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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Europe

프렌치 스타일로 재해석한 수제버거를 먹어보다 Col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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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에서 처음으로 수제버거를 먹으러 가게 됐다.

 

사실 원래는 규동/카츠동/오야코동 중 하나를 먹으러 갈 생각이었고, 그렇게 그곳 정문 앞까지 도착했는데, 마지막 순간에 급 마음이 바뀌어 그 맞은편에 있는 수제버거집 메뉴판을 한참 보다가 들어가게 되었다.

특히 이제 여름이고 하다 보니 토스트, 버거처럼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당긴 데다가, 메뉴를 보니 재료도 나쁘지 않아 보이고 가격도 합리적이라, 이날은 수제버거로 결정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보르도 시내에 위치한 수제버거집 Les Burgers de Colette의 버거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1층

일단 입구에 들어서면 한쪽 벽에 두 개의 작은 2인용 원형 테이블이 있다.

보르도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레스토랑/카페 인테리어 중 하나가 바로 저 짙은 잉글리시 그린 컬러의 타일이다.

디저트용 쿠키들이 쌓여 있는 여기가 바로 카운터인데, 종이 메뉴가 놓여 있고 이곳에서 주문을 한다 (포장 주문, 현장식사 모두 가능하다).

성을 제외한 이름을 말하고 주문이 완료되면, 2층에 자리를 잡았을 경우 직원분이 직접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주신다.

키친에 화이트 컬러 타일로 붙여 놓은 "Colette".

키친도 오픈키친 스타일인데, 이곳에서 미리 준비된 재료들로 버거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서빙 플레이트는 울트라마린 블루 컬러로 테두리를 마감한 화이트 보울로 전체 서빙을 통일하였다.


2층

컬러 대비 효과를 잘 활용한듯 보이는 2층.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에 올라오면 화이트 컬러의 벽으로 공간이 확장되는 느낌을 연출한 반면, 안쪽 테이블이 놓여진 쪽은 짙은 그린 컬러톤으로 채워 편안하고 안정적인 분위기 속에 식사를 할 수 있게 해놨다.

2층인데, 주변을 살펴보아도 벽이나 천장에 선풍기나 에어컨은 보이지 않았다. 💬

 

프랑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인테리어 디자인 스타일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이곳의 시그니처 컬러 같아 보였던 짙은 녹색과 머스터드 톤에 펜 일러스트레이션이 그려진 화이트 벽이 수제버거 레스토랑 이미지에 잘 어울려 보인다.

저 나무 재질에 금속 소재로 받치고 있는 의자를 보니, 문득 학교 다닐 때 책걸상이 생각난다.
원래 가려고 했던 Mitsuba 일식 레스토랑이 바로 맞은편에 있다. 원래 Café Brazza 여자 사장님이 맛있다고 추천해주신 곳인데 조만간 가볼 예정이다.

2층에는 총 3개의 창문이 있었는데, 두 개만 열려져 있었다.

확실한 건, 무더운 여름날에 갈 만한 곳은 아니라는 거였는데, 심하게 덥지 않은 날인데도 선풍기, 에어컨도 없었고 창문으로도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듯했다.

평소에는 작은 2인~4인 테이블을 선호하지만, 버거를 먹을 때는 이렇게 긴 다인용 테이블에 앉아서 먹으면 괜히 더 버거처럼 캐주얼하게 먹는 음식에 어울리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

ChariTea 라임 레모네이드. 독일브랜드인 것 같은데, 카페나 간단한 식사를 판매하는 음식점들에서 많이 보인다.

원래 평소에 소다류 음료를 잘 마시지 않는데, 왠지 모르게 맛이 덜 강할 것 같아 한 번 주문해 본 라임 레모네이드.

실제로 라임, 레몬 맛이 더 강하게 나고, 탄산이 강하지 않아 입맛에 나쁘지 않았다.

(어릴 때 탄산음료를 잘 못 마셔서 콜라, 사이다, 밀키스, 맥콜을 마실 때 매번 입에서 가글로 탄산을 다 제거한 뒤에 삼킬 수 있었다 -_-)

나를 잘 아는 주변 사람들이 내가 이걸 주문한 걸 봤으면, 의외라면서 꽤나 의아해했을 반응이 눈에 선하다.


버거+음료 주문

참고로 Les Burgers de Colette의 웹사이트는 정말 버거집답게 통통 튀는 감성으로 보기 좋게 잘 만들었다. 이미지 출처: Les Burgers de Colette
처음 메뉴를 볼 때는, 잘 만들어진 클래식한 버거를 먹고 싶어서, 소고기 패티와 체다치즈, 생토마토 슬라이스, 양파 콩피, 마쉬 샐러드, Colette 버전 칵테일 소스로 만든 오른쪽의 Ginette을 먹을까 했었다. 이미지 출처: Les Burgers de Colette

Albertine, Ginette, Colette 사이 중 고민하다가, 결국 하우스 시그니처 버거처럼 보이는 Colette 버거로 결정했다.

특히 Ginette과 Colette 사이에서 몇 분을 고민했는데, Ginette은 생토마토가 들어가고 코니숑 피클, 라클렛 치즈 등이 들어가지 않는 기본에 충실한 버거인 듯했고, Colette은 나열된 재료들을 봤을 때 '프랑스스러움'이 더 들어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렇게 새로운 맛을 추구하는 나는 Colette 버거를 선택했다 (이 선택을 후회했는지 안 했는지는 포스트 아래에서 밝히기로 한다).

 

당연히 버거 레스토랑답게 감자튀김과 음료를 곁들인 세트 메뉴가 있지만, 점심에 과도한 탄수화물은 되도록 피하고 싶기에(또한 감자튀김은 정말 당길 때가 아니면 되도록 안 먹는 편이다), 음료와 버거만 주문했다.


버거

Colette 버거

직접 간 소고기 110g로 만든 패티, 구운 가슴살,

체다 슬라이스, 라끌레뜨 치즈,

토마토 콩피, 양파 콩피, 코니숑(작은 오이 피클), mâche 🥬, Colette 스타일 칵테일소스

직원분이 직접 갖다준 버거. 감자튀김 없이 버거만 시켰더니 너무 덩그러니 놓여진 것처럼 보였지만, 당시 나에게 이거면 충분했다.

체인점 버거에서 가장 기대하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버거의 번(bun)인데, 이곳의 번은 햄버거 번의 매력을 그리 잘 모르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확실히 다르게 느껴졌다.

체인점 버거들은 온갖 광고에서는 노릇노릇 잘 구워져서 반들반들 먹음직스러운 번을 쓰지만, 실제 가서 버거를 시켜보면 전혀 다른 비주얼로 나오는데, 이곳 수제버거의 번은 사진과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원래 버거를 먹을 때 위, 아래 두 번 중 하나는 먹지 않지만, 확실히 식감은 버거를 덮고 있는 번이 상대적으로 식감적 재미가 더 있는 것 같다.

겉은 노릇노릇 균일하게 잘 구워졌고, 적당히 반들반들해서 푸석푸석 건조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번의 흰 빵도 시중에서 판매되는 체인 버거보다 더 부드럽고 덜 인공적인 맛이어서, 확실히 번 하나만으로도 수제버거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즈

육안으로 봐도 다른 종류의 두 치즈가 반지르르하게 녹아 있는 뿌듯한 모습.

역시 프랑스인답게 치즈 한 종류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것이다.

샛노랗게 잘 녹은 체다 위로 raclette(라클레트) 치즈까지 얹어 치즈 맛을 한껏 끌어올렸다.

야채가 다소 독특한(?) 모습으로 들어간 걸 볼 수 있는데, 잎이 큰 상추 대신 잎이 얇고 동글동글 작은 mâche(마쉬)를 넣었기 때문이다. 아래 번 위에 칵테일 소스가 듬뿍 발라져 있는데, 먹을 때마다 입 안에서 전체 재료들을 부드럽게 하나로 모아주는 은은하지만 확실한 존재감이 있는 킥 요소이다.

확실히 체다 치즈만 있었으면 깊은 치즈의 풍미가 훨씬 덜 했을 게 분명하다.

라클레트 치즈가 더해지면서, 부드럽고 기분 좋게 기름진 치즈의 맛이 배가 되면서, 수제버거다운, 일반 버거보다 더 높은 차원의 맛을 더해주는 주요 요소였다.

💬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지만, 수제버거를 먹을 때 가끔 샛노란색의 옥수수로 만든 번을 볼 때가 있는데, 이 옥수수 번이 버거 전체의 맛을 전혀 다르게 해 주기 때문에 어쩌다 한 번 보게 되면 무척 반갑다.

패티

겉은 다 익었지만, 패티의 중앙 부분은 다 익지 않았는데, 이는 나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 아니라 원래 이렇게 나오는 것 같았다.

한국에서는 잘 보기 힘든 미듐레어로 익혀진 버거 패티.

직접 이곳에서 간 소고기로 만든 패티로 두께도 딱 적당했다.

조리 측면에 있어, 패티의 중심 부분은 사실 그냥 거의 날것 그 상태였는데 (중간에 살짝 tartare까지 생각날 정도였지만), 오히려 너무 익힌 패티에 비해 건조하지 않고 부드러워서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좋아).

적당하게 간이 되어 있으며, 담백하게 맛이 있는 촉촉한 패티였다.

구성 재료

베이컨을 비롯해 charcuterie를 먹지 않기 때문에, 베이컨은 한 켠에 따로 빼두었다.

버거 투어를 다닐 만큼 버거에 진심은 사람은 아니다 보니, 사실 아무리 수제버거여도 큰 기대를 하지는 않는 편임을 미리 밝힌다.

그런데 이곳에서 신선하게 와닿았던 것 중 하나는 이곳에서 직접 만든 칵테일소스(sauce cocktail version Colette), 그리고 한 입 한 입 버거를 먹을 때마다 발견하게 되는 신선한 재료들이었다.

중간중간 작은 오이 피클(cornichon)인 코니숑이 있었는데, 한국에서도 피자나 버거를 먹을 때 피클을 곁들여 먹기 때문에 전혀 생소할 게 없는 재료이다.

중간중간 들어있는 토마토 콩피, 어니언 콩피, 피클 등 일반적으로 음식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많이 고려하는 프렌치 요리 스타일의 영향이 느껴진다.

시각적으로 보기만 해도 혈관을 살살 녹일 것 같은 초고열량 재료들을 아무런 맛적, 영양학적 고려도 없이 죄다 하나에 다 때려 넣는 것보다, 들어가는 구성 재료들 사이의 궁합을 하나하나 고려해서 하는 '사람을 위한' 음식다운 느낌이랄까(?).

어라? 너가 왜 거기서 나와?

일반적인 수제버거 같아 보이지만, 사실 먹으면서 마치 보물찾기(?)처럼 그 안에는 작은 프렌치 스타일 재료들이 숨겨져 있었다.

토마토 콩피, 양파 콩피, 그리고 이젠 케이퍼까지!

많이는 아니고 몇 알 정도 들어있었는데, 코니숑 피클과 함께 케이퍼 특유의 산도로 버거의 '기름짐'을 담당하는 재료들과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요소로 들어간 것 같다.


총평

  • 아메리칸 버거 특유의 과도하게 짠맛이 강하지 않고, (한국인 입맛 기준) 적당하게 간이 되었으며,  기름진 느끼함이 없고 담백하다
  • 수제버거다운 번으로, 체인점 버거와는 확실한 차이점을 느낄 수 있다
  • 직접 수제로 만든 패티는 양도 적당하고, 과도하게 조리하지 않아 촉촉한 육즙이 그대로 들어 있다
  • 프렌치(또는 유러피안) 퀴진에서 볼 수 있는 토마토 콩피, 양파 콩피 등의 작지만 소중한(?) 재료들과 버거의 조합이 신선하다
  • 신선한 재료 조합의 버거 메뉴들이 있어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데, 억지스럽지 않고 충분히 납득 가는 재료 구성이 좋다
  • 초록색 야채가 조금 더 있었으면 한층 더 맛이 좋았을 것 같지만, 단순히 개인적인 취향 차이 문제이다
  • 평소 한국에서 접해보기 어려운 프렌치 스타일로 재해석된 아메리칸 버거를 맛볼 수 있는 경험이었다
  • 깔끔한 수제버거가 생각날 때 한 번씩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한다

패티를 굽는 것부터 온갖 소스와 준비된 재료와 감자튀김 튀기는 것 모두 볼 수 있는 오픈키친.
문 밖으로 보이는 맞은편의 Mitsuba는 조만간 한 번 들러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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