 재료들의 이름만 나열되어 있다.

물론 나열된 재료들 옆에 디쉬의 가격이 쓰여져 있다.

테이블을 잡고 메뉴를 받으면 재료별로 어느 지역에서 생산됐는지 표기되어 있다.

괄호 사이 두 자리 수의 숫자가 쓰인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프랑스 내에서의 고유 지역 번호를 뜻한다.

예를 들어 보르도를 비롯한 주변 지역의 번호는 33인데, 예를 들어 "오이(33)" 이렇게 쓰여 있다면 그 오이는 보르도 지역 농산물인 것이다.

 

다른 프렌치 레스토랑과는 다르게 '코스 메뉴(formules)'는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하나씩 원하는 요리를 단품으로 주문해야 한다.

에코의 메뉴에서는 아시안 요리의 요소들도 자주 보인다.

특히 "tataki(타타키)", "miso(미소)", "katsuobushi(가쯔오부시)" 등 일식 재료나 테크닉이 종종 보이고, 간간이 한국 소스도 사용한다.

키친 팀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다니든지 혹은 다양한 나라의 요리를 많이 참고하고 연구하여 레시피를 개발하는 것으로 추측한다.

저렴한 가격대의 레스토랑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와인 전문 레스토랑

ÉCHO, a modern European cuisine restaurant in Bordeaux

ÉCHO는 보르도 레스토랑답게 폭넓은 와인 종류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레스토랑 상단에 매달려 있는 간판을 잘 보면 "ÉCHO - Cave à manger"라고 쓰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cave [꺄브]는 와인 저장고를 말한다.

즉 "식사를 할 수 있는 와인 저장고"인 것이다.

그만큼 와인에 진심인 레스토랑이기 때문에 메뉴를 주문할 때, 주문하는 음식에 따라 어떤 와인과 페어링 하면 좋을지 물어보면 직원 분이 친절하게 추천해 줄 것이다.

주기적으로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와인 이벤트도 연다.


실험적 디쉬

A salmon dish at a finding dining restaurant
직접 숙성시킨 연어에 수제 딸기 소스, 바질 오일, 비니커에 절인 양파, 딸기 슬라이스를 얹은 스타터.

개인적으로 요리를 할 때 설탕을 사용한 억지스러운 단맛보다, 양파나 당근처럼 은은한 단맛이 배어 있는 채소나 과일을 적당량 써서 보다 자연스러운 단맛을 내는 걸 좋아하는데 ÉCHO는 그걸 참 잘한다.
일반적으로 연어를 비롯한 생선, 해산물은 과일과 함께 요리하기 쉽지 않은데, 무려 딸기를 사용하였다.
유명 이탈리안 셰프의 시그니처 메뉴인 딸기 리조또를 영상과 사진으로만 본 적은 있지만 연어와 딸기라니!
그런데 입안에서 딸기의 신맛과 단맛이 연어의 짭조름함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처음 먹어보는 맛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바로 이런 순간 때문에 외식을 하는 것 같다.
집에서 직접 해 먹지 못하는 것들을 접해보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ÉCHO에 대해 가장 좋아하는 점 중 하나가 바로 그들의 '실험정신'이다.

요리에 있어서도 굉장히 보수적인 것으로 유명한 프랑스에서 새로운 재료의 조합과 테크닉, 플레이팅 스타일을 연구하고 시도할 수 있는 그들의 '젊은 정신'은 분명 단순한 음식 생산과 소비 그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수비드로 조리한 당근에 깨를 넣은 미소된장 소스, 그 위에 당근 젤리와 가쯔오부시를 올려 동서양의 요소가 오묘하게 어우러진 퓨전 요리.

 

바로 이러한 실험적 메뉴로 인해 방문할 때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과 같은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즉 지난번에 갔을 때와 이번에 갔을 때 음식 맛의 기복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개인의 입맛에 따라 취향을 탈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맛은 보장한다.

지금까지 나의 경험상 스타터, 메인 메뉴는 항상 괜찮았지만 디저트는 다소 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와인을 곁들여 스타터, 메인 요리를 먹고 다른 곳에서 디저트를 먹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개인적 취향으로는 그들의 실험정신을 높이 사지만, '안정적인 옵션'에 더 끌리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곳이지만 자신이 없다면 좀 더 확실한 가치가 보장된 무난한 맛의 레스토랑을 찾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

Pulled pork dishPulled pork dish
처음엔 평소 스타일과 다른 마구 '쌓아올린' 형태의 플레이팅이라 잠시 낯설었으나, 맛을 보고는 '역시'하고 감탄했던 Pulled pork 디쉬. 중간중간 박혀 있는 옥수수 알갱이가 신의 한수였는데, 보기에는 다소 난잡해 보이지만 정말 정말 맛있었다.
A dessert at ECHO, European restaurant in Bordeaux
에코를 여러 번 방문했는데, 아쉽게도 이 디저트에 들어간 재료들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분명 익힌 배와 같은 과일에 밤을 넣고...


총평

보르도 출신이 아닌 프랑스 현지인 몇몇에게 추천해 봤는데, 아직까진 모두 긍정적인 경험을 했다는 후기를 접한 곳이다. 

다소 정리가 안 된듯한 플레이팅인 요리들도 종종 있지만, 평소 잘 먹어보기 힘든 식재료나 조리법의 조합을 경험해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다.

여러 번 갔지만, 대부분 음식에 집중해서 먹느라 사진을 못 찍은 적이 더 많아 아쉽다.

다음에 다시 들르게 되면 꼭 열심히 사진을 찍어봐야겠다 다짐하며 이번 포스트를 마친다.

 

✔️ ÉCHO
위치: 18 Rue de la Cour des Aides

월요일 ~ 금요일   저녁 7시 - 11시 30분
토요일 ~ 일요일   오후 12시 - 3시 |  저녁 7시 - 11시 30분 

 


<사라의 유럽살아>, 개설 이후 처음으로 다음 메인 페이지에 소개되다!

2024년 4월 16일, Daum 메인 페이지에 <사라의 유럽살아> 블로그가 등장한 것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하지만, 3월 12일 태어나서 처음 블로그란 걸 해보고 점점 재미를 느껴가던 시점에 이런 감사한 행운이 주어지다니... 앞으로 더 정성을 담아 블로그를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다.

 

사라의 인사:

이번 포스트와는 상관 없지만, 다음 포스트에 넣기엔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여기에 살짝 끼워 넣어 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어떤 경로든 이곳을 방문해주신 모든 분들께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어리둥절하지만 스크린캡처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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