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그들도 잘 알듯이 프랑스인들은 참 먹는 것에 진심이다.
유럽에서도 대표적인 농경국가답게 식재료 종류마다 그렇게 다양하게 상품화를 할 수 있는 것도 신기한데, 어쩔 땐 작은 간식류 음식에도 다양한 조리기술을 적용해 '미식'의 가치를 추구하는 걸 보면 놀라움을 자아낼 때가 있다.
최근 다시 한 번 음식에 대해 진심인 프랑스인들의 면모를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 경험을 한 곳이 있는데, 바로 장인정신으로 만든 아이스크림 전문 판매점이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이 세상에 존재해줘서 고마운 마음마저 들만큼 매우 만족스러웠던 고품질 프랑스 아이스크림 전문점 HENRIETTE & OLGA에 대해 소개한다.
누구든 행복하게 만드는 "해피푸드", 아이스크림
[엉리에뜨 & 올가]라고 발음하는 HENRIETTE & OLGA.
미식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Gault & Millau 상을 들어봤을 것이다.
HENRIETTE & OLGA는 이 상을 수년 간 수상했을 정도로, 맛의 품질에 있어서는 의심할 바가 없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포장이 아니라 현장에서 먹고 갈 때는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나무로 만든 주사위 같은 QR 코드 메뉴를 이용해서 주문한다.
(이제 스마트폰은 옵션이 아니라 필수인 시대가 도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시그니처 메뉴로는 10유로의 XXL 프로피트롤(보통 적당히 작은 슈크림빵만한 것이 일반적인데, XXL라는 걸 보니 꽤나 크고 양이 많은가 보다)과 브리오슈 빵 페흐듀(6유로)가 있다.
입구 문 옆에 블랙보드에 쓰인 글귀를 읽어보는데, 가장 큰 영감이 "할머니"라고 적혀 있었다.
항상 웃는 얼굴로 맞아주시고, 모두 함께 좋은 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늘 열려있는 할머니댁 문, 식사할 때 서로 인사하고 감사함을 전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신 분들도 바로 할머니들이라는 따뜻한 문구가 적혀있었다.
(나의 세속적인 자아는 역시 프렌치들은 참 감성 자극 마케팅을 잘한다고 생각을 읍읍..)
2스쿱으로 결정
QR코드를 입력하면 다음과 같은 메뉴가 나온다.
메뉴를 유심히 보고 있는데, 친절한 매니저 점장? 같아 보이는 분이 다가오셔서 주문 방법을 설명해주시고, 원하면 얼마든지 맛을 볼 수도 있으니 테이스팅을 요청해도 된다고 알려주셨다.
그리고 몇 가지 맛에 대해 '지나치게 당도가 높지 않은지'에 대해서도 물어봤더니, 실제 너무 단맛을 지양해서 적당히 은은한 단맛으로만 만들려고 한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일단 "Caramel fleur de sel et sablé breton H&O"이 궁금하다고 했더니,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맛 중 하나로 강추한다고 하셨다. 나도 어차피 가장 마음에 두고 있었던 맛이라 바로 (진행시켜) 맛을 보았고, 역시, 단번에 합격 (엄지척).
그리고 파푸아뉴기니 바닐라맛도 봤는데, 이것도 역시 합격. (당장 진행시켜22)
✔️ 첫 번째 선택: 씨솔트 캐러멜와 H&O 브레타뉴 사블레
저 이름 하나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다 들어 있어 고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가기 전에 메뉴를 확인하고 갔는데, 먼저 그 중에서 거의 확신을 가지고 미리 결정했던 건 "Caramel fleur de sel et sablé breton H&O"였다.
영어로 하자면 "Sea salt Caramel and H&O Breton shortbread"인데, 즉 "바다 소금을 넣은 카라멜 아이스크림에 Henriette & Olga에서 직접 만든 브레타뉴식 쇼트브레드(사블레)"를 말한다.
✔️Breton Sablé
한국에도 나름 '전통 있는' 대표적인 비스킷 과자 중 "사브레"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사블레는 프랑스 서부의 Bretagne 지역에서 만들어졌다.
Breton이라는 단어는 브레타뉴 지역 출신 사람, 또는 브레타뉴 지역 고유의 언어를 뜻하는 명사, 또는 "브레타뉴의-"라는 뜻의 형용사로 사용된다.
Sablé는 영어로는 shortbread로 번역되는데, 밀가루, 달걀노른자, 설탕 등을 넣고 구워 만드는 비스킷이다.
참ㄱ로 프랑스어로 모래를 "sable [사블르]"라고 하는데, 씹었을 때 입 안에서 부서지면서 마치 모래알이 퍼지는 듯한 식감이 있어 "Sablés [사블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바삭바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 두 번째 선택: 파푸아뉴기니스 바닐라 (Vanille de Papouasie)
Vanille de Papouasie는 메뉴에 잘 보면 Authentic Products라는 바닐라빈 전문 브랜드의 바닐라 제품을 사용한다고 나와 있다 (Collab Authentic Products는 이 브랜드와의 제휴를 뜻한다).
즉 원산지와 그 출처에 대한 정보에 확실하게 명시되어 있는 건데, 소비자로서 아이스크림에 있어서도 이런 분명한 원산지 표시는 안 반길 수가 없다.
메뉴에는 두 가지 종류의 바닐라가 있었는데, Vanille-Pécan-Caramel은 "바닐라+피칸+캐러멜"의 조합이다.
바닐라 고유의 맛을 느끼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이미 캐러멜이 들어간 맛을 정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패스했다.
디저트에 있어 변함없는 최애 재료 중 하나가 바로 바닐라이다.
가장 기본맛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시간을 초월한 클래식이기에 언제 먹어도 변함없이 맛있다.
특히 바닐라향을 넣어 인공적으로 낸 바닐라맛과 실제 바닐라빈을 충분히 넣은 바닐라맛은 그 근본부터가 차원이 다른데, 그렇기 때문에 후자를 맛볼 수 있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하는 편이다.
드디어 실물 영접한 두 가지 맛의 장인 퀄리티 아이스크림
그동안 먹은 아이스크림은 아이스크림이 아니었던건가(?)
일단 어떻게 먹어봐도 고급진 맛이다.
사진에서도 잘 나올지 모르겠지만, 실제 위 사진 좌측의 씨솔트 캐러멜맛과 우측의 바닐라맛은 텍스처 자체가 달랐다.
압축해서 말하자면, 캐러멜맛은 좀 더 잘 녹는 식감이었는데, 캐러멜맛 아이스크림들이 공통적으로 비슷한 성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두 가지 맛 모두 정말 "천상의 맛" 그 자체였다.
특히 캐러멜맛은 은은한 단짠의 맛이 느껴지는데, 먹다 보면 그 안에 들어있는 쇼트브레드가 바삭바삭 씹히는데, 전체적으로 맛을 더 풍부하게 끌어올려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중간중간 꽤 큼직하게 덩어리채 씹힐 때가 있는데, 그때의 쾌감이란.. 🥹
너무 맛있어서 한 입 한 입 음미하면서 먹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맛있어서 극락의 맛을 맛본 매우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용기에 담긴 아이스크림 제품들
이날 원래 평소 최애 아이스크림 중 하나인 피스타치오와 캐러멜을 주문할 생각이었는데, 현장에서 스쿱으로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은 소진되었어서, 위 사진처럼 유리 용기에 포장된 제품만 구매 가능하다고 해서 아쉬웠었다.
인공보다 자연 그대로의 맛
실제로 한켠에 유리창으로 안이 들여다보이는 키친 공간에서 직접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계신 분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은 특히 아이스크림을 화학 성분 듬뿍 담은 인공적인 아이스크림보다 실제 요리에도 쓰이는 천연 재료를 사용한 맛을 구현하는 편이다.
과일, 견과류, 바닐라, 야채, 커피, 곡물, 허브 등 다양한 천연 재료를 사용해서 그 색도 색소를 많이 넣은 체인점 아이스크림들에 비해 자연스러운 파스텔톤 색이 더 많다.
그외 디저트
아이스크림만 파는 줄 안다면, 큰 오산이다
🐝 Queen Bee
올리브 오일 피낭시에 + 체스트넛허니 무스 + 살구 콩피 + 생살구 + 올리브오일 필레
올리브오일과 꿀, 살구라는 글자의 조합만 보아도 지중해 내음이 풍기는 듯하다.
밤꿀 무스만 들어도 입 안에서 살살 녹을 것 같은데, 거기에 살구와 올리브오일을 더한 피낭시에 케익.
좋아하는 재료들이 한데 모인 디저트라 언제 한 번 시도해봐야할 것 같다.
🍑 Princess Peach
바닐라 클라푸티 + 요거트 크림 + 구스베리 콩피 + 백도 복숭아 + 생 구스베리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프린세스 피치"라는 이름의 이 디저트는 보기만 해도 입안에 새콤달콤 상큼한 맛이 감돌 것만 같은 생김새다.
Clafoutis는 원래 반죽에 체리를 넣고 구워내는 게 기본인 프랑스 전통 디저트 중 하나이지만, 다른 베리류 과일을 넣고 만들 수도 있다.
바닐라 클라푸티에 요거트 크림의 부드럽고 크리미한 느낌에 단맛이 별로 없고 신맛이 강한
🍓Tarte Fraise
바삭바삭한 사블레 파떼 + 아몬드 프란지판 + 몽테 바닐라 가나슈 + 자바 롱 페퍼 + 생딸기 + 보아트시페리페리 페퍼 에멀전 젤
중앙에 위치했던 딸기 타르트.
고소한 아몬드 프란지판에 몽테 바닐라 크림 가나슈, 생딸기까지는 클래식한 조합이 맞다.
그런데 갑자기 자바 롱 페퍼와 보아트시페리페리 페퍼라는 다소 강한 맛을 더한 건 꽤 과감한 시도라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언제 한 번 기회가 되면 먹어보고 싶긴 한 조합이다.
🧀 치즈케이크
Breton 사블레 + 치즈케이크 + 과일 및 garniture
쇼트브레드 베이스로 만든 치즈케이크인데, 그 위에 라즈베리, 오렌지플라워로 장식한 "예쁜 치즈케이크" 같다.
사실 보르도 레스토랑에서 후식으로 치즈케이크를 시도한 적이 몇 번 있는데 아직까지 한 번도 그리 감동을 받은 경험을 한 적이 없어 큰 기대는 없지만, 이곳은 디저트 전문점이니 꽤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 Martinut's
사블레 파떼 + 크런치 헤이즐넛 + 헤이즐넛 비스킷 + 헤이즐넛 나멜라카 크림 + 밀크초콜릿 가나슈 + 헤이즐넛 프랄린 + 바닐라 몽떼 가나슈
들어가 재료 리스트만 봐도 고소함으로 무장한 디저트임이 틀림없다.
비스킷, 나멜라카 크림, 프랄린 등 헤이즐넛으로 다양한 식감을 구현하고 초콜릿 가나슈까지 더해, 작정하고 헤이즐넛을 비롯한 견과류 디저트 애호가들을 위해 개발한 디저트 같다.
🍪 Olga
포슬포슬한 아몬드 비스킷 + 크런치 잣 + 잣 나멜라카 크림 + 허니&플라워 몽테 크림 가나슈
잣이 킥인 디저트이다.
위 사진에서 최우측에 있는 둥글고 키도 큰(?) 디저트인데, 잣을 가미한 부드러운 나멜라카 크림에 플로럴한 향이 밴 꿀맛의 몽테 크림을 올렸나본데, 짙은 커피나 블랙티와 잘 어울릴 법한 디저트 같다.
첫 방문이었지만, 첫 한 입을 먹자마자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것이 마지막 만남은 아니라는 것을(?).
한 번씩 들러서 새로운 맛의 아이스크림도 시도해보고, 배가 너무 부르지 않는 어느 오후 잠시 들러 디저트도 하나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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