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토핑을 받치고 있는 도우는 그 두께가 꽤 얇은 편인데, 얇은 두께 때문에 손으로 들고 먹을 때는 살짝 말거나 접어서 먹는 게 더 편할 정도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접시에 칼과 포크를 이용해 먹을 수 있지만 한국인들 대다수는 아마 전자를 더 선호하지 않을까 싶다.
치즈
Mozarella fior di latte
이 피자에는 두 가지 피자가 들어간다.
모짜렐라 치즈인데, 피오르 디 라테(Fior di latte)는 이탈리아어로 젖소의 젖으로 만든 치즈라는 뜻이다.
바질 소스 베이스 위에 전체적으로 모짜렐라 치즈가 뿌려져 있는데, 사실 다른 재료 없이 바질의 맛과 모짜렐라 치즈 이 두 가지 조합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맛있다고 할 수 있다.
부라타 치즈 볼
탱글탱글 반질반질한 부라타 치즈가 납작하게 느스해진 피자 위에 긴장감을 더해준다(?)
이 피자의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게 바로 이 주먹만 한 부라타 치즈 볼 되시겠다.
레스토랑에서 특히 점심이나 브런치를 주문할 때 부라타 치즈가 들어간 메뉴를 보면 일단 70%는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부라타 치즈는 쫄깃한 모짜렐라 커드 속에 크림, 스트라치아텔라 치즈를 넣고 채운 이탈리아 남부의 치즈이다.
'버터를 바른'이라는 뜻답게 겉은 쫄깃하지만 그 안은 말캉말캉 부드러운 고소함이 매력적이다.
마치 주머니처럼 동그랗게 알찬 모습으로 떡하니 중앙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부라타 치즈. 삶은 달걀 같이 보이기도 하다.
알차디 알찬 부라타 치즈 뭉텅이 하나면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요(?)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피자는 기본적으로 가공육이 디폴트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 간도 꽤 세게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렇게 깔끔하고 기본에 충실한 피자를 먹고 나면, 한국식이나 미국식 피자가 정통 이탈리아 피자에서 얼마나 멀리 갔는지(?) 새삼 실감해 볼 수 있게 된다.
치즈, 고구마, 단호박 크러스트 피자도, 포테이토 피자도, 새우나 닭고기를 올린 피자도 물론 맛있지만, 막상 한국에 있을 때 이렇게 이탈리안식의 깔끔하고 프레시한, 심플한 화덕피자(특히 나폴리식 피자)가 떠오를 때가 있다.
화려하고 대단한 것 없이도, 넉넉한 사이즈의 부라타 치즈 볼과 피자를 먹는 내내 끊임없이 올라오는 신선한 바질 향, 그리고 부드러운 산도와 적당한 단맛을 더해주는 방울토마토, 거기에 구운 아몬드 토핑까지 더해져 고소하면서도 담백하고 신선한 재료들의 맛을 모두 느낄 수 있다.
데워먹기
처음 먹어보긴 했지만, 어느 정도 그 맛을 예상하고 고른 피자이기도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더 맛있어서 한 번에 다 먹어버릴까 하다가 그래도 다음날 점심을 위해 몇 조각 남겨두었다.
식은 피자를 다시 데울 때 잠시 망설여졌던 포인트가 바로 부라타 치즈였다.
개인적으로 부라타 치즈는너무 익혀지지 않은 프레시 치즈 상태 그대로 먹는 게 제일 맛있다 생각하는데, 피자 전체를 데우면 녹아서 일반 모짜렐라 치즈가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피자 가운데에 있는 부라타 치즈를 썰어 일단 두 조각을 먼저 먹어본다.이렇게 사진으로 보면 마치 삶은 달걀 흰자를 얹어놓은 것 같이 생겼다. 그러나 아니지롱더 많이 넣어줬으면 더 좋았을까 싶지만, 그래도 적당량 들어간 것 같은 생 바질잎도 화덕불을 견뎌내어 그런지 더 강한 향을 발산하는 듯하다.
원래 피자를 먹을 때 엣지 부분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외식할 때도 피자의 테두리는 전부 고스란히 남겨두는 편인데, 이곳은 반죽이 맛있는 식감이라 피자를 먹으면서 한 번씩 같이 조금 먹어주게 된다.
밀가루 반죽의 밀도가 너무 높지 않고, 가벼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으로 담백한 맛이 참 좋다.
맵고 자극적이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피자를 주문할 때 요청하면 핫소스가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에 얼마든지 매콤하게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먹어본 세 번째 피자 포스트도 언젠가 나중에 할 것 같은데, Pizza Cosy에 오랜만에 다시 가게 된다면 가장 먼저 먹고 싶은 피자는 바로 이 Vertigineuse이다.
(피레네 휴가 다녀와서 본격적으로 포스팅을 열심히 해보려 했더니, 평소 블로깅할 때 늘 사용하던 아이패드가 갑자기 고장나버리는 바람에 급하게 수리 맡기고 처음으로 PC로 작성한 포스트가 되었네요!
그래도 평소처럼 아이패드로 할 때가 확실히 더 편하긴 했던 것 같은데, 앞으로 2주에서 3주는 걸릴 거라고 합니다 (털썩)
그간 밀린 댓글을 쓰고 싶었는데, 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댓글창 자체가 전혀 보이지 않네요 -_ㅠ