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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Europe

부모🐔+자식🐥=모자덮밥, 오야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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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 시내의 Café Brazza라는 한 카페의 친절한 여자 사장님한테 추천받은 근처 일식집 Mitsuba에 결국 다녀왔다.

우동이 정말 맛있다고 추천을 받았는데, 찾아보니 우동 전문 일식집으로 2021년 보르도에 처음 문을 연 곳이었다.

사진들과 방문객들의 후기를 찾아보니, 실제로 꽤 괜찮아 보여 언제 한 번 가봐야지 하고 있다가 이번 주 평일,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가게 됐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얼핏 사진만 봐서는 전혀 프랑스에 있는 일식집이라 짐작하지 못하게 생겼지만, 그 음식에서는 묘하게 티가 날지도 모르는(?) 일식 우동 전문점 Mitsuba 첫 방문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부 분위기

정갈하게 세팅되어 있는 작은 테이블들. 탭워터를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유리 저그에 담긴 냉수를 갖다주신다. 유리컵은 아예 뒤집어 놓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지만 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전반적으로 그레이 톤과 대비를 이루는 허니머스타드 옐로우 컬러와 차분한 브라운 컬러의 목재 소재가 눈에 들어온다.

나무 소재의 작은 테이블들이 나란히 놓여 있는데, 우동과 덮밥 전문점이다 보니 그리 큰 테이블이 필요 없는 게 당연하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일식집 분위기 낭낭한데, 'ㄱ'자로 생긴 키친은 오픈키친 형식으로 안에서 일하시는 직원분들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주문을 받으신 아시아계(일본인일 것으로 추정) 직원 분이 주문을 받고 나서 바로 주방으로 가, 다른 직원분들과 일하시는 것 같았다.

원래는 위 사진에 보이는 바 자리로 안내를 받았으나,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고 가서 다른 손님이 한 명도 없는데 굳이 그래야할까 싶어서 그냥 1~2인용 테이블로 부탁했다.

손님의 입장에서 이렇게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오픈 키친으로 되어 있으면 위생적으로도 확실히 더 신뢰하기 쉽긴 하다.

(세 분 정도의 아시아계 직원 분들이 서로 영어로 대화하고 있었는데, 내가 앉아 있는 자리가 가장 멀었음에도 전부 다 들릴 정도였다)

카레우동도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로 알고 있는데, 카라멜 브라운, 시에나 브라운, 머스터드 옐로우 컬러의 조합과 일식의 카레, 튀김 우동과의 이미지에 잘 부합한다.

사장님은 프랑스인 남자분이신 것 같았는데, 중간에 직원들에게 다들 수고하라며 미리 자리를 떠나셨다.

프랑스인들 중에 실제로 식문화를 비롯하여 아시아 문화에 매우 진심으로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꽤 많은데, 그래서 일식, 타이 등 아시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현지인들 중에 실제 그 나라에 가서 미리 많은 것을 배워와 현지 사람들의 입맛에 맞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경우들이 꽤 있다.

이렇게 사진만 봐서는 결코 프랑스라고 짐작할 수 없을 만큼 깔끔하게 실제 아시안 스타일로 잘 꾸민 것 같아 보인다. 두 개의 듬직한(?) 전기밥솥이 보이는데 괜히 마음이 편해진다(?). 바 자리 근처에 주로 판매하는 음료들을 나란히 세워둔 건 좋은 전략인 것 같다.


메뉴

일주일 내내 오전 11시 30분부터 밤 23시까지 오픈하는 Mitsuba. 이런 곳은 보통 외국인 직원들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메뉴에 음식 종류가 너무 많은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소비자로서, A4 용지 한 페이지에 모든 메뉴가 들어있는 게 마음에 들었다.

종류가 너무 많지 않아, 보자마자 '이렇게 많은데, 이게 다 제대로 관리가 되나' 하는 생각부터 드는 꽉 찬 여러 장의 메뉴를 그리 반기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게 완벽한 메뉴였다.

스타터부터 사이드 메뉴, 뜨거운 우동/차가운 우동, 돈부리(덮밥), 음료. 

이 구성이 다였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메뉴에 종류가 너무 많으면 어딘가 자신이 없어 보이는 인상을 줄 때가 있다.

특히 유럽에서 중식당의 경우, 몇 가지 같은 소스로 단백질 종류(육류, 해산물 등)만 다르게 하여 몇 십 가지 메뉴를 꽉 채운 곳들이 많은데, 그럴 땐 메뉴들 사이에 큰 차이가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거의 뽑기식으로 대충 아무거나 고르게 되기도 한다.


오야코동

🐣 창백한 계란

같은 음식도 음식점마다 차이가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닭고기가 매우 크게 들어가서 다소 놀랐지만 동시에 바로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

한국에 있을 때도 동네 단골 일식 덮밥집에서 즐겨 먹던 메뉴 중 하나가 바로 오야코동이다.

닭다리살과 부드러운 계란물을 밥 위에 얹어 만든 일본식 덮밥이다.

 

몇 년 전부터 제주로 내려가셨지만, 한국에 있는 동안 일주일에 한 두 번은 꾸준히 가던 동네 일식 덮밥 단골집에서 먹던 오야코동은 닭고기 살을 작게 넣고, 귀엽게 보일 만큼 짙은 샛노란색의 계란물이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러웠다.

뭐든 내용물을 큼직큼직하게 넣는 걸 좋아하시나보다(?).

주문하고 나서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생각보다 빠르게 음식이 나왔다 (주변 사진들을 다 찍고 나서 잠시 기다리고 있는 사이 음식이 나왔더랬다).

그런데 띠용❗️

테이블 위에 놓여진 오야코동은 계란의 색이 마치 겁에 질려 하얗게 질린 듯 창백하디 창백했던 것이다 (흐음...). 

흡사 묘하게 녹인 라클렛 치즈 위에 버터를 녹인 것 같이 보이기도 하는 묘한 비주얼.

기대했던 것보다 색이 옅어 보였지만, 그래도 맛은 부드러웠던 계란물.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러운 맛(주변에서 할미 입맛이라고들 한다)을 좋아하는 입맛에 맞았지만, 그래도 계란의 맛이 좀 더 확실하게 자기주장을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긴 했다.

영화로 치면 닭고기와 함께 주인공이 두 명인 것과 비슷한 셈인데, 유독 큼지막하게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닭다리살 때문에 색도 옅고 특유의 고소한 맛이 덜 나는 계란은 어딘가 자신감이 위축된 듯하기도 했다(?).


🍗 닭다리살

일단 어떤 분의 아이디어인지 모르겠으나, 오야코동치고 상당히 과감한(?) 방향이지 않나 싶었다.

바로 (과장 조금 보태서) 무지막지하게 큰 닭다리살의 크기 때문인데, 실제 고기든 야채든 크기를 잘게 썰수록 소스/양념이 그 안에 잘 배게 되는 기본 원리를 거스른 선택인 것이다.

 

그래도 닭고기 살은 부드럽게 결대로 잘 찢어졌는데, 시각적으로는 그냥 생닭다리살을 익히기만 한것처럼 보였지만, 나름 간도 적당히 되어 있었고 맛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최근 평소 잘 안 먹는 버거나 피자 등을 먹어서 이날은 원래 취향대로 좀 더 담백하고 깔끔한 음식을 먹고 싶어서 그런 면에서는 만족스럽긴 했으나, 어떤 이들에게는 '너무 건강한 맛'이라는 핀잔을 들을 것 같기도 했다.


🌶️ 시치미 뚝, 아니고 칠리 페퍼 가루 투척

평소 일식 덮밥을 먹을 때 테이블에 놓여진 간장이나 시치미 고춧가루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지만, 이날은 나도 모르게 손이 움직이고 있었다(?).

원래 순하고 자극적이지 않는 맛을 좋아하지만, 이날은 오후에 갑자기 기온이 오르기도 했고(?), 그냥 기분상 평소 잘 거들떠보지도 않는 시치미 칠리페퍼 가루를 넣고 싶었다.

마치 굉장히 수수한 소녀가 평소 하지도 않는 메이컵을 시도해봤는데, 뭔가 잘못된 듯한 느낌의 비주얼 같기도 하고(?).

시험 삼아 조금 뿌려본 시치미 가루는 생각보다 좋은 선택이었다.

그래서 식사를 하면서 조금씩 더 뿌리다가 나중에는 아예 과감하게 팍! 뿌려버렸다 (후후).

소심하게 뿌린 거 같쥬? 나중엔 고춧가루 파바박 넣어 먹었다오.


총평

큼지막하게 몇 덩어리로 나누어 숭덩 넣은 듯한 닭다리살. 자극적인 것과 거리가 먼 순한 맛이지만, 간은 적당하다.

  • 객관적으로 봤을 때, 시각적으로 아주 식욕을 자극한다고 보긴 어려운 첫 인상이다.
  •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오야코동보다 살짝 물 빠진 듯한 색이지만(?), 막상 맛을 보면 전체적인 간은 적당히 되어 있다.
  • 계란의 색이 기대했던 것보다 많이 흐렸는데, 물을 섞어 만들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 닭고기살 덩어리가 큼직하여 투박한 맛이 신선하나, 미각적으로는 좀 더 작게 썰어서 넣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 양파의 양이 조금만 더 많았으면 조금 더 매력적인 요리가 되었을 것이다.
  • 파 고명은 조금 더 얇게 썰어 조금 더 넉넉하게 넣어주면 좋지 않았을까.
  • 그래도 점심 한 끼로 종종 한 번씩 먹기에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언제 한 번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일식 덮밥 중 하나인 오야코동.

레시피를 찾아보니, 역시 예상했던 대로 미린(미림)이 들어간다.

부들부들 야들야들한 계란, 육수, 간장, 청주, 미린을 넣고 양파를 조리는 듯하다 (아니라면 댓글로 정정 부탁드립니다 🙏).

그래서 원래 양파 자체가 단맛이 있기도 하지만, 일식 특유의 살짝 더 단맛이 나는 양파에서 은은한 감칠맛이 느껴지는 건 이런 몇 가지 재료의 조합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맞은편에 있는 프렌치 스타일 아메리칸 버거 하우스 Colette.

지난번 Colette 버거 하우스에 갔던 날, 애초에 이곳에 와서 오야코동이나 카츠동을 먹을 생각으로 그 문 앞까지 갔었는데, 어쩌다 보니 내 손에는 수제버거가 들려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원래 가려고 했던 Mitsuba 우동 전문 일식전문집에 가게 됐다.

냉면, 라멘, 쫄면을 제외하고는 다른 면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우동은 편의점에서 정말 배고플 때 먹을 수 있지만 평소 외식할 때는 잘 주문하지 않게 되는 메뉴라 면 전문집임에도 밥 메뉴를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다시 찾게 되면, 그때는 카레우동을 한 번 먹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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