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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Europe

프랑스 빠띠시에 장인이 만든 디저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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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트에서 소개했던 Bergamote은 훌륭한 카페가 넘쳐나는 보르도에서도 디저트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디저트 카페 10곳을 꼽아야 한다면 망설임 없이 중상위에 넣을 법한 곳이다.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곁들였던 아몬드 크림 살구 디저트(Abricot & Sureau)를 맛있게 먹고 나서, 그냥 그대로 가기에는 뭔가 아쉬워 디저트를 하나 더 포장해 가기로 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지난 포스트에 이어 보르도 카페 Bergamote의 다른 디저트 후기를 담는다.


포장용 디저트, 선택의 순간

행복한 고민의 순간.

디저트를 좋아하는 이에게 어떤 케이크를 먹을까 하는 건 꽤나 행복한 고민의 순간이다.

게다가 이미 어떤 걸 먹어도 취향의 차이가 있을 뿐, 그 맛은 어느 정도 보장된 곳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평소 그래도 메뉴를 고를 때 그리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는 편인데(지극히 주관적 주의), 이날은 워낙 다른 경쟁 후보들이 만만치 않다보니 몇 분이나 걸려버렸다.

체인 카페점처럼 항상 갈 때마다 있는 디저트들이 아니다보니 더 그런 것 같은데, 자주 들를 수 있는 것도 아니라 한 번 갈 때 되도록 알짜배기로 골라가고 싶은 욕심에서다 _-_

데이지꽃 형태의 예쁜 복숭아와 크림 조합의 디저트는 내가, 루밥으로 만든 디저트는 친구 선물용으로 결정했다.

그렇게 오랜(?) 고민의 시간을 거쳐 고르게 된 두 가지 디저트.

다른 것보다 티라미스나 치즈케이크, 브레스트, 파블로바 등 평소에 다른 곳에서도 (물론 맛은 전혀 다르겠지만) 먹어볼 수 있는 클래식한 메뉴들 대신 오직 이곳에서만 먹어볼 수 있는 창의성 돋보이는 특별한 디저트는 기회가 생기면 놓치지 않고 먹어줘야 한다!


Magao

(나름) 언박싱(?)

Artisan은 장인을 뜻하는데, 빠띠씨에와 초콜릿 전문 장인 퀄리티 디저트 카페임을 알 수 있다.
언제나 떨리는 언박싱의 순간. 둑흔둑흔.
두둥

보르도 시내 대부분 카페에서 디저트 포장이 가능하지만, 모든 곳이 흔들림 방지로 디저트를 고정해주지는 않는다.

이곳은 작은 미니 케이크 포장을 할 때 항상 이동 중에 박스 안에서 많이 흔들리지 않도록 저렇게 고정해준다.

매트하지만 부드러운 아몬드 크림 꽃잎이 마치 달걀 노른자 같은 영롱한 자태의 중앙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Magao라는 이름의 이 예쁜 꽃모양의 디저트는 살짝 단맛이 나는 밀가루 반죽 베이스에 아몬드 크림(꽃잎 부분), 레드커런트(구스베리) 콩피, 작게 썬 복숭아 브뤼누아즈(brunoise), 마가오 베리(baies verveines) 크림, 생복숭아로 구성된 디저트이다. 

포장해오면서 걸어오느라 상자 안에 부딪히는 바람에 크림 형태가 조금 망가지긴 했지만 여전히 예쁘고 먹음직스럽다 후후

디저트 설명을 보았을 때, 중앙에 달걀노른자처럼 보이는 것이 복숭아 브뤼누아즈인 것 같다.

작게 썬 복숭아들을 젤라틴 등을 넣어 만들었는데, 한 디저트 안에 동일한 재료로도 다양한 식감으로 먹는 재미를 주려는 연구와 노력을 했음을 엿볼 수 있다.

사실 디저트를 구매한 날 배가 불러서 먹지 못하고 그 다음날 먹게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처음 포장할 때보다 크림 위에 올려진 복숭아의 상태가 살짝 달라 보인다.
저 위에 혼자 앙증맞게 올라가 있는 잎이 뭔가 귀엽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갔을 때 있었던 여러 디저트 위에 하나씩 올라가 있었던 초록색 잎 장식.
어떻게 저렇게 곱게 균일하고 일정하게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일까 싶은데 뭔가 틀 같은 게 따로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제작 과정이 마냥 궁금해진다.

참고로 아무래도 주기적으로 새로운 디저트를 만들어내고, 체인점처럼 대량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이곳의 빠띠씨에 분(들)이 직접 만드시는 거다 보니, 진열대에 동시에 놓인 디저트들 사이에 종종 재료가 겹칠 때가 있다.

 

이번에는 "아몬드크림"이 바로 그 겹치는 공통의 재료였는데, 부드럽고 너무 달지 않으면서 은은한 아몬드향이 묻어나는 매력적인 크림이었다.

아몬드 자체는 다소 무거운 느낌을 주는 재료인데도, 카페에서 먹었던 살구와도 매우 잘 어울렸고, 포장해 와서 먹은 이 복숭아 디저트와도 매우 잘 어울렸다.

평범한 케이크들을 보다가 이렇게 작지만 알차게 이것저것 다양하게 담긴 디저트를 보면 확실히 질적인 면에서 비교불가이다.

본격적인 시식타임 (두근두근)

다양한 재료와 식감이 중요한 디저트인 만큼, 생복숭아, 아몬드 크림, 그리고 구스베리 콩피로 추정되는 산도가 다소 있는 붉은색의 잼과 같은 레이어가 보인다.

그렇다.

한 입 먹고 두 입 먹다가 맛있어서 나도 모르게 사진 찍는 것을 깜빡한 채 그저 묵묵히 입 안에 넣다가 어느 순간 문득 정신 차리고 사진을 찍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이미 한 절반 정도 먹고 나서야 사진을 찍게 되었다.

언젠가 화면을 뚫고 맛과 향을 전달할 수 있는 세상이 올 수 있을까(?)
뭔가 깔끔한 단면의 리코타 치즈 단면 같아보이기도 한 아몬드 크림은 부드럽고 너무 묵직거나 단맛이 지나치지 않아 은은한 아몬드 향이 나서 좋았고, 아몬드라는 재료의 특성에 과감한 대비를 더해주는 구스베리 콩피도 맛있었다.
약 반 정도 먹고 나서 (갑자기 정신 차리고) 찍은 사진. 디저트의 단면을 볼 수 있는데, 당도가 적당해서 기분 좋은 아몬드 크림과 더불어 복숭아라는 한 재료로 다양한 맛과 식감을 만들어낸 것이 흥미롭다.

복숭아를 작게 큐브형으로 자른 뒤 젤라틴을 넣고 볼록하게 만든 브뤼누아즈는 젤라틴의 비중이 크지 않아 거북하지 않고 가벼운 식감으로 먹기 딱 좋았고, 아몬드 크림, 마가오 베리 크림, 구스베리 콩피와도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재미있는 식감을 더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사실 보르도 시내를 나갈 때마다 꽤나 자주 그 앞을 지나가는 곳인데, 겉으로는 참 평범해 보이지만 갈 때마다 늘 이곳에서 파는 디저트의 퀄리티에 감탄하곤 한다.


La Rhubarbe

아마도 최초일지 모르는 먹어보지 않은 디저트 상상 후기(?)는 하지 않기로 한다

두 개를 따로 포장해달라는 말을 뒤늦게 깨달아서(아이고야) 나중에 따로 설명하고 전해주었던 루밥 디저트.

루밥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 마침 그 다음날 만날 계획이었어서 la Rhubarbe 디저트도 하나 포장했다.

이곳의 빠띠씨에 분들이 초콜릿 장인이기도 하셔서, 이 디저트는 케이크 주변을 루밥을 넣고 만든 초콜릿으로 둘러싼 듯 보였다.

초콜릿 케이스를 따로 만들어 두고 그 위를 비운 뒤, 안에 케이크를 넣은 것 같은 모습이랄까
저 위에 올라간 식물들의 이름을 물어볼 생각을 못했는데, 다음에 가게 되면 한 번 물어봐야겠다. 중앙에 올라간 긴 풀(?)은 꽤 과감한 선택이지 않은가 싶은데 그래서 더 호기심을 자아낸다.


큰 홀케이크 하나를 만들어 놓고 조각 케이크로 나누어 비슷한 가격대나 때로는 더 비싸게 파는 곳들도 있는데, 저렇게 매번 직접 다양한 제철 재료, 원산지가 분명한 품질 좋은 식재료들을 사용하면서도 새로운 디저트 메뉴까지 연구, 개발하고 하나하나 정성 들여 직접 만드는데도 최저 4유로대 후반, 5유로가 평균가라는 것은 정말 감사할 일이지 않은가 싶다. 

(게다가 위치도 보르도 시내 중심가에 있는데도 말이다)

갑자기 비싸진 제주도 물가가 떠오르면서 씁쓸해지는 건 기분 탓이겠지(?).

 

사실 현재 판매되는 가격보다 1유로씩 더 받아도 사람들이 납득할 것 같은데, 매번 색다르게 예쁘고 맛있는 디저트를 정성스럽게 만들어주시는 이분들의 노력이 앞으로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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