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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Europe

재방문 의사 100% 보르도 브런치 카페 SHE&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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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아침과 점심을 뜻하는 breakfast와 lunch를 합쳐 생겨난 brunch(브런치 작가 데뷔 브런치 아님 주의)는 이제 웬만한 나라들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세계화된 식문화 중 하나인데, 그럼에도 각 나라마다 미묘하게 스타일의 차이가 있기도 하다.

 

보르도에도 마치 세포증식 하듯이 점점 더 그 수가 늘어나고 있을 만큼 브런치 카페의 인기가 대단하다. 

보르도 시내 수많은 브런치 카페 중 도장 깨기 느낌으로 시간적 여유를 두고 하나씩 가보려고 계획해 둔 곳들이 있는데, 얼마 전 그중 한 곳에 다녀왔다.

HER&HIM이 아닌 SHE&HIM이라는 한 번 들으면 기억에 남을 법한 이름의 브런치 카페인데, 첫 방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재방문각'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 곳이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여러모로 좋은 인상을 남긴 보르도 공원 근처(le Jardin public)에 위치한 SHE AND HIM 브런치 카페 첫 방문 후기를 이야기한다. 


실내 분위기

전반적으로 정갈하고 단정한 느낌 낭낭하면서도 포근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반겨주는 곳이다.

아늑하고 포근한 분위기의 카페. 원목 의자들과 핑크와 올리브그린 벨벳 소재의 의자들로 부드러우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더했다.

일단 처음에 이곳에 들어가고 나서부터 마음에 들었던 건, 브런치 카페에 테이블 수도 딱 적당해 보였고, 테이블 사이 간격도 적당했다는 것이다.

또한 계절 상관 없이 언제든 와서 브런치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보르도 내에서도 꽤 센터에 있는 le Tourny 구역에 위치해 있음에도, 전반적인 분위기와 음식의 질에 비해 가격도 합리적인 듯 보였다.

햇빛과 여유를 사랑하는 남부 프랑스인들(이라 말하지만 대부분 유러피안들이 그렇다)이 사랑해 마다않는 캘리포니아의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한 의도가 엿보이는 벽에 걸린 이미지들. 컬러도 그렇고, 프랑스인들이 참 좋아라하는 '따사로운 햇빛+흰 구름과 푸른 하늘+파스텔톤 컬러' 공식이 다 들어있다.

전형적인 보르도의 건물은 석회석으로 지어진 석조 건물이 대부분인데, 그로 인해 카페나 레스토랑, 상점 등에서 오래 전부터 지어진 상태 그대로 석조 건물의 내부를 살린 상태로 꾸민 내부를 흔히 볼 수 있다.

이곳도 한쪽 벽을 석회석 벽돌을 그대로 남겨 두었는데, 그 특유의 날것이면서도 크림톤 컬러가 주는, 회색 콘크리트와는 전혀 다른 따뜻한 느낌이 있다.

유일하게 2~3인용 벨벳 소파가 놓여져 있었던 테이블. 내가 도착했을 때 세 사람의 일행이 브런치 식사를 하고 있었다.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고 깨끗한 느낌으로 꾸며놓은 카페.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 혼자서 점심 식사를 하기에도 완벽하다.
키친은 안쪽에 있지만 밖에서도 어느 정도 잘 보이는 세미오픈(?) 키친이었는데, 남자 분과 여자 분이 서로 매우 집중해서 매 주문 음식을 만들어주셨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조용히 바빠보이셨는데, 그와중에도 모두 친절하셨다.

🇺🇸 카운터에 귀엽게 놓여 있는 미국 성조기는 "American Brunch Café"라는 아이덴티티를 표방하는 카페라 작게 놓은 걸로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 오른쪽에 보이는 초록색 카드의 뒷면에는 방문할 때마다 스티커를 붙일 수 있는 포인트 카드인데, 다 붙이면 나중에 무료로 식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음료

역광 때문에 실제 색보다 좀 더 짙게 나왔지만 그래도 음료의 아래에 깔린 바닐라시럽과 라떼의 그라데이션이 얼추 보이긴 한다.

☕️ QR 코드로 스캔하는 메뉴

요즘 프랑스의 카페, 레스토랑, 바에서는 자리에 놓인 QR코드를 스캔하여 메뉴를 확인하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그에 따라 종이에 프린트된 메뉴를 아예 제공하지 않는 곳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듯하다. 

 

☕️ 엄청 차갑진 않은 아이스 카페라떼

평소에는 여름에도 커피가 아닌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편이지만, 갑자기 30도까지 올라간 낮기온에 오랜만에 차가운 커피를 마셔보기로 했다.

원래는 차이라떼를 주문할 생각이었는데, 프랑스에서 아이스 카페라떼에 대한 궁금증에 나도 모르게 아이스 카페라떼를 주문해 보기로 했다 (아, 이놈의 호기심이란..🫠).

주문할 때 직원분께서 시럽 추가 여부를 물으셨는데, 기본으로 들어가는 바닐라시럽에 아주 살짝 단맛만 나도록 주문했다.

 

그렇게 해서 받은 음료.

그래도 지난번 갔던 다른 카페와는 달리 나름 얼음이 들어있었고, 그보다 좀 더 차가웠다.

그러나 역시 유럽과 한국 아이스커피 사이의 간극은 생각보다 그리 좁지 않은 것 같다.

전반적으로 커피 맛은 괜찮았고, 아래 있는 시럽과 잘 섞어 먹었는데 커피맛이 너무 강하지 않고 무난하게 맛있었다.


🍴 음식 (👍)

테이블에 올라오자마자 내적 환호를 지르게 만들었던 토스트.

브런치 카페답게 26유로의 브런치 세트 메뉴(Formule Brunsh)가 시그니처이다.

✔️ 단맛이 가미된 메뉴(Les Douceurs) 중 택일:
- 치아 보울/요거트 보울 중 선택 가능
- 마들렌(그날그날 맛 다름)
- 디아멍(Diamant, 그날그날 맛 다름) 
- 메이플시럽을 곁들인 브리오슈 페흐듀 핑거(finger de brioche perdue)

✔️ 식사용 메뉴(Les Salées) 중 택일
- 계란+베이컨 토스트
- 치즈 머핀
- 훈제연어/아보카도/훔무스 토스트

✔️+ 음료 1개

이렇게 구성되는데, 구성 대비 꽤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점심에 과식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데다가, 버거보다는 샌드위치, 샌드위치보다는 토스트나 파니니를 선호하는 나는 단품 메뉴(la carte)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를 수 있었다.

이미 가기 전 미리 이곳의 메뉴를 미리 선독하고 갔기 때문인데(?), 보통 계란과 베이컨, 훈제연어와 아보카도 등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브런치 메뉴들보다 깔끔한 베지테리언 토스트를 먹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주문하게 된 훔무스 토스트.

일단 들어가는 재료부터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없었는데, 통밀빵에 두툼하게 듬뿍 발라진 훔무스(hummus), 방울토마토, 오이, 오리브, 페타 치즈, 참기름(sesame oil)이었는데, 충분히 예상 가능한 맛이었지만 이날은 그냥 이 재료들을 먹어줘야만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견과류들이 촘촘하게 박힌 통밀빵. 뻔한 밀가루맛이 위주인 흰빵보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나는 통밀빵을 선호하는 취향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후후.

일단 샐러드부터 먹어봤는데, 샐러드 소스는 평소 프랑스에서 샐러드에 주로 쓰는 발사믹, 올리브오일 소스가 아닌 독특한 맛이었다.

머스터드를 사용하지 않았나 싶은데, 어떤 소스였는지 따로 물어볼 만큼 임팩트가 있는 맛은 아니었다고 밝힌다.

어차피 샐러드는 옆에서 거들뿐, 주인공은 바로 훔무스 토스트이니 뭐가 그리 중요하랴.

역시 여름에는 지중해식 재료들을 무조건 먹어줘야 한다.

맛도 좋을 뿐만 아니라, 최고의 식물성 단백질 중 하나로 꼽히는 병아리콩으로 만든 훔무스의 녹진함에 가볍고 신선한 오이와 방울토마토, 그리고 느끼함을 싹 잡아주면서도 확실하게 킥 역할을 하는 올리브가 더해져 완벽한 지중해식 런치가 완성된듯했다.

맛있는 식사를 하고 싶을 때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다채로운 재료들의 색인데, 이게 바로 보기에도 좋고 몸에도 좋은 지중해식 요리의 대표적인 장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편 훔무스와 참기름은 둘 다 '고소함'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어 꽤 괜찮은 궁합을 이루는 재료의 조합인데, 유럽에서 판매되는 참기름(sesame oil)은 한국의 참기름에 비해 색은 더 밝고, 맛은 덜 짙어 상대적으로 더 가벼운 느낌이다.

 

맛과 식감, 컬러감, 시각적 매력에 있어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만족을 주는, 점식식사 한 끼로 완벽했던 토스트였다.

양도 부족하지도, 너무 많지도 않고 딱 적당해서 식사를 하고 나서 기분 좋은 느낌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였다.

냠냠냠, 뇸뇸뇸. 음, 역시 맛있군 (만족만족)
어느새 ⬆ 이 상태에서 ⬇ 요 상태로...

깔끔하게 완식하기 전 나름 '진행 상태'를 찍어보았다. 마지막 한 입을 남기고 아쉬우면서도, 양적으로 질적으로 모두 만족스러운 한 끼였다.

다음에는 커피가 아닌 다른 음료와 함께 브런치 메뉴나 다른 단일 메뉴를 시도해볼 생각으로, 평소 보르도 시내에서 자주 가는 구역이 아니지만 그래도 충분히 재방문 의사가 있는 곳이다.

 

☝️Mille-Crêpe [밀크레프]
얇은 크레프를 여러 장 겹쳐 쌓아 만든 크레프 케익은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이곳의 시그니처 디저트 중 하나가 바로 이 밀크레프였다. 
프랑스어로 Mille은 숫자 1000을 뜻하는데, 실제로는 크레프를 20장 정도 깔고 그 사이사이를 가벼운 크림으로 채웠다고 한다.
(그만큼 여러 겹으로 쌓아 만들어서 붙여진 이름인 걸로 추정된다)

주문한 토스트와 음료만으로도 배가 불렀지만, 내가 있는 모든 테이블에서 이 mille-crêpes를 주문했던 걸 보면서, '나도 하나 시켜야하나' 싶을 정도로, 여러 테이블에서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식사 후 디저트로 밀크레프를 먹고 있었다.

집에 와서 웹사이트에서 확인해 보니, 전문 빠띠씨에 셰프가 직접 만들었으며, 내추럴, 초콜릿, 맛차맛, 차이(chai)맛 등 다양한 맛까지 만든다고 하는데, 다음에 혹시 들르게 되면 꼭 한 번 시도해 보고 싶다.

🧭 카페 가는 길

SHE&HIM 브런치 카페는 les Allées de Tourny, 투르니 애비뉴라고 부르는 긴 거리 근처에 있다.

멀리서부터 걸어가다가 뭔가 귀여운 실루엣 발견.
잉글리시 그린이라고 불리는 짙은 녹색의 귀여운 미니 커피 푸드 밴. 훈훈한 젊은 사장님이 직접 음료를 준비해주시고, 크로와상 등 패이스트리, 간단한 점심 식사용 스낵을 판매하고 있었다.
Le Tourny 애비뉴에 있는 보르도 공원(le jardin public). 올해는 아직 안 갔는데, 오랜만에 조만간 가볼 생각이다.
여기가 바로 la Place Tourny, 즉 '투르니 광장'이다.
사진의 중앙에 보이는 길을 지나 왼쪽으로 가다가 오른쪽으로 꺾으면 카페로 가는 길이 나온다.


카페 주변

보르도 건물들에서 많이 보이는 높은 천장과 작은 테라스. '쁘띠 파리'라는 별명답게 작지만 파리의 로맨틱한 분위기가 연상된다.
Rue Huguerie의 길 입구.

SHE&HIM 브런치 카페는 평일은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까지, 주말은 토요일, 일요일 모두 오전 10시~오후 3시까지 영업한다.

저녁 시간에는 문을 닫는 대신,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영업하시기 때문에 시간만 잘 맞추면 어느 요일이든 맛있는 브런치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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