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NP: Personne n’est Parfait.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한국에도 가는 동네마다 있는 카페는 원래 프랑스에서 온 문화이다.
파리의 카페 테라스 자리 테이블에, 마주 보고 있는 대신 둘씩 거리를 향해 놓여 있는 까나쥬(cannage) 의자에 앉아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담배 연기를 날리며 머리를 뒤로 넘겨주는 것이 전형적인 파리지엔의 클리셰일 정도다.
하물며 우리가 미술 시간에 배운 19~20세기 활동했던 유럽의 예술가들은 파리의 카페에서 유명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유명세를 쌓기도 했다.오늘날 카페는 전 세계의 공통적인 문화로 자리 잡았다.
팍팍한 일과 일상 사이, 현대인이 잠깐이라도 쉬어갈 수 있는 휴식과 여유의 공간이 바로 카페이기 때문이다.(국가가 허용한 유일한 ㅁㅇ이 바로 카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르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여유로움'이다.그래서 보르도로 이사오고 난 뒤, 분위기 좋은 로컬 카페들을 하나하나 발견할 때마다 나는 내적 환호를 질렀다.(얏호)
카페는 음료와 음식이 맛있어서 가는 곳, 분위기가 좋아 가는 곳, 그냥 그 공간이 주는 편안함이 좋아 가는 곳이 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프랑스식 모던 카페와 '완벽하진 않아도' 충분히 아늑한 분위기와 편안함을 제공하는 한 카페에 대해 이야기한다.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는 이름의 카페
"Personne n’est Parfait."
"그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라는 뜻이다.
PNP라는 이름이 이 문장의 줄임말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왠지 묘한 '인간미'가 느껴졌다.
누가 더 '완벽에 가까운지' 증명하기 바쁜 요즘 시대에 '불완전해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해서 그 자체로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빈틈없이 완벽한 꼼꼼함 대신 어딘가 조금 부족하고 엉성해도, 어쩌면 완벽함 보다 더 소중할지 모르는 정과 사랑 같은 것들이 있는 장소라는 뜻이 담겨 있지 않을까 내 멋대로 추측해 본다.
프랑스식 모던 카페
보르도는 30~40대의 젊은 인구층이 주를 이루는 도시인만큼, 상업적으로도 세계적인 동향의 추세에 느긋하지만 빠르게(?) 발맞춰 간다.
그렇다 보니 여전히 특유의 클래식한 매력이 있는 정통 프렌치 카페들도 여기저기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그보단 덜 전통적이고, 덜 격식 차리는 새로운 세대의 카페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옆나라 영국을 비롯한 영미권 국가들의 영향이 주를 이루는데, 프랑스에서는 옆나라 *영국의 그것과는 또 다른 전통적인 프랑스 카페의 DNA를 기반으로 한 '프랑스식 하이브리드 모던 카페'를 볼 수 있다.
같은 아시아에서도 한국과 일본, 타이완, 홍콩 사이 카페 문화와 스타일이 다르듯 말이다.
🔎 *참고로 프랑스에는 영국처럼 Costa, Caffé Nero, Starbucks, Greggs, Prêt à manger 같은 큰 체인 카페(coffeehouse)가 거의 없고, 수요가 많지도 않다.
보통 이와 같은 모던 카페의 메뉴는 영어와 프랑스어를 섞은 단어나 문장으로 된 이름들("toasty", "cheesy", "sweety", "yummy" 등 프랑스에서는 보기 힘든 'y'로 끝나는 단어 등)의 음료와 식사로 채워져 있는 경우가 많다.
'있는 힘껏 여유부리기'의 상징 그 자체인 브런치 카페가 전형적인 예 중 하나다.
한편 단순한 재료들로 가볍고 건강한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는 북유럽 스타일의 노르딕 카페를 비롯해, 일본이나 한국, 타이완 등 아시안 스타일의 카페들도 있어 버블티, 맛차라떼 등 음료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Café PNP 내부 분위기
캘리포니안 커피하우스 스타일의 카페이다.
키친 쪽은 노란색과 옅은 터쿠아즈 블루 페인트로 생기 있는 모습인 반면 테이블이 놓인 쪽은 좀 더 차분하고 조용한 느낌이 있다.
WiFi friendly 카페라 그런지, 음료를 주문해 놓고 혼자 조용히 책을 읽거나 랩탑으로 작업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도 이곳의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기억하고 있지만, 밝힐 수 없다)
2인 테이블들이 대부분이지만, 4인, 6인 테이블도 갖추고 있다.
이곳은 몇 가지 뚜렷한 장점이 있다:
- 노란 조명들을 곳곳에 달아두어 포근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 혼자 랩탑 갖고 가서 조용히 작업하면서 음료를 즐기기에 좋다
(참고로 프랑스 카페들은 보통 한국의 카페에 비해 음악 소리를 크게 틀어놓지 않는다) - 팬케익이나 크레프(crêpe)와 같은 브런치 메뉴가 발달된 카페이다
토핑으로 올리는 과일이나 시럽, 잼의 종류도 여러 가지라 선택할 수 있다 - 라떼 주문 시 동물성/식물성 우유 선택을 할 수 있다 (두유, 귀리우유 등)
음식과 음료
테이블을 잡으면, 허브를 넣은 기본 물이 제공된다.
Café PNP에서 주로 라떼류의 음료와 함께 원하는 토핑(주로 블루베리와 아가베 시럽이나 땅콩버터)을 골라 얹을 수 있는 팬케익을 시켜 먹어봤는데, 그때마다 받았던 인상은 요리를 잘하는 친구가 집에 초대해 간단하게 이것저것 차려준 것 같다는 것이었다.
깨끗하고 맛있는데, 카페의 이름처럼 '완벽한 형태' 보다는 '자연스러운' 모습에 더 가깝다.
음료도, 팬케익도 자극적이지 않아 순한 맛이다.
하루 중 언제든 주문할 수 있는 Breakfast (15유로) 메뉴를 비롯해 치즈 팬케익과 아보카도 토스트, 와플 등을 판매한다.
과카몰레, 크림치즈, 수란(œuf poché), 베이컨, 훈제연어 등 취향에 따라 원하는 재료를 추가할 수도 있다(물론 비용은 별도이다).
찍어두었던 음식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지웠던 관계로 나중에 다시 들렀을 때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주변 분위기
카페 PNP는 두 길이 만나는 사이에 있어 접근성이 상당히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맞은편에 다른 길(Rue Paul Bert)이 나 있는데, 이 길 사이로 양쪽에 다른 카페의 테이블들이 놓여 있고 당연히 테라스 자리를 선호하는 프랑스인들로 빈자리를 볼 때는 거의 없다.
카페 가는 길
보르도 시내에서 가장 긴 메인 쇼핑 거리인 생트카트린느 거리(Rue Sainte-Catherine)와 이어지는 작은 거리 중 하나로 Rue Des Ayres가 있다.
<La Liégeoise>라는 바 또는 <LUNETTES POUR TOUS>라는 안경점이 보이면, 그 안쪽 작은 길이 바로 Rue Des Ayres이다.
그리 길지 않은 이 길은 특히 좋은 카페들이 줄 지어 서 위치해 있는 거리로, 카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한 번은 들러보길 권한다.
특히 보르도에서 가장 인기 많은 카페 중 한 곳으로 꼽히는 Café PIHA도 이 길에 있는데, 갈 때마다 자리가 없어 아직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방문 후 블로그에 후기를 남겨볼까 한다.
개인적으로 여행 시 스타벅스 같은 체인 카페 방문은 되도록 추천하지 않는다.
'이미 아는 가치'를 재확인하려고 굳이 집을 떠나 여행지까지 간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 어쩌면 다시 돌아오게 될 수도, 어쩌면 다시 와보지 못할 수도 있는 새로운 카페에서 마셔본 적 없는 차나 커피 한 잔 마셔보는 것은 어떨까.
📍 Café PNP
위치: 57 Rue des Ayres
일요일, 월요일 휴무
화요일 ~ 토요일 오전 10시 - 오후 6시
캐주얼한 캘리포니안 스타일의 커피숍.
요일, 시간 상관없이 주문 가능한 Breakfast 메뉴.
월요일 - 버거
월요일 ~ 금요일 신선한 제철 재료를 사용한 보울(bowl)
토요일 및 공휴일 - 런치(Lunch)
크럼블, 팬케익, 프렌치토스트, 아이스크림, 아포가토, 밀크셰이크 등 디저트 제공.
🥬비건 메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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