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 포스트는 쓰기 전부터 기대가 됐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아이스크림을 먹어봤지만, 완전 처음 접해보는 색다른 스타일의 아이스크림을 먹어보게 됐기 때문이다.
심플하면서도 평범한 아이스크림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뚜렷한 개성을 지닌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인데, 그 이름부터 무려 PISTACHE, 즉 피스타치오이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우연히 가게 됐지만,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핫플레이스가 된 아이스크림집에서 처음 먹어본 레바논 아이스크림에 대해 이야기한다.
PISTACHE
아이스크림은 추운 겨울에 먹어도 맛있지만, 본격적인 아이스크림의 계절은 바로 여름이다.
여름날, 남녀노소 불문하고 시원한 아이스크림 하나면 행복해진다.
Pistache [피스타쉬]는 프랑스어로 피스타치오를 뜻한다.
개인적으로 피스타치오는 색도, 맛도, 향도 모든 면에서 가장 완벽한 견과류 중 하나로 꼽는 데다가, 평소에도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맛 중에 피스타치오가 빠지지 않는데, 지나가다가 Pistache라는 이름과 피스타치오 컬러를 보자마자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분위기도 그렇고, 문 옆에 붙여져 있는 아이스크림 사진도 그렇고, 한국만큼 맛집 앞에 줄을 길게 서는 풍경이 흔하지 않는 프랑스에서 이 정도 반응이라면 일단 맛은 확실히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단지 기다리는 동안, 처음 접해보는 "레바논 아이스크림"이라는 것 때문에 계속해서 호기심이 커져갔다.
주문
🍦 LES CLASSIQUES
초콜릿 / 바닐라 / 딸기 / 리치 / 피스타치오 / 로즈 / 레몬 / 망고
기본 아이스크림 맛을 고를 수 있는 "레 클라식크" 아이스크림 옵션이다.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맛들을 비롯해, 리치맛, 장미맛과 같은 흔히 보기 힘든 맛들도 있는 게 흥미롭다.
(피스타치오 토핑 추가시 추가 비용 + 2.50유로)
🍧 LA SPÉCIALITÉ (Glace à l'Achta)
Fleur de lait + fleur d'oranger
이름 그대로 "스페셜 아이스크림"으로, "아슈타 아이스크림"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오렌지꽃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우유로 만든 쫀득한 아이스크림을 으깬 피스타치오로 범벅한 뒤, 그 위에 다시 한번 피스타치오 토핑을 얹은 휘핑크림(chantilly)을 올린다.
(피스타치오 범벅 토핑 포함)
메뉴를 살펴 보긴 봤지만, 이미 줄 서 있을 때부터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곳의 "스페셜 아이스크림"에 대한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Achta 아이스크림 스몰 사이즈 콘으로 주문했고, 6.50유로를 지불했다.
앞서 줄 섰던 사람들 중에 같은 아이스크림으로 미듐 사이즈를 주문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미듐 사이즈는 혼자 먹기엔 확실히 꽤나 커 보였다.
만드는 과정
여느 아이스크림 판매점과 마찬가지로, 콘과 컵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가족 단위로 운영되는 것 같았는데, 한 분이 아이스크림 스쿱을 얹어 놓으면 남자분께서 미리 으깨어 놓은 피스타치오 밭(?)에 아이스크림을 눕혀 놓고 메탈 스페츌라로 마구마구 피스타치오를 묻혀 주셨다.
마치 큰 모래알처럼 수북하게 쌓아놓은 으깬 피스타치오에 아이스크림을 굴려 가며 구석구석 아이스크림의 흰 부분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피스타치오 알갱이를 알차게 붙여주고 계셨다.
예전에는 방문하는 곳들에서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게 너무 낯간지러웠는데, 이제 점점 항마력이 커져 조금씩 예전보다 뻔뻔함을 장착하고 촬영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렇게 스마트폰을 들이대고 사진을 찍고 있었더니, 여자 사장님이 많이 많이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고 홍보해 달라고 부탁까지 하시길래 사장님의 격려에 힘을 입어(?) 더 열심히 찍고 왔다.
✔️ 왜 하필 피스타치오인가?
레바논은 지중해 기후권 나라 중 한 곳으로, 피스타치오는 대표적인 지중해권 식재료 중 하나이다.
그래서 지중해식 요리에서 살구, 꿀을 비롯해 피스타치오를 사용한 후식을 흔히 볼 수 있다.
잇츠 본격 시식 타임
그렇게 한 10분 정도 기다려 받게 된 아이스크림.
주문할 때 받은 번호표로 번호를 부르시는데, 번호표를 반납하면 아이스크림을 주신다.
일단 아이스크림 자체가 평범하지 않다보니, 들고 길만 지나가도 단번에 시선 강탈 효과를 느낄 수 있다.
(나부터도 이 아이스크림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시선이 돌아갔으니 말이다)
아이스크림은 단단하게 그 형태가 유지되었는데, 평소보다 더운 날이었음에도 빠르게 줄줄 녹아 흘러내리지 않았다.
그렇게 일단 온전한 상태로 사진을 몇 장 남기고 나서 바로 맛을 보게 된 아이스크림.
저작질을 몇 번 하자마자 느낌이 왔다.
감동의 맛 그 자체였던 것이다 🥹
일단 오독오독 식감과 고소하면서도 향긋한 냄새를 담당하는 피스타치오로 씹는 맛 제대로 살린 건 당연하고, 아이스크림 자체도 굉장히 부드러우면서 일반적으로 먹는 아이스크림과는 또 다른 쫀득쫀득한 식감이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은은하게 입안에 퍼지는 오렌지꽃향이 너무 좋았는데, 주문할 때 "오렌지꽃향이 좀 나는데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물으셨던 여자 사장님은 왜 굳이 안 물어보셔도 되는 걸 물어보셨나 싶을 정도로 스페셜 아이스크림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였다.
빼곡하게 아이스크림을 뒤덮고 있는 으깬 피스타치오, 향긋한 오렌지꽃향과 우유향으로 그 자체만 먹어도 충분히 맛있는 아이스크림, 그리고 생각보다 더 다양한 식감을 더해주는 달지 않은 휘핑크림이 이루는 삼박자가 더할 나위 없이 조화로웠다.
사실 처음에 주문하기 전에는 아이스크림 위에 휘핑 크림을 빼달라고 할까 생각했는데, 그냥 아무말 안 하길 잘 한 것 같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질감도 일반적으로 접하는 아이스크림과 다르고, 젤라또 아이스크림과도 또 다른 결이라서 도대체 어떤 재료들을 배합하여 어떤 비율로 섞어 만드는지 혼자 궁금해졌다.
그러면서 여름 시즌에 이렇게 강력한 아이템으로 오픈한 사장님들은 참 많이 많이 버시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재방문 의사 무조건 100%
원래는 바로 옆에 있는 Le Bouquet라고 하는 galette, crêpes 전문 레스토랑에 가려고 했었는데, 하필 저 날 문이 닫아 있어서 우연히 가게 됐는데, 오히려 저날 문이 닫혀 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6.50유로면 보르도에서 웬만한 고급스러운 조각 디저트 하나는 여유롭게 먹을 수 있는 가격인데(보통 5유로~6유로대이다), 그걸 감안하면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일단 먹어보면 가격 생각은 아예 안 하게 된다.
근처에 있는 샌드위치 가게인데, 이 집도 왠지 심상치 않아 보여 바로 사진을 찍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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