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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Europe

후루룩 챱챱 다 먹고도 또 먹고 싶어지는 페스토 크림 베이스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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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다른 포스트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 프랑스인들이 사랑하는 국민 체인 브랜드 Pizza Cosy는 첫 방문 이후로 어쩌다 보니(?) 같은 주에 총 세 번을 찾게 되었다.

물론 당시 보르도 Chartron 구역의 한 호텔에서 일주일간 머물던 기간이었는데, 일 때문에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기에 피자는 간편할 뿐만 아니라, 남은 피자는 그다음 날 점심으로 먹기에도 편해서 한 주에 세 번을 가게 되었다.

물론 피자 맛이 별로였다면, 절대 두 번째 방문을 하는 일은 없었을 테지만 말이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Pizza Cosy의 신메뉴 중 하나인 Vertigineuse라는 피자에 대한 후기를 담는다.


여름 시즌 신메뉴 시도해보기

과연 베지테리언이 아니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피자인가?_?
따끈한 상태에서 포장해 왔지만, 안타깝게도 따뜻한 열기를 사진으로 전달할 수는 없다(?

Pizza Cosy의 모든 피자는 스몰과 라지, 두 가지 사이즈로 제공된다.

보통 3유로 정도 차이가 나는데, 나는 나폴리 스타일의 피자를 좋아하기 때문에 스몰 사이즈는 아예 고려도 하지 않기로 한다.

 

처음 실수로 주문했던 짭조름한 Chaud'rizo 피자에 이어 두 번째 픽은 좀 더 담백하고 산뜻한 맛의 피자를 먹어보기로 했다.

포장 주문을 하러 가기 전, 웹사이트에서 미리 메뉴를 확인하고 갔는데, 그중에서 올해 여름 시즌 특별메뉴로 추가된 세 가지 피자 중 베지테리언 피자가 눈에 들어왔다. 

신선한 방울토마토와 바질잎, 그리고 라떼 디 부팔라 치즈로 이탈리아 느낌이 낭낭한 피자.

 Pizza Cosy 웹사이트에서는 전체 메뉴의 모든 피자에 들어가는 재료와 더불어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데, 단순히 나열된 재료 이름들만 보는 것보다 확실히 영상을 참고하는 게 도움이 많이 된다.

바로 Vertiginieuse라는 이름의 피자였는데, 가공육이나 고기, 계란 등의 재료가 일절 들어가지 않고, 깔끔하면서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재료들로만 구성된 것이었다.

평소 아티초크를 워낙 좋아해서, 피자를 먹으러 갈 때 메뉴의 베지테리언 피자에 아티초크가 보이면 대부분 그 피자를 망설임 없이 고르는 편인데, 이 피자에는 아티초크는 없지만 나머지 모든 재료가 다 마음에 들었다.


Vertiginieuse, 페스토 베이스 피자

 

프랑스에서 접하는 이탈리아 피자는 크게 토마토소스 / 크림소스 베이스의 두 가지로 나뉜다.

원래는 크림소스를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토마토소스 베이스의 피자 메뉴 위주로 보는 편인데, 페스토라면 말이 다르다.

바질과 견과류, 올리브오일 등을 넣고 만든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소스 중 하나인 pesto는 파스타든 피자든 리조또든 많은 재료가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그 자체로 존재감이 꽤 강하다.

반지르르 윤기가 흐르는 페스토 소스 위에 치즈가 얹혀져 그냥 봐도 맛없을 수가 없는 조합.

언젠가 만났던 한 이탈리안 사람이 이탈리아의 국기는 사실 토마토와 모짜렐라 치즈, 바질의 색 조합이라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 세 재료의 조합만큼 이탈리아스러운 조합이 또 있을까 싶다.

거기에 구운 아몬드 토핑까지 올렸는데,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맛이 강하다 보니 식감을 담당해 줄 요소로 계산해 추가한 것으로 짐작된다.

 

참고로 Pizza Cosy의 피자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토핑에 올라가는 재료에 있어 그 종류를 많이 올리지는 않지만, 성격과 개성이 뚜렷한 조합들로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을 고려해 몇 가지 재료를 집중적으로 살리는 방향을 추구하는 듯하다.


도우

이곳 피자가 지닌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바로 도우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있는 피자집을 찾아보던 중 Pizza Cosy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전반적인 구글 방문 후기가 긍정적인 의견이 많아 보이길래 그중 몇몇 리뷰를 읽어 보았다.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작성한 리뷰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맛있는 피자 도우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이었는데, 피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피자 도우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현장 식사뿐만 아니라 배송, 포장 주문까지 가능한데, 그만큼 이곳에서 직원으로 일하면 정말 눈코 뜰새 없을 만큼 정신없이 바쁠 것 같아 보였다.

내부에 큰 화덕이 있는데, 피자를 기다리는 동안 멀리서 살짝 봤더니 화덕 안에 피자가 회전할 수 있도록 특수 장치가 되어있는 듯해 보였다.

오븐에 구운 피자도 물론 맛있지만, 화덕에 구워낸 피자는 특유의 쫄깃한 식감이 더 살아있는 게 특징인데, 군데군데 검게 그을린 것도(물론 일일이 떼내어 먹지만) 나름 화덕피자의 매력이다.

다음날 점심에 데워 먹었는데, 피자가 츄르륵 녹아버렸지만 그건 그거대로 맛있어서 상관없다(?)

일단 토핑을 받치고 있는 도우는 그 두께가 꽤 얇은 편인데, 얇은 두께 때문에 손으로 들고 먹을 때는 살짝 말거나 접어서 먹는 게 더 편할 정도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접시에 칼과 포크를 이용해 먹을 수 있지만 한국인들 대다수는 아마 전자를 더 선호하지 않을까 싶다.


치즈

Mozarella fior di latte

 

이 피자에는 두 가지 피자가 들어간다.

모짜렐라 치즈인데, 피오르 디 라테(Fior di latte)는 이탈리아어로 젖소의 젖으로 만든 치즈라는 뜻이다.

바질 소스 베이스 위에 전체적으로 모짜렐라 치즈가 뿌려져 있는데, 사실 다른 재료 없이 바질의 맛과 모짜렐라 치즈 이 두 가지 조합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맛있다고 할 수 있다.


부라타 치즈 볼

탱글탱글 반질반질한 부라타 치즈가 납작하게 느스해진 피자 위에 긴장감을 더해준다(?)

이 피자의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게 바로 이 주먹만 한 부라타 치즈 볼 되시겠다.

레스토랑에서 특히 점심이나 브런치를 주문할 때 부라타 치즈가 들어간 메뉴를 보면 일단 70%는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부라타 치즈는 쫄깃한 모짜렐라 커드 속에 크림, 스트라치아텔라 치즈를 넣고 채운 이탈리아 남부의 치즈이다.

'버터를 바른'이라는 뜻답게 겉은 쫄깃하지만 그 안은 말캉말캉 부드러운 고소함이 매력적이다.

마치 주머니처럼 동그랗게 알찬 모습으로 떡하니 중앙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부라타 치즈. 삶은 달걀 같이 보이기도 하다.

 

알차디 알찬 부라타 치즈 뭉텅이 하나면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요(?)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피자는 기본적으로 가공육이 디폴트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 간도 꽤 세게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렇게 깔끔하고 기본에 충실한 피자를 먹고 나면, 한국식이나 미국식 피자가 정통 이탈리아 피자에서 얼마나 멀리 갔는지(?) 새삼 실감해 볼 수 있게 된다.

치즈, 고구마, 단호박 크러스트 피자도, 포테이토 피자도, 새우나 닭고기를 올린 피자도 물론 맛있지만, 막상 한국에 있을 때 이렇게 이탈리안식의 깔끔하고 프레시한, 심플한 화덕피자(특히 나폴리식 피자)가 떠오를 때가 있다.

 

화려하고 대단한 것 없이도, 넉넉한 사이즈의 부라타 치즈 볼과 피자를 먹는 내내 끊임없이 올라오는 신선한 바질 향, 그리고 부드러운 산도와 적당한 단맛을 더해주는 방울토마토, 거기에 구운 아몬드 토핑까지 더해져 고소하면서도 담백하고 신선한 재료들의 맛을 모두 느낄 수 있다.


데워먹기

처음 먹어보긴 했지만, 어느 정도 그 맛을 예상하고 고른 피자이기도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더 맛있어서 한 번에 다 먹어버릴까 하다가 그래도 다음날 점심을 위해 몇 조각 남겨두었다. 

식은 피자를 다시 데울 때 잠시 망설여졌던 포인트가 바로 부라타 치즈였다.

개인적으로 부라타 치즈는 너무 익혀지지 않은 프레시 치즈 상태 그대로 먹는 게 제일 맛있다 생각하는데, 피자 전체를 데우면 녹아서 일반 모짜렐라 치즈가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피자 가운데에 있는 부라타 치즈를 썰어 일단 두 조각을 먼저 먹어본다.
이렇게 사진으로 보면 마치 삶은 달걀 흰자를 얹어놓은 것 같이 생겼다. 그러나 아니지롱
더 많이 넣어줬으면 더 좋았을까 싶지만, 그래도 적당량 들어간 것 같은 생 바질잎도 화덕불을 견뎌내어 그런지 더 강한 향을 발산하는 듯하다.

원래 피자를 먹을 때 엣지 부분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외식할 때도 피자의 테두리는 전부 고스란히 남겨두는 편인데, 이곳은 반죽이 맛있는 식감이라 피자를 먹으면서 한 번씩 같이 조금 먹어주게 된다.

밀가루 반죽의 밀도가 너무 높지 않고, 가벼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으로 담백한 맛이 참 좋다.

맵고 자극적이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피자를 주문할 때 요청하면 핫소스가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에 얼마든지 매콤하게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먹어본 세 번째 피자 포스트도 언젠가 나중에 할 것 같은데, Pizza Cosy에 오랜만에 다시 가게 된다면 가장 먼저 먹고 싶은 피자는 바로 이 Vertigineuse이다.

 

 

(피레네 휴가 다녀와서 본격적으로 포스팅을 열심히 해보려 했더니, 평소 블로깅할 때 늘 사용하던 아이패드가 갑자기 고장나버리는 바람에 급하게 수리 맡기고 처음으로 PC로 작성한 포스트가 되었네요!

그래도 평소처럼 아이패드로 할 때가 확실히 더 편하긴 했던 것 같은데, 앞으로 2주에서 3주는 걸릴 거라고 합니다 (털썩)

 

그간 밀린 댓글을 쓰고 싶었는데, 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댓글창 자체가 전혀 보이지 않네요 -_ㅠ

무튼 모쪼록 다들 무더위에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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